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일가족 5명이 사망한 '수정 사우나 총기난사' 사건과 7월 로렌스빌 소재 한인 목회자 가정에서 발생했던 살인사건 등 최근 몇 년간 한인 사회는 가정 불화와 이로 인한 폭력, 살인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급격히 성장해 온 애틀랜타 한인사회는 깨끗한 환경과 저렴한 물가, 비교적 적은 경쟁 등의 장점을 발판으로 10만 명을 자랑하는 미국 내 제 3의 이민 사회로 부상해왔다. 반면, 급격한 성장에 취해 '어메리칸 드림'의 이면에 감추고 억누르는 데 급급했던 가정 내 문제들이 이제는 곪아 터지는 형국이다.

가정 내 갈등과 폭력 문제가 산발적으로 수면위로 드러날 때마다 뒤 늦은 수습에 급급했던 한인 사회 여러 기관과 단체들이 있었지만 근시안적인 세미나나 상담에서 그쳐 그 효과가 미비했다. 그 가운데 언더우드대학교(총장 윤승구 박사)에서 <가정 치유 프로젝트>를 본격 시작할 것을 알려 주목 받고 있다.

<가정 치유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언더우드대학교 상담학 교수 유승혜 박사는 "사건이 발생하면 항상 나오는 기사가 '이미 예고된 것'이라면서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으면 막을 수 있었다는 안타까움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방이다"고 강조했다.

제 1회 상담 세미나는 9월 10, 11일(월, 화) 언더우드대학교 소강당에서 진행되며 매일 오후 6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진행된다. 첫째 날은 결손 가정의 부모와 자녀 갈등, 둘째 날은 분노와 폭력을 주제로 진행되며 등록비는 10불로 교재 및 간단한 저녁식사를 제공한다. 문의 770-831-9500, underwoodu@gmail.com

다음은 유승혜 박사와의 일문일답.

먼저 이번 상담 세미나를 개최하게 된 동기와 목적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최근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 한인사회의 가정 폭력 및 총기사건들을 대하면서 상담을 공부한 자로서 한인사회를 위해 도움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됐고, 이를 학교에서 흔쾌히 지원해 주셨다. 단기적인 치유 세미나들은 다양한 기관에서 개최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여기에서는 단기간에 사람들의 감정들을 자극시켜 놓고 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끝난다는 것이다.

이번에 상담 세미나는 대학에서 개최하는 만큼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여러 가지 상담 이론들을 통해 우리 가족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객관적인 반추로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게 되면, 지속적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즉, 감정과 이성을 잘 조화시켜 치유를 경험하게 하는 시간을 구상하고 있다."

세미나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내용은 무엇인가?

"요즘 우리는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이혼 가정', '기러기 가정'을 보고 듣고 접하게 된다. 이제 '누가 이혼했다' '부모가 아이들만 미국에 보냈다'라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정도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은 심각한 수준이다.

가령 이혼 가정의 경우 부부간의 갈등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줄뿐만 아니라 자녀들 역시 영향을 받게 된다. 자녀들은 부모가 이혼하는 과정에서 '나 때문에 이혼한 것은 아닐까?', '부모님의 이혼을 막을 수 없는 내가 참 무능력하고 한심스럽다', 혹은 '왜 우리 엄마, 아빠는 다른 부모님들과 달리 사이가 좋지 않아서 나를 힘들게 하나?'라는 생각으로 깊은 죄책감, 분노, 절망감과 낮은 자존감에 시달리게 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모가 재혼하게 되면 새로운 가족에 대한 부적응과 한쪽 부모에 대한 배신감 등을 평생 안고 살아 간다. 이런 자녀가 자라 성인이 되어 본인의 가정을 이룰 때 또 다른 건강하지 못한 가정을 이루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또 기러기 가족은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인성이 무시되는 사회에서 자녀들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 주려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전에 사역했던 교회 가운데 기러기 가정 학생들이 많았는데 이들을 대하면서 한가지 깨달은 것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주려다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중에 하나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깊은 '감정적인 단절'이다. 일반적인 부모와 자녀의 관계라면 의례 생기는 갈등이나 문제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기러기 가정의 경우 이미 애정의 통장이 '마이너스'기 때문에 작은 갈등도 심각한 오해로 발전해 폭력이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한인 사회에서 상담한 사례 중 90%는 가정 폭력에 관한 것이라면 심각한 수준이 아닌가?"

