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백악관 통역관 이이다 고넬료(飯田コーネリアス·80) 목사가 지진 쓰나미에 이어 방사능 노출 위험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 일본을 위해 함께 기도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이다 목사는 1930년 동경 출생으로,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와 칼빈신학교에서 구약을 전공했으며, 일본인교회 담임으로 시무한 바 있다. 10여년간 미일 정상회담, 7개국 경제정상회담 등 미 정부 유일의 일본어 담당 공식 통역관으로 집무했으며, 현재 미 애리조나에 거주하면서 매년 일본 규슈지역를 중심으로 성경연구, 집필, 간증집회 등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다음은 이이다 목사의 서신 전문.


선지자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도성 예루살렘이 이교도 군대에 의해 파괴되고 주민들이 끔찍한 살육을 당했을 때 긴 탄식의 시를 불렀습니다. 이 이야기는 여러분이 잘 알고 계시는 예레미야 애가입니다.

저는 이번에 일본의 동북 지방을 강타한 관측 사상 유례없는 대지진, 그리고 이에 따른 거대한 쓰나미로 인한 파괴와 계속되는 재난으로 인해 수많은 희생자가 나온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너무 놀란 나머지 한동안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아니, 말뿐 아니라 아예 감각 전체가 마비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심히 충격이 컸습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후 제가 살고 있는 애리조나의 집에서 동경에 있는 친척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습니다. 피해지역 후쿠시마에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케이코 씨로부터 예상외로 밝은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적어도 친척들은 무사하구나 하고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가운데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오직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 밖에 없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일본인 중의 한 사람으로서, 또 천지를 창조하고 삼라만상을 통치하시는 창조주 하나님을 믿고 섬기는 자로서, 저는 이 사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머릿 속에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채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습니다.

그 후 인터넷에 게재된 수백여장의 사진을 통해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비참한 현지상황을 눈으로 보았고, 또 일본에 있는 친구 슈우가 올린 쓰나미 현장 유투브 동영상을 봤습니다. 애써 정신을 가다듬으며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가슴이 너무도 아팠습니다.

여러분도 이미 언론을 통해 피해 현장을 보셨겠지만, 어느 60세 남성은 불과 몇 분전까지만해도 아내와 함께 즐겁게 살고 있던 집이 순식간에 쓰나미에 통째로 휩쓸려, 아내는 행방불명이 되었습니다. 그 분은 무너진 집 지붕에 기어 올라갔고 그 상태로 쓰나미에 밀려 바다 한 가운데를 떠다니며, 결국 그 지붕까지도 바다에 가라앉아 버렸습니다. 이틀동안 꼬박 먹지도 못하고 마시지도 못한채 표류하면서 "이게 바로 내 인생의 최후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저는 ‘내가 만약 그 지붕 위에 올라 저렇게 표류당하는 처지에 놓였다면, 나는 어땠을까’하고 생각하니 웬일인지 갑자기 슬퍼졌습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순식간에 잃어버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이번 사태로 인해 셀수 없이 수많은 동포들이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니, 가슴이 조여 옵니다.

욥기서에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욥이 도적의 칼과 바람에 쓰러진 건물에 깔려 사랑하는 자녀들을 하루 아침에 잃은 이야기가 기록돼 있습니다. 욥은 이러한 상황 가운데서도 “내가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왔사온즉 또한 알몸이 그리로 돌아가올지라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 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 (욥1:21)라고 하나님을 찬양하고 일절 원망하지 않았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그야말로 의인입니다.

예수님을 믿고 사랑하고 그 분으로부터 크신 은혜를 입은 우리는 욥과 같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찬양을 드리는 진정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여러분이 한국과 미국 땅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동일한 믿음 안에서 형제자매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은 말로 다할 수 없이 감사하고 행복한 일입니다. 이것을 생각하면서 지금 일본과 세계 각처에서 예수님을 모른 채 살아가고 또 죽어가는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복음을 듣고 복된 구원을 얻을 수 있도록 다함께 기도합시다. 주님은 우리 곁에 계십니다. 예수 그 분께 바로 우리의 소망이 있습니다.

예레미야 선지자도 말했습니다.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소이다. 내 심령에 이르기를 여호와는 나의 기업이시니 그러므로 내가 그를 바라리라 하도다 (예레미아애가 3장 22~24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