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허먼 케인이 악재의 연속이다. 성희롱 의혹이 양파껍질 벗기듯 계속 이어지는 와중에 외교정책에 대한 무지함까지 드러내면서 `대통령 감'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될 조짐도 보인다.


케인이 주춤하는 사이 그와 같은 남부 조지아주 출신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는 등 경선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심지어 케인이 머지않아 낙마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도 고개를 든다.


케인을 보는 시선은 이처럼 비관 일색이지만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15일 공화당은 케인을 버릴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타임은 가장 큰 이유를 케인의 피부색에서 찾았다. 케인은 공화당 대선주자들 가운데 유일한 흑인이다. 그것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처럼 백인의 거부감이 덜한 흑백 혼혈도 아닌 순수 아프리카 혈통이다.


반면 공화당은 지도부부터 풀뿌리 당원조직까지 백인 중심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 당선과 히스패닉 인구 급증을 계기로 `고집스런 백인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위기감이 증폭돼온 터라 케인의 존재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타임은 이런 케인을 대하는 공화당 지지층의 심리를 "남성 동성애자를 친구로 갖게 된 여자"의 마음으로 비유했다.


케인을 버리지 않으려는 공화당 내 정서는 지지율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성희롱 논란이 최고조에 이른 지난주 NBC 방송-월스트리트저널 공동 여론조사에서 케인은 한 달전과 같은 27%의 지지율로 미트 롬니(28%)와 선두권을 이뤘다.


이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공화당 지지자의 54%가 성희롱 의혹이 케인의 지지 여부를 고려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는 점이다. "근본적인 고민을 할 것"이라고 말한 공화당 지지자는 전체의 13%에 그쳤다.


케인은 지적 수준은 물론이고 출신과 학벌, 경력, 정치 감각 등 모든 면에서 다른 후보들에 비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코카콜라 회장의 개인 운전기사였던 아버지와 청소 일을 한 어머니 밑에서 자라나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한 무명 대학을 나왔고 CEO 출신이라지만 피자 체인을 운영한 것이 사실상 전부여서 엄밀히 말하면 기업 경영자라고도 보기 어렵다.


하지만 문제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이를 인정하면서도 케인에게 갖는 특별한 애정이 모든 잘못에 눈을 감게 만든다는 점이라고 타임은 지적했다.


워싱턴 정치에 길들여진 유력 언론들이 케인의 성희롱 의혹을 연일 키우면서 흠집을 내고 있지만 공화당 내 정서는 "남들처럼 성관계도 안했는데 그게 뭐 그리 대단한 잘못이냐"라는 것이다. 타임은 "공화당에 케인은 공부를 안해도 선생님이 귀엽게 봐주는 어린아이 같은 매력을 풍긴다"고 말했다.


또 케인이 설령 대통령 후보가 되지 않더라도 이미 공화당 안에서 `정신적 후보'가 됐다고 분석했다. "우리도 훌륭한 흑인 후보가 있다. 우리는 더이상 백인 당이 아니다"라고 스스럼 없이 말할 수 있는 자긍심을 케인이 공화당에 심어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