이성자
(Photo : 기독일보) 이성자 목사.

지난 4월 15일, 보스턴 마라톤 대회 폭발사고로 3명이 죽고 180명 정도가 부상을 당했다고 합니다. 특히 사망자 가운데 마틴 리처드라는 이름의 8세 소년이 있는데 이 소년이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평화" 라는 글자를 걸고 있는 사진을 보며 가슴이 아팠습니다. 평화를 기원하는 이 예쁜 아이가 왜 이렇게 희생되어야 하는지 우리 모두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 아이는 엄마 데니스 리처드와 다른 두 형제·자매와 함께 마라톤에 출전한 아빠 빌 마틴을 응원하러 갔는데, 결승선을 통과한 아빠를 껴안아주려고 걸어나갔다가 다시 엄마에게 되돌아가던 순간, 첫 번째 폭발이 일어나 변을 당한 것입니다. 이 사고로 엄마도 두뇌를 다쳐 중상이고, 누이는 한 쪽 발을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아빠 빌 마틴의 슬픔은 과연 어떠할까요? 소년 마틴은 언제나 동네 잔디밭에서 아이들과 어울려 놀고 쾌활하며 온 가족이 커뮤니티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 모범 시민 가정이었습니다. 보스턴에 나쁘고 악한 사람들도 많았을터인데, 하나님은 왜 하필이면 이런 천진난만한 아이와 선량한 가족에게 그토록 잔인한 아픔을 허락하셨을까요? 누구나 한번 쯤 이런 생각을 해보았을 것입니다.

바로 그 무렵, 저는 시편 가운데 다윗의 안타까운 호소를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여호와여 어찌하여 멀리 서시며 어찌하여 환난 때에 숨으시나이까" 다윗의 항의는 교만하고 탐욕스러운 악인이 가련한 자를 학대하고 거짓과 포악으로 무죄한 자를 잔해하는 데, 하나님은 어찌하여 멀리서 구경만 하시며 숨어계시며, 의인들이 환난당하는데, 왜 하나님은 당장 일어나서 역사하지 않으시고 침묵하고 계시는가 라는 의문입니다.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이 이런 종류의 신앙적 갈등을 간혹 경험합니다. 전능한 하나님이 계시는데 왜 이 세상에는 이런 불의가 일어나는 것인가요? 다윗도 엘리야도 모세도, 그리고 예수님도 경험하셨습니다. "하나님이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성경은 하나님께서 침묵하시는 시기가 있다는 사실을 결코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하나님이 침묵하시는 것 처럼 보일 때 우리는 어찌해야 합니까? 팡세의 침묵에 관한 묵상 중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침묵은 언제나 과정이다. 침묵은 모든 상황을 뒤집으시는 하나님의 계획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인간의 믿음은 시험을 당하고 그 시험은 인간의 믿음의 진정성을 가려낸다. 시험을 견디는 믿음이 있는가 하면 시험에서 넘어지는 믿음이 있다. 침묵은 믿음의 진정성을 가려낸다. 침묵이 있기에 믿음이 있고 시험을 견디는 믿음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며 그분의 계획과 지혜를 더욱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진정성의 시험을 통과한 믿음은 비로소 어느 순간에 뜻하지 않은 순간에 자신이 계획하지 못했던 때에 침묵의 의미를 체험하게 된다. 그 순간 영원할 것 같았던 침묵은 비로소 끝난다. 모든 상황은 역전된다. 침묵의 말미에 하나님은 비로소 존재를 드러내신다. 그 침묵이 얼마나 길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 모든 침묵을 깨고 하나님은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천하에 드러내신다. 하나님의 독생자의 죽음의 현장, 고통의 부르짖음 앞에서도 그가 3일간 무덤 속에 썩고 있을 때에도 하나님은 침묵하셨다. 그러나 그가 영광스러운 부활로 그 침묵을 깨셨을 때 모든 상황은 역전되었다. 하나님의 계획이 신비롭게 펼쳐지는 순간 침묵은 아름다운 색칠을 위한 밑그림이다. 침묵은 반드시 침묵으로 끝나지 않기에 하나님의 침묵은 하나님을 진정 하나님답게 하는 위대한 설교인 것이다. 하나님은 침묵하시기에 나는 그분을 믿는 것이다. 나의 믿음은 "그 침묵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진실에 있다." 그렇습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불의를 보며, 우리는 한 가지를 확신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침묵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의 침묵은 놀라운 부활을 위한 과정일 뿐입니다. 하나님은 현재 악이 채워지기를 기다리시는 중입니다. 그러나 일단 악이 가득 채워지면 하나님은 일어나십니다. 하나님이 침묵하시는 것 처럼 보일 때 믿음을 지켜야겠습니다. 하나님의 침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나님을 신뢰하는 자들의 믿음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며 그 믿음에는 반드시 상급이 주어집니다. "네 믿음대로 될 지어다."

우리는 왜 그렇게 천진난만한 소년이 하필이면 죽어야하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아는 것은 이 세상에 악이 채워져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때가 이르면 진정한 평화의 왕이신 주님께서 이 땅에 오사 영원한 평화로 당신의 나라를 세우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