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스나이더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기독교인의 비율은 1910년 이래로 지난 백 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이 정체됐다. 하지만 이슬람 교도의 비율은 12.6%에서 22.4%로 두 배 성장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무신론자의 비율이 1% 미만에서 오늘날에는 전 세계 인구의 10%로 늘었다는 것이다.”

세계적 역사신학자인 하워드 스나이더 박사(캐나다 틴데일 신학교 교수)가 16일 가평 필그림하우스에서 열린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총장 은준관 박사) 제9차 국제실천신학 심포지움을 통해 언급한 내용이다. 그는 이날 ‘성서적 신앙으로부터 기독교 왕국의 종말에 이르기까지’를 주제로 발표했다.

위기의 쟁점은 세속화 아닌 탈기독교화

스나이더 박사는 현재 서구 기독교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하고 이로 인해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지적했다. 특히 그는 “오늘날 서구 기독교가 직면한 위기는 이전의 교회들이 겪었던 것과는 질적으로 전혀 차원이 다른 미증유의 것”이라고 말했다.

스나이더 박사는 “1900년대 초기부터 지난 세기 동안 북미와 서구에서 교회 출석률과 기독교의 영향력이 꾸준히 쇠락했다”며 “서구의 여러 나라에서 성경에 관한 그 어떤 지식을 갖추고 있거나 심지어 예수가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매우 적은 실정이다. 그렇기에 오늘날 기독교가 직면한 쟁점은 세속화라기보다는 탈기독교화”라고 주장했다.

이어 “상당수 서구인들은 자신이 세속적이지 않고 오히려 영적이라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기독교인은 아니다”면서 “오늘날 대부분의 서구 사회에 깔린 정서나 서구인들의 세계관은 딱히 세속적이지도 않고 기독교적이지도 않다. 굳이 말하자면 ‘세속적 영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서구의 기독교가 쇠락하고 있는 반면 이슬람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스나이더 박사는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서구 사회의 대도시들에는 이슬람의 모스크 사원들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또 미국에서는 여전히 기독교인들이 주류 계층을 형성하고는 있지만 그 역할은 다소 세속적이며 2007년 이후에는 무슬림 출신 후보자가 하원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스나이더 박사는 “오늘날 미국은 대체적으로 기독교 국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적인 기독교인들과 교회의 비율은 현저히 쇠락했고 미국 사회에 미치는 기독교 신앙의 영향력도 점차 약화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기독교, 문화 일부로 전락… 제자도 공백기 불러와

그는 서구 기독교가 직면한 또 다른 위기 중 하나로 ‘기독교의 문화화’를 꼽기도 했다. “기독교 신앙이 사람들의 삶과 존재의 중심을 차지하지 못하고 그저 그들의 문화적인 정체성을 구성하는 일부분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 스나이더 박사는 “이런 현상은 우리가 한 분 하나님 이상을 섬기기 시작할 때 발생한다”면서 “오늘날 전 세계의 많은 교회들이 우상숭배의 죄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나이더 박사는 “많은 기독교 교회가 이런 문화에 불과한 기독교의 노예로 전락했다”며 “이는 주로 교회와 민족주의 간 동맹의 형태를 취하거나 소비지상주의와 개인주의, 그리고 개인적인 평안을 강조하는 대중문화와 교회의 연대 형태를 취한다”고 말했다.

또 이런 기독교의 문화화가 현대 교회에 ‘제자도의 공백’을 가져왔다는 게 스나이더 박사의 설명이다. 그는 “심각한 제자도의 공백이란 기독교인들이 입으로 고백하는 것과 실제 생활 속에서 살아가는 방식 사이의 심각한 간격을 의미한다”며 “예수님 시대의 바리새인들처럼 오늘날 우리도 우리 인간의 전통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폐기하는 여러 방법들을 만들어냈다. 이는 문화에 불과한 기독교가 오랜 시간 지속된 결과”라고 비판했다.

서구 기독교가 하나님에 관한 오랜 지혜를 상실했다고도 했다. 스나이더 박사는 “생명력이 가득한 참된 기독교는 다른 모든 헌신 이전에 먼저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몸, 그리고 하나님 나라에 대한 헌신을 최우선으로 한다”며 “참된 기독교는 다른 모든 헌신들을 상대화시키며 예수의 몸인 교회와 선교에 대한 우리의 헌신은 가족이나 국가, 부족, 또는 인종집단에 대한 헌신보다 우선한다고 가르친다. 이 점이 바로 교회와 하나님에 대한 오랜 지혜였다”고 말했다.

결국 “하나님이 누구시며 이 세상에서 그 분의 백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상기시켜 주는, 하나님에 대한 오랜 지혜가 오늘날 교회에게 필요하다는 것”이 스나이더 박사의 결론이었다.

한편 이 심포지움은 오는 18일까지 진행되며 스나이더 박사 외에 지구촌교회 이동원 원로목사, 실천신대 은준관 총장 등이 강사로 나선다. 심포지움은 서구 기독교의 역사를 통해 한국교회의 오늘을 진단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