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래 간만에 아내와 함께 한국영화 한편을 보았습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라는 제목의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이제 한국영화도 모든 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영화의 기본조건이라 할 수 있는 줄거리의 치밀한 구성 및 극적인 전개, 배우들의 성숙한 연기력이 함께 더해져서 반전의 흥미와 감동의 여운을 가슴에 남게 하는, 한번은 꼭 볼만한 좋은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는 조선 15대왕으로 광인이요 폭군으로 알려진 광해군을 주제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조선 광해군 8년, 독살 위기에 놓인 광해군을 대신하여 왕 노릇을 하게 된 천민 ‘하선’이 왕의 대역을 맡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에는 가슴 뭉클한 감동스런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중 가장 감명 깊은 장면은 하선과 도부장의 대화입니다. 왕의 호위무사인 도부장은 중전과 함께 있던 가짜 왕인 하선의 존재를 의심하고 그를 죽이려 목에 칼을 겨눕니다. 그러나 하선이 중전의 몸에 있는 점을 정확히 알아 맞추자 도부장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자결하려 합니다. 하선은 도부장의 생명을 구해주고 도부장은 다음날 용서를 구합니다.
이 장면에서 가짜 광해군인 하선이 묻습니다. “내 잘못이 무엇인지 아느냐?” 도부장이 대답합니다. “왕을 의심한 것이옵니다!” “아니다” “왕에 목에 칼을 댄 것입니다.” “아니다. 너의 잘못이 무엇인지 아느냐?” “죽여 주시옵소서!” “너의 잘못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나를 두고, 본인 스스로에게 칼을 뽑은 것이다. 네 놈이 살아야 내가 사는 법, 칼은 반드시 날 위해서만 뽑는 것이다. 꼭 기억해 두거라.”
15일의 시간이 흘러 마침내 진짜 광해군이 위급한 건강상태에서 회복돼 궁궐로 돌아오는 날, 가짜 광해군이었던 하선은 궁궐에서 나와 도망을 칩니다. 진짜 광해군이 돌아온 후 당연히 도부장은 가짜 광해군을 죽이라는 임무를 받게 됩니다. 도부장은 가짜 광해군을 죽이러 쫓아오지만 하선을 만나서는 의외의 말을 꺼냅니다. “당신은 내게 진짜 왕이었습니다.” 곧이어 그는 하선을 죽이려고 뒤따라 달려온 호위무사들의 앞길을 가로 막고 자신이 믿었던 진짜 왕을 위해 목숨을 바칩니다.
예수님은 무화과나무의 열매 없음을 한탄하셨습니다. 잎사귀만 무성하고 열매가 없음은 살아있지만 생명력이 없는 껍데기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이 결실의 계절에 나는 우리 주님께 감사로 드릴 열매가 무엇인가를 돌아보기 원합니다. 올 한해 나는 얼마나 영적 생명력을 가지고 내 삶에 믿음의 열매, 신앙의 열매를 맺어 왔는지 나의 믿음의 나무를 한 번 바라보기를 원합니다. 나는 살아있는 영적 생명력을 가진 그리스도인입니까?
하선이 도부장에 말한 “네 놈이 살아야 내가 사는 법”이라는 말이 마치 주님이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네가 영적으로 살아야 내가 사는 법”이라고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음성으로 들립니다. 나는 오늘도 누구를 위해 칼을 뽑으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마치 주님께서 우리에게 꼭 기억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처럼 들립니다. “너는 반드시 나를 위해서만 칼을 뽑으라.” 서로에게 칼을 뽑지 않고 오직 주의 나라와 그의 의를 위하여 칼을 뽑아 영적 전쟁에서 승리하라고 말씀합니다.
늘 나를 위협하는 세상적 유혹과 내 삶 속에 나를 둘러싼 풀리지 않는 고난과 문제 속에도 내가 지지 않고 믿음을 가지고 영적으로 살아있을 때 내 안에 은혜와 기쁨을 잃지 않고 감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은혜와 기쁨을 가지고 믿지 않는 세상 사람들이 다 가짜라고 말할지라도 내 가슴 속 깊이 주님께 드리고 싶은 고백이 있습니다. “주님은 네게 진정한 왕이십니다.” 이 고백을 나의 왕되신 주님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