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이가 “기억이 뭐야?”라고 물었더니 엄마는 선뜻 “니은 전에 있는 거”라고 대답했다 한다. 그리고 속으로는 “기억은 내가 꺼내고 싶지 않아도 알고 있는 얘기고 추억은 내가 꺼내고 싶을 때만 꺼내도 괜찮은 얘기란다”고 읆조렸다 하니 꽤 현명한 엄마가 아닐 수 없다.

나는 기억이란 비틀즈의 폴매카트니가 작곡한 「Yesterday」가 잘 말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Yesterday, all my troubles seemed so far away Now it looks as though they're here to stay Oh, I believe in yesterday Suddenly I'm not half the man I used to be There's a shadow hanging over me Oh, yesterday came suddenly,...” 예전엔 고통이라는 건 나와는 상관 없는 것인 줄 알았어 하지만 이젠 그 고통들이 여기에 내게 다가온 것 같아 아, 그 때가 좋았었는데 갑자기 내가 예전의 나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나에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어 갑자기 지난날의 기억들이 밀려왔어....“

"Yesterday"는 기네스북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매된 모든 싱글레코드중에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라 한다. 20세기에 7천만 번 이상 연주한 곡이라는 것이다. 왜 그렇게 나를 포함한 당시의 모든 젊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게 된 것일까? 이 곡을 작곡할 때 매카트니는 약관 20대의 청년이었다.

어느날 런던의 한 허름한 옥탑방에서 선 잠에서 깨어난 그가 잠결에 들은 아름다운 멜로디에다가 오랫동안의 고뇌 끝에 작사한 것인데 그 결과 멜로디에 꼭맞는 내용의 명곡이 탄생한 것이다. 그것은 당시 영국이나 전세계의 청년들이 추억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암울한 매카시적 광풍의 시대에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젊은 날 특히 대학시절은 최류탄과 시위의 함성으로 점철되어 봄철 그렇게 화려하게 피여났던 벚꽃에도 최류가스의 낙진으로 얼룩져 봄같지 않은 봄날들을 수없이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제대와 복학과 가을졸업의 연속선상에서 대통령부인의 죽음속에 들려온 장송곡은 한동안 나의 기억의 노트속에 지워지지 않고 촘촘이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하나 둘씩 기억의 장에서 사라지고 추억의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아픔과 고독과 좌절과 낙망의 불연속선은 지워버렸다. 그래도 가끔식 떠오르는 고통의 쓴물들이 위액이 되어 넘쳐 나면 그것도 추억의 장들로 넘기면 그만이다.

칠순을 맞는 아우에게 어느 형이 한 줄의 글을 축문(祝文)으로 보내기를 ”아우야! 칠순이 되면 아무것도 무서울것이 없단다“ 했다고 하니 나에게는 그것이 조금 빨리 왔을 뿐이다. 슬픈 기억은 기쁜 추억을 이길수 없다. 폴매카트니가 조금 더 오래 살았다면 어제를 기억하기 보다는 추억하면서 더 아름다운 곡들을 선물하였을 것인데 아쉽고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