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열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주와 공화 양당간의 대결이 뜨거워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을 할지 아니면 롬니후보가 새로운 대통령이 될 것인지는 사실상 개인의 경쟁이 아니라 지난 4년에 걸친 정부의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다. 최근에는 경제문제가 승패를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자리잡고 있고, 이제 8%까지 끌어내린 실업율을 두고 해석도 다양하다. 2차대전 당시에 루즈벨트 대통령을 제외하고 실업율이 7%를 넘으면서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은 없다는 사실이 큰 징크스로 남아 있다. 경제사정은 많이 달라졌지만 실업율 7%라는 숫자는 심리적인 마지노선인 것이다.

지난 달에 두 후보 사이에서 불거진 문제는 여성의 일자리에 관한 논쟁이었다. 포문은 롬니후보가 열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 사라진 일자리의 92.3%가 여성의 일자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은 여성들을 위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여심을 잡으려는 롬니의 전략작인 포석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민주당의 반격은 경기침체가 이미 대통령의 취임전부터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공식적으로 경기침체는 2007년 12월부터 시작해서 2009년 6월에 끝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월에 취임했으니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오히려 구원투수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1930년대에 있었던 대공황 (Great Depression)이후에 최악의 경지침체를 가졌왔던 이번 경기침체는 흔히 Great Recessions이라고 부른다. Depression이라는 단어에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과민반응을 보이는 미국인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별명은 man-cession이다. 그 이유는 지난 경기침체를 통해서 여자들보다는 남자들이 더 심한 타격을 입었다는 데에서 나온 말이다. 실제로 경기침체는 제조업이나 금융업등 남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분야에 커다란 타격을 주면서 시작되었다. 경기침체 초기에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남성실업이 증가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상대적으로 여성에게 그 부담이 전가되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실업율뿐만 아니라 일자리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여성비율이 높은 서비스업이나 교사직종에 피해가 컸고, 고용은 되어있더라도 파트타임으로 전환된 경우가 많아서 실제의 상황은 통계보다 더 열악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파트타임도 고용이 된 것으로 간주되어서 실업율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어떤 역사학자는 인류문명의 발전을 통해서 혜택을 본 것은 여자들뿐이라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지는 것은 여권이 신장되고 여성의 사회적인 지위가 높아가는 것뿐이라고 빈정대고 있다. 하지만 그는 하나만 알고 둘은 알지 못했다. 역사는 여자들만 유리하게 바뀌어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동등하게 대우받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여자에게 유리한 법이 필요한 이유는 여자가 그만큼 부당하게 대우받고 있고 사회적인 약자라는 반증이 된다. 미국사회에서는 여자가 그렇고 또한 유색인종이 그렇다. 그리고 아이들이 그렇다. 지난 센서스에 따르면 미국에 사는 사람들중에서 15%가 최저생계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 최저생계의 수준이 불합리할 정도로 낮다. 4인가족을 기준으로 연소득이 대략 $29,000정도에 해당한다. 바꾸어 말하면 4인가족이 연3만달러의 소득을 올리면 최저생계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정부의 재정지원을 결정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기준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그리고 아이들만 보면 세명중의 한명의 아이가 최저생계에 미치지 못하는 가정에서 생활하고 있다. 흔히 선진국의 대명사인 OECD에 가입된 30여개의 나라들 중에서 빈곤율을 보면 미국은 밑에서 두번째 (제일 밑에는 멕시코가 있다)이다.

경기침체가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다. 이런 폭풍이 한번 지나고 나면 부자는 더욱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쪼달리게 되는 소위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지금 미국에서 부의 편중의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결국 소득수준이 낮은 사람,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 여자, 유색인종, 어린이들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정부재정이 고갈되면서 각종 사회보장과 학자금지원이 줄어들게 되면 사회적으로 신분상승을 할 수 있는 길이 더욱 막히게 되는 악순환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과부와 고아를 돌보라고 가르치는 성경의 말씀을 여기에 적용한다면 지나친 확대해석일까? 흔히 영적으로 과부와 고아가 된 상태를 지적하는 말씀으로 이해하지만, 주리고 헐벗은 자에게는 말보다는 먹을 것을 주는 것이 먼저가 되어야 한다. 6개월후에 투표를 하면서 어떤 후보가 말보다는 먹을 것을 주고 나 혼자가 아니라 다같이 잘살 수있는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우리의 역할이다.

칼럼리스트 하인혁 교수는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Western Carolina University에서 경제학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Lifeway Church에서 안수집사로 섬기는 신앙인이기도 하다. 그는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1991년도에 미국에 건너와 미네소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앞으로 하인혁 교수는 기독일보에 연재하는 <신앙과경제> 칼럼을 통해 성경을 바탕으로 신앙인으로써 마땅히 가져야 할 올바른 경제관에 대해서 함께 생각하고 삶 가운데 어떻게 적용해 나가야 하는지를 풀어보려고 한다. 그의 주요연구 분야는 지역경제발전과 공간계량경제학이다. 칼럼에 문의나 신앙과 관련된 경제에 대한 궁금증은 iha@wcu.edu로 문의할 수 있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