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들은 군대 얘기와 축구 얘기하면 밤새는 줄 모르지만, 고달픈 이민생활은 우리 이민자들의 단골 이야기보따리이다. 단 돈 얼마 들고 이민을 왔다는 얘기부터 시작해서, 밟아라 삼천리 재봉틀의 애환, 고층빌딩을 오가면 유리 닦은 이야기, 남의 집 청소에 식당 설거지까지 허리가 휘어가며 억척같이 일했던 이민생활은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뜨이뜨와~” 따라 부르며 눈물 펑펑 쏟고 속이 후련해지는 것으로 달래곤 했었다. 그렇게 흘리던 눈물도 잠시, 다시 생활전선으로 아침 일찍 뛰어 나가 밤이 깊어질 때까지 부지런히 뛰는 우리 이민자들은 그렇게 힘들게 살아왔다. 하루 일을 마치고 언제 이 지긋지긋한 이민생활을 마치겠는가 한숨짓다가 갑자기 생전 해보지도 않았던 불평 섞인 외마디의 기도가 튀어 나온다.

“하나님, 어찌 제 손에는 물이 마를 날이 없습니까?”
“하나님, 너무 하십니다. 하루 만이라도 손에 물 안 묻히고 살아봤으면 좋겠습니다.”

부질없는 기도인줄 알면서도 사업 하다가 망했다는 아들 소식에 울컥 올라온 기도……. 더 이상 잇지 못하고, 한참을 그렇게 울었는데, 나중에는 하나님께 죄송한 생각마저 들면서 기도의 자리를 일어섰다.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세상에 우울해할 시간도 없이 다시 일하러 뛰어 나가다가 꽈다당 보기 좋게 넘어졌다. 넘어지면서 팔꿈치를 바닥에 박았는데, 어찌나 아픈지... 기도하면서 다 흘린 눈물이 어디에 남아 있었는지 한 방울 볼기를 타고 흘러내린다.

“하나님, 정말 너무 하십니다. 기운 펄펄 나게 해도 시원치 않은데, 그런 기도했다고 즉시로 바닥에 내동이치시고…….”
엄살도 잠시 아픈 팔을 주무르며 일터로 나간다. 일할 땐 몰랐는데, 점점 더 욱신거리는 통증이 심해진다. 병원에 가보라는 사람들의 권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동네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으며 버텨본다. 한의사가 여기 저기 만지며 아프냐고 물어도, 안 아프다고 거짓말하며 침만 며칠 더 맞았다. 그러나 잘 낫지 않는 팔꿈치를 수상히 여긴 한의사가 병원에 가서 사진을 찍어 보라고 한다. 할 수 없이 병원에 다친 지 2주 만에 찾아갔는데, 글쎄 팔꿈치 끝에 뼈가 좀 부셔졌단다.

결국 꼼짝 없이 기브스를 하고 나오는데, 의사가 몇 가지 경고를 준다.
“앞으로 기브스 풀 때까진 목욕하시면 안 됩니다.” “...?!?!”
그때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하루만이라도 손에 물 안 묻히고 살고 싶다했더니, 하루가 아니라, 앞으로 3주간 물 안 묻히고 살아보라고 하신 하나님의 기막힌 교훈에 뒤통수를 맞는 듯 했다.
“하나님, 매일 이 손에 물 묻히며 건강하게 사는 것이 복입니다. 다시는 불평하지 않겠사오니, 빨리 손에 물 묻히게 해주세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