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교역자들은 일종의 '소외계층'이다. 평생 목회사역에 헌신하다 일선에서 물러난 이들 은퇴 교역자들은 매주일 예배 드릴 곳이 마땅치 않아 남모르게 가슴앓이해야 하는 안타까운 처지에 놓여있다. 비록 눈과 귀가 어두워 돋보기와 보청기를 사용하지만 조국과 미국을 위한 이들의 헌신적인 기도는 누구보다도 뜨겁다. 바로 이 원로 교역자들을 위해 세워진 '목자교회(The Pastor's Church)'가 한국에 이어 미주에도 탄생된다.

한국에선 前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총무를 지낸 박천일 목사가 교회 부흥의 주역이 되었던 은퇴 교역자들을 위해 2008년 3월 CTS방송사 건물 내에 이들을 위한 예배공간인 'CTS목자교회'를 처음 설립했고, 이어 오륜목자교회를 세웠다.

"단돈 1천원이 없어 헌금도 못하는 은퇴 목사와 무임 목사가 있다는 소식에 가슴이 아팠다"는 박 목사는 이들 은퇴 교역자 섬김에 대한 강력한 의지로 목자교회를 잇따라 세워 그간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현재 3-4백여명 안팎의 은퇴 목회자와 무임 목회자, 또는 봉사자들이 매주 출석하고 있다. 목회자들이 모인 교회로서는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교회다.

오는 2월 3일엔 LA 한인타운 내에 세 번째 목자교회가 설립된다. 미주에선 처음으로 세워지는 이 목자교회는 해외 제1호 지교회인 셈이다. 미주 내 은퇴교역자들의 숫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위한 목자교회의 설립은 은퇴교역자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목자교회를 한국과 미주에 꾸준히 세워가고 있는 박천일 목사는 LA 방문에 앞서 먼저 뉴욕을 방문해 원로 목회자들과 은퇴 교역자들을 만나 이들을 위한 목자교회 설립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논의 결과에 따라 뉴욕에도 첫 은퇴교역자를 위한 목자교회가 세워질 수 있다.

“노병(老兵)은 죽지 않고 사명(使命)엔 은퇴가 없다”

목자교회의 핵심가치는 평생을 주님의 양무리들을 위해 헌신해온 원로 교역자들이 더이상 외면과 무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노인의 얼굴을 공경하며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 나는 여호와니라'(레 19장32절)라는 성경 말씀에 근거해 ▷교육 ▷선교 ▷다민족 선교를 3대 지표로 삼고 있다.

또한 담임 목사제 등의 '제도화'를 거부하고 당회 대신 기획위원회를 구성해 유연성과 유기적인 틀을 지닌 교회를 지향한다. 담임 목사제가 없으므로 매주일 예배 설교는 은퇴 교역자들이 돌아가면서 맡는다.

이번에 미주에 새롭게 세워질 목자교회 역시 이러한 방침에 따르고 있다. 미주 목자교회의 실질적인 총괄 업무는 20여년간 칠레를 비롯한 남미 7개국을 중심으로 선교해온 이길소 선교사를 중심으로 심진구 목사(前 남가주기독교교회협의회 사무장, 그레이스미션센터), 김철수 목사(은혜승리교회)가 맡게 된다. 또한 뉴저지 허드슨장로교회 등지에서 목회하다 은퇴 후 LA로 온 김병도 목사가 설립에 이르기까지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주축이 된 미주 목자교회 기획위원회는 "원로 교역자들을 위한 목자교회의 '섬김과 나눔'의 정신을 이어받아 한국뿐 아니라 세계 네트웍 비전을 품고 이번에 출범하게 됐다"면서 "미주에서 활동해온 원로 교역자들을 (동교회) 협동 목사·선교사·전도사·장로로 추대해 명함을 제작해 드리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로 교역자들로 하여금 ▷마음 편히 예배드리고 ▷설교에 동참하도록 하며 ▷은사에 따라 음악, 교육, 선교, 문화, 행정 등의 직임을 맡아 현역시절에 축적된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가까운 선교지 방문, 또는 장·단기 체류를 통해 안식을 누리고, 타민족 선교를 위해서도 헌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출범에 앞서 "'노병(老兵)은 죽지 않고, 사명(使命)엔 은퇴가 없다'는 정신에 입각해 목회 및 선교활동에 매진할 동역자들을 기다린다"면서 많은 은퇴 교역자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이어 "제2, 제3의 목자교회 지교회 개척을 원하는 분들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