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이전

창조 이전에 있었던 일들에 관한 지식은 하나님께서 계시로 주신 성경, 곧 하나님의 말씀과 그 하나님의 말씀의 저자이신 성령의 역사가 있어야만 알 수 있다. 물론, 이 말이 성령의 역사가 없이는 사람들이 성경을 통해서 하나님에 대한 어떤 지식도 획득 할 수 없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성령의 역사가 없이는 어떤 사람도 성경을 통해서 얻게 되는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사실(진리)로 받아 들일 수 있는 믿음을 가질 수 없다는 말이다. 성령의 역사가 없으면, 성경을 통해서 이성의 활동을 통한 머리의 지식은 얻을 수 있으나, 마음으로 믿는 가슴의 지식은 얻을 수가 없다.

성경은 객관적인 진리로서 하나님의 계시이다. 사람이 성경에 기록된 말씀의 내용을 사실로 믿던지 않믿던지, 알던지 모르던지, 깨닫던지 깨닫지 못하던지, 그것은 사실이며 진리이다. 다시 말하면, 창세 이전부터 하나님은 계셨다, 그 하나님은 삼위일체 하나님으로서 서로 사랑하시며 서로를 영화롭게 하시는 분이셨다, 그 하나님의 사랑하심과 영화롭게 하심의 큰 배경 속에서 만물 및 인간 창조가 계획되었다, 그리고 하나님은 인간 창조 이전부터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인간의 구속 계획을 가지고 계셨다, 라고 하는 성경에 기록된 일련의 지식들은 성경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사실이고 진리라는 말이다. 이런 사실에 대한 지식은 성경을 떠나면 동서고금을 통털어서 그 어느 책이나 기록이나 과학적인 연구 방법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성경의 이런 독특성 때문에 성경은 하나님의 “특별계시,” 혹은 “초자연 계시”라고 불려진다. 하나님께서 특별한 방법으로, 혹은 초자연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이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나님만이 알고 계시는 것들을 사람들에게 나타내 보여 주셨다는 뜻이다.

성경은 하나님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길이 또 하나 있다고 가르친다. 신학자들은 그것을 흔히 “일반 계시,” 혹은 “자연 계시”라고 불러 왔다. 그것은 사람이 삶의 환경을 이루고 있는 자연 만물이나 사람 자신의 양심을 들여다 보면 거기서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하는 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로마서 1:18~23의 본문이다. 이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일찌라도 그들이 경건하게 살지 않고, 불의하게 사는 모든 악한 일들에 대해서 하나님의 심판을 면할 수 없다고 말씀한다. 그 이유는 그들이 성경이 아니더라도, 만물을 보면, 또 자신들이 마음으로 하고 있는 일들을 보면, 하나님이 계신 것과 그 분의 능력이 어떠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하나님으로서 인정하지도 않고, 하나님께 합당한 영광을 돌리지도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별히 두 가지를 지적하고 있는데, 하나는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을 우상화 하는 것이다. 전자는 자신들의 범죄를 정당화 시키기 위한 의식적인 마음의 활동이고, 후자는 자신들의 양심의 죄책을 경감시키거나 둔화시키기 위한 종교적인 활동이다. 전자가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함으로서 하나님이 마음에 두신 양심의 선언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후자는 하나님의 존재를 왜곡 시킴으로서 하나님을 사유화 하여 양심의 죄책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전자는 사람들이 무신론을 주장하는 이유를 설명하여 주고, 후자는 사람들이 많은 종교를 만들어 내게 된 이유를 설명하여 준다.

여기서 눈 여겨 보아 두어야 할 것은 자연 만물에 나타나 있는 “하나님의 능력과 신성”(로마서 1:20)을 아는 지식만으로는 성경이 말씀하고 있는 창조주 하나님을 바르게 예배하며 사는 삶이 불가능 하다고 하는 것이다. 자연을 보면, 인간보다 큰 존재로서 하나님(신)이 계신다고 하는 것을 알 수는 있지만, 그 분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자연 계시의 불완전성이라고 부른다. 자연 계시가 불완전하다고 하는 것은 하나님의 특별 계시인 성경이 없이는 하나님을 바르게 알 수 없다고 하는 말이다. 자연 계시는 특별 계시인 성경의 빛에 비추어서 해석되어 질 때 비로소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얻을 수 있는 한 가지 정당한 수단으로 인정 받게 된다.

하나님은 계시지만 그 분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하는 인간의 무능력 때문에, 사람들은 하나님을 두려워하여 자기들을 정당화 할 나름대로의 길은 찾지만, 하나님과 더불어 사는 삶의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특별 계시인 성경이 없이는 사람들이 왜 하나님을 두려워 하여 피하려고 하는지, 하나님에 대한 진리를 왜곡 시키고 싶어 하는지,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서도 나름대로 자기들의 입장을 정당화 하거나, 나름대로의 신을 찾고 종교에 귀의하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특별 계시인 성경을 보면, 왜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또 성령의 역사를 따라 하나님의 말씀을 깨닫게 되면, 사람이 그렇게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이 세상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왜냐하면,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은 이미 창세 이전부터 사람이 범죄 할 것을 알고 계셨지만, 삼위일체 하나님의 심오한 사랑과 서로를 영화롭게 하는 오묘한 경륜 속에서 사람을 지으시고,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사랑을 통하여 그 범죄한 사람들을 구원 할 계획을 가지고 계셨던 분이라고 하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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