세미나는 어떻게 진행되나?

"청중들과 제가 상호적 교류(Interaction)을 높이면서 진행할 것이다. 단순히 지식 전달이 아니라 시청각을 동원해 우리 주변에서 실제 일어나는 사례들을 살펴 봄으로써 공감하고, 함께 왜 그런 문제가 생기는지 분석도 해보고, 나아가 우리 스스로의 가정을 반추해 보고 분석해 볼 것이다. 이후에 제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청중들과 더불어 해결점들을 모색해 보려고 한다. 물론 강사로서 최선을 다해 자료를 준비하고 지식을 전달하겠지만, 청중들도 '한번 들어보자'는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함께 고민하고 동참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올해 한인 사회에서 총기 사건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는데 전문가의 입장에서 또 목회자의 입장에서 그 원인을 무엇이라고 진단하고 있나?

"상담가의 입장에서 보면 이민 가정들이 갖고 있는 독특한 문제들이 한국적 공동체 중심, 유교적인 문화로 인해 건강하게 분출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미국에 사는 이민 가정들을 '이국 땅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는 심한 불안과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고, 가족구성원들끼리 똘똘 뭉침으로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려고 한다. 이런 태도는 가족들간 협동심이 발휘돼 현실적인 어려움을 함께 극복할 힘이 되지만 반면에 서로간의 감정적 갈등도 심화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갈등이 심화될 때 한국적 사고방식에서는 그 문제를 드러내고 대화나 도움을 청하기 보다는 '창피하다'는 감정에 초점을 맞춰 억압하고 숨기는데 급급해진다.

가령 '내가 나이가 많으니 무조건 내 말을 들어' 혹은 '남자인 내 말이 맞다'는 주먹구구식의 해결방식은 미국에서 자란 자녀들과는 당연히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말을 상대가 듣지 않을 때 폭력 등 온갖 수단을 사용해 그 상황을 조절하려고 하기 때문에 참사가 생기는 게 아닌가 한다.

목회자의 입장에서 이런 사건들은 인간의 죄성 때문에 생긴다고 하겠다. 여기서 말하는 죄성이란 '하나님에 대한 불순종, 즉 교만'이라는 전통적인 해석에서 더 나아가 '자신이 하나님의 위치에 서서 가족 구성원들을 포함한 타인을 나의 식대로 만들려고 하고, 그게 안되면 폭력을 동원하는 죄성'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 이는 하나님 앞에 큰 죄다."

그렇다면 이민 사회의 부부간, 부모 자녀간 폭력 문제의 실태와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그 가운데 교회와 목회자, 성도들에게 요구되는 자세가 있다면?

"성경을 읽다 보면 예수님께서 죄인들과 병든 자들을 치유하실 때 가장 먼저는 그것을 적나라 하게 드러내시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는 우리가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가정에서 불화를 겪고 있다면 어떤 부분이 건강하지 못한지 직시할 때 치유가 시작된다. 또 교회와 목회자들, 성도들은 가족 내에 건강한 요소와 건강하지 못한 요소를 제대로 보고 건강하지 못한 요소들은 전문가나 그룹의 지지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정 치유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와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나눠달라.

"<가정 치유 프로젝트>는 현재 이민 사회에서 가장 문제되고 있는 이슈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 치유와 해결점을 찾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음에는 중독, 우울증 등 이민자들이 많이 겪고 있고 힘들어 하는 부분들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중독, 우울, 이혼 등의 단어들을 들으면 실제 그 문제를 겪는 분들이 미리 겁을 먹고 아예 문제를 들춰 보지도 않으리라는 염려도 있지만, 상담가로서 내담자의 치유 가능성을 판단할 때 가장 우선은 그 사람이 과연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인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어느 가정도 완벽하게 좋을 수는 없다. 만일 그렇다면 거짓말이다. 건강한 가족은 건강한 요소를 발전 시키고, 건강하지 못한 요소는 점차 줄여나가려는 가족이다. 그러니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 고민하지 말고 일단 찾아와 함께 어려움을 해결해 가길 바란다. 문은 열려 있다."

유승혜 박사는 에모리 신학대학원 목회상담학 박사, 클레어몬트 목회상담학 석사, 총신 신학대학원에서 수학했으며 현 언더우드 상담학 교수이자 뉴난한인감리교회 교육 전도사로 사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