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 주식시장이 22일 동반 폭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경기부양을 위해 전날 내놓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 조치에 대해 시장의 평가가 냉혹한데다 유럽에서는 일부 은행에서 뱅크런 상황이 발생하는 등 재정위기가 오히려 악화된 점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그동안 전세계 경기회복을 선도해온 중국이 꾸준한 긴축정책에 따라 성장세가 둔화된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유로존 하락률 5% 넘기도

세계 최대 주식시장인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51% 떨어졌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도 3.19%, 나스닥 종합지수는 3.25% 하락했다. 뉴욕 증시는 장중 한때 하락률이 4% 넘었으며 종가 기준으로도 올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재정위기가 가실줄 모르는 유럽의 시장은 더욱 심각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에서는 뱅크런 상황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CAC 40 지수가 5.25% 떨어졌다. 또 포르투갈이 5.22%, 벨기에가 5.34% 하락하는 등 5% 넘는 폭락을 보인 나라만도 3개국이나 됐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도 4.67% 떨어졌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증시의 DAX 30 지수 역시 4.96%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재정위기 당사국인 이탈리아가 4.52%, 스페인이 4.62% 하락했다.


이보다 앞서 아시아 주식시장도 평균 2%대의 급락세를 기록했다. 대만 가권지수가 3.06% 급락했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2.07%, 토픽스지수가 1.66% 내렸다.


호주 S&P/ASX200지수는 2.63% 급락했다. 이날 각 지역의 주식시장은 서로 악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주가 낙폭을 키웠다.


◇경기 침체 우려 엄습

이날 글로벌 주가가 폭락한 것은 각국의 상황이 경기 침체 우려를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 기구들의 우울한 경제 전망이 잇따라 나왔고 연준도 경기 하강을 언급했다.


연준은 지난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최근 경기상황에 대해 "경제성장 속도는 여전히 느리고 실업률이 상승하는 등 고용시장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며 "가계지출도 매우 느린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그러면서 "전세계 금융시장 불안 등 경제 전망에 상당한 하방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이 경기부양을 위해 전날 내놓은 4천억 달러 규모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조치는 9%를 웃도는 미국의 실업률을 낮추는데 별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었다. 이런 일시적인 조치로는 고실업이 고착화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전세계 경제가 `새로운 위험국면(a dangerous new phase)'에 진입했고 금융시스템은 최악의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이후 가장 취약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세계 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하는 중국의 제조업 경기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 잠정치는 49.4를 기록해 3개월 연속 기준치인 50을 밑돌았다. PMI가 50을 웃돌면 경기 확장기를, 밑돌면 경기 수축기를 각각 의미한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은행 위기 우려까지 확산하고 있다. 무디스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시티그룹, 웰스파고 등 미국 3개 대형 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메디오방카, 인테사 상파올로 등 이탈리아 7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내렸다.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 파리바는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경고를 받은 뒤 큰 손들이 자금을 인출하는 뱅크런 상황을 맞았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동의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빌리려 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