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가 국제적으로 확산되면서 한국의 일부 연예인들이 국제적인 인기와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외국에서 많은 팬들이 생겼고 그들이 출연한 프로그램과 제작한 영상물들이 국제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각종 연예 프로에서 코메디언들과 가수들이 타 인종을 비하하는 장면을 종종 연출하였고 이 장면들이 국제적으로 퍼지면서 인종차별 문제로 번지는 것입니다. 흑인으로 검게 칠하고 우스꽝 스러운 말과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아랍사람으로 분장으로 하고 테러리스트 흉내를 냅니다. 한국말로는 “너 죽어”라는 표현이 농담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어설픈 영어 표현으로 옮긴 것은 듣는 사람을 당혹하게 만듭니다.

지난 3일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 지역 고교 최종전에서 백인 학생이 다수인 알라모 하이츠 고등학교가 멕시코 등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이 다수인 토마스 에디슨 고등학교를 꺽고 승리했습니다. 승리가 확정되자 알라모 하이츠 고등학교 쪽 응원석에서 “USA”라고 연호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놀란 농구팀 감독이 당장 그만두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5초 만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이미 수습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USA”를 연호하는 것은 “너희들은 미국 사람이 아니다”라는 의미로 밖에는 해석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연호한 것은 무의식 중에 인종적인 배경이 다르고 피부 색깔이 다른 사람들을 같은 국민으로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알라모 고등학교는 공개 사과했습니다. 학교에서는 당시 영상을 확인해서 “USA”를 외친 학생들을 하나 하나 찾아냈습니다. 학교의 징계 방침에 따라 그들은 토마스에디슨고등학교에 교장선생님에게 사과했습니다. 이 사건은 미국 사회에 아직도 뿌리깊게 남아 있는 백인 사회의 인종차별 정서를 보여준다고 많은 사람들이 개탄하였습니다. 미국 사회 안에서만 보면 크게 개탄하고 비난하는데서 그칠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 사회를 한국 사회와 비교해 보면 성숙한 시민 정신에 관련해서 몇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로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서 부딪혀 보기 전에는 자신이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똑같이 생기고 똑같은 말을 하고 똑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서 사는 동안에는 얼마나 인종차별주의자인지를 모르고 삽니다. 인종차별 뿐 아니라 이념과 사상이 다르고 종교적인 신념이 다른 사람들과 만나 부딪쳐 보기 전에는 우리 스스로 얼마나 편협하고 수준 낮은 기준과 가치관에 사로 잡혀 사는 지 알 길이 없습니다. 끼리 끼리 살고 끼리 끼리 어울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달아야 합니다.

둘째로 공동체의 가치관은 사회의 지도층이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사회나 밑바닥에 가면 갈수록 가치관이 떨어집니다. 선진국 후진국을 가릴 것 없이 군중심리에 휘둘리거나 알코홀 기운에 객기를 부리는 집단에게서 수준 높은 인본주의적 가치관과 고아한 종교적인 윤리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성숙한 사회와 아직도 깨이지 못한 사회의 차이는 그 사회의 지도층에 있습니다. 철없는 학생들이 인륜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을 때 즉각 제지하고 야단치고 징계를 하게 만드는 리더십이 사회의 수준을 결정합니다.

연예인들을 사회의 지도층이라고 부르기에는 약간의 어폐가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적인 인기를 누리는 성공한 사람으로서 그들은 모든 면에서 사회의 지도적인 계층에 속합니다. 남보다 많이 공부했고, 남보다 많이 누렸고, 세계 곳곳을 다 가봐서 국제적인 감각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학생들이 유치한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과 사회적인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인류를 지으신 하나님을 아버지로 섬기는 그리스도인들은 필연적으로 타자에게 너그러워야 합니다. 우주의 주재이신 하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은 사회의 한 구석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이 깨질때 결코 그냥 지나서는 안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소금과 빛으로 부르셨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