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에게 복음의 빛을 전하기 위해 북한말 성경 제작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PBI(Pyongyang Bible Institute, 이사장 이정환)가 올해 안에 신약 성경 번역을 끝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몇 년간 NIV, Message 등 유수 성경 출판사들과 다각적인 접촉을 해왔으나 한국 내 성경 출판기관들과의 저작권 문제로 진척을 보지 못했던 PBI는 지난 해 NET(New English Translation)와 극적으로 계약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북한말 성경 번역 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 PBI는 일차적으로 영어 교육 전문 기관을 고용해 북한 실정에 최대한 접근한 성경 번역을 한 뒤 미국과 한국에 있는 봉사자들을 풀가동해 검토 및 교정하는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버지니아에 본부를 두고 있는 PBI는 설립 이후 미국에서 유학 중인 한인 석 박사 과정의 한인들의 봉사와 지원을 얻어 번역 작업을 해왔다. 이들의 노력으로 몇 년 전 현재의 북한 말로 된 요한복음과 누가복음 성경을 제작했으나 정식 출판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탈북학자인 김현식 조지메이슨대 연구교수는 “민수기라고 하면 북한 사람들은 민씨 성을 가진 사람이 수기를 썼나 생각할 정도로 남북 간의 언어 갭이 크다”며 “이들이 성경에 대해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북한말 성경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어를 북한말로 직접 번역한 성경은 북한 주민들의 영어 교육에 이용되도록 하자는 목적도 내포하고 있어 그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성경을 번역할 때 의역을 하기보다 전치사, 부사 등 각 영어 단어의 활용 의도가 그대로 나타나는 ‘문자적’인 번역으로 북한 사람들이 쉽게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김 교수는 “북한 주민들은 외국어를 배울 때 러시아 문법 스타일에 준하는 방식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영어 학습 체계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렇게 영어에 매우 가까운 형식으로 번역된 성경은 다시 김 교수가 완전한 북한말로 바꾸는 작업을 한 후 최종 감수를 거쳐 책으로 나오게 된다.

한편 PBI 관계자들은 지난 5일 모임을 갖고 지금까지의 사업 진행 및 연구 과정을 발표하고 향후 계획들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발표자들은 NET와의 계약 절차 및 커미션 관계, 번역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 자원 봉사자들의 네트워킹 등의 사안들을 협의했다. 이날 모임에는 노스 캐롤라이나, 애틀랜타, 보스턴 등 각 지역에서 봉사자들이 참석했다.

<워싱턴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