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연합뉴스) "나를 죽였기 때문에 나도 죽인 것이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에이즈 감염자에 대한 보복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댈러스 경찰은 12일 HIV 보균자인 여성을 칼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래리 던(36)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던은 지난 6일 8살 연하 애인인 시슬리 볼든이 자신과 성관계를 한 뒤 HIV 감염 사실을 고백한 데 격분해 그녀 집 부엌에 있던 칼로 침대에 누워 있던 볼든을 난자하고 도주했다. 볼든의 시신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한 볼든의 아들과 딸에 의해 발견됐다.
집 밖에서 울면서 배회하는 아이들을 본 주민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피해자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토대로 던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살해 혐의로 체포했다.
던은 경찰에서 순순히 범행 사실을 자백하면서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KDAF 방송에 따르면 던은 "만약 누군가 HIV를 옮겨 수렁에 빠트린다면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나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 그 여자는 더는 살아서 안 된다"고 말했다.
볼든의 전 남편은 이혼한 아내가 몇 년 전 HIV에 걸렸다고 밝히고, 두 자녀는 현재 자신이 보호하고 있다고 WFAA 방송에 말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텍사스주는 성관계 전에 HIV 보균자임을 밝히지 않는 이른바 `에이즈 사전 불고지'를 처벌하지 않는 미국의 13개 주 가운데 하나다.
지난 6월 조지아주에서는 남자 애인에게 성관계 후 HIV 감염 사실을 밝힌 40대 여성이 체포영장을 피해 텍사스주로 도주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조지아주는 텍사스주와 달리 에이즈 불고지를 엄하게 처벌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인구 3억명의 미국에선 120만명이 HIV 보균자이며, 이들 가운데 20%가 감염 사실을 모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