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광선 목사, 이하 한기총)가 연평도 사태를 놓고 구국기도회를 가진 26일 오후, 통합과 고신, 합신 3개 교단의 이대위원장이 한기총을 항의방문했으나 별다른 항의도 하지 못하고 하릴없이 돌아갔다.

그런데 이들의 방문이 몇몇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이들의 사전 모의에 따른 것이라는 배후설이 제기되고, 그러한 설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포착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유한귀 목사(통합)와 박대용 목사(고신), 최재운 목사(합신)는 26일 한기총을 방문해 “한기총은 교단의 연합기관(협의체)임에도 불구하고 각 교단에서 이단 사이비로 결의한 자나 집단에 대하여 결의한 해당 교단에 문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해제를 시도한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로 사료되는 바”라는 내용의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통합, 고신, 합신 3개 교단 이대위원장들이 한기총에 항의방문했으나 별다른 의사 표명도 하지 못하고 하릴없이 돌아갔다. 사진은 한기총 이대위원 나두산 목사(합신)가 “교단을 통해 정식 접수되지 않은 문서는 절차상 받아줄 수 없다”고 외치는 모습.


이들의 방문 당시 한기총 사무실에는 대표회장과 총무는 없고 한기총 이대위원장 고창곤 목사와 상담소장 김항안 목사 등 이대위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기총 이대위원들은 “한기총 이대위의 이단 연구는 각 교단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당사자들의 의견도 청취하며 합당한 절차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항의 방문한 교단에서 조사해 달라고 해서, 조사한 뒤 결과가 나오니 “왜 조사를 하느냐”는 논리를 펴는 것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기총 이대위원들은 이 서한에 대해 “한기총은 아무 문서나 다 접수되는 것이 아니고 교단의 공식적인 절차를 밟은 것만 접수한다”며 교단 결의를 거쳐서 온 것이냐고 물었으나, 이들 3인의 이대위원장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자 한기총 이대위 전문위원인 나두산 목사(합신)는 “당신들이 이렇게 하는 것은 다 소위 ‘몇인방’이라는 사람들이 뒤에서 조종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결국 한기총 이대위에 다시 들어오려는 것”이라며 그 배후설의 주인공으로 최삼경 목사(통합), 최병규 목사(고신), 박형택 목사(합신)를 지목하고, “떳떳하다면 왜 정정당당히 올라와서 이야기하지 못하나”라고 했다.


▲통합, 고신, 합신 이대위원장들은 항의 방문에 앞서 최삼경 목사(통합, 왼쪽), 최병규 목사(고신, 가운데), 박형택 목사(합신, 오른쪽) 등과 사전 모임을 가져 배후설이 제기됐다. 사진은 사전 모임 중 계산을 하는 최삼경 목사, 모임 장소를 빠져나오는 최병규 목사, 박형택 목사.


실제로 나두산 목사의 이러한 의혹 제기에 설득력을 얻게 하는 정황들이 포착됐다. 먼저 배후 의혹이 제기된 3인 중 한 사람인 최병규 목사는 며칠 전 모 인터넷 신문에 게재한 글을 통해 한기총 임원회와 이대위의 결정에 대해 비난하며 항의 방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최삼경 목사, 최병규 목사, 박형택 목사는 이대위원장들 3인과 함께 이날 오전 연동교회 다사랑 까페에서 출입을 통제하는 가운데 은밀하게 모임을 가졌다. 그리고 모임을 마친 뒤 이대위원장들은 한기총 사무실로 올라갔고, 최삼경 목사, 최병규 목사, 박형택 목사 등은 한기총이 위치해 있는 한국기독교연합회관 1, 2층을 배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들 중 최삼경 목사는 통합측 이대위 서기였으나 월경잉태론 사상을 갖고 있다는 논란으로 인해, 최근 열린 동 교단의 제95회 정기총회에서 특별위원회가 구성돼 조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같은 인물이 근신 자중하지 않고 한기총 이대위를 압박하는 일의 배후로 활동했다면, 이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는 여론이 지배적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