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NP 2만 달러 시대를 맞고 있는 한국. 그러면서도 자살 증가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대략 하루 35.1명 정도가 자살로 사망한다고 합니다.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도 이처럼 높지 않은 자살이 유독 한국에서, 한국인들에게서는 왜 이렇게 늘어나고 있는 걸까요?

전문가들마다 다양한 이론과 원인을 분석해 내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꼽히는 몇가지 이유들이 있습니다.

1. 과도한 경쟁 위주의 사회
한국사회는 그 어떤 나라들보다 경쟁이 심한 곳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다른 친구들과 비교 당하고, 형제들과도 묘한 경쟁관계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이런 지나친 경쟁 속에서 지내다 보면 친밀한 인간관계의 형성이 어려워지고 소외감을 느끼게 되기 싶습니다.

또한 성공이나 승리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감이나 상대적인 박탈감 등의 비관적인 감정을 많이 느끼게 되고, 이것이 곧 염세주의나 패배주의 같은 우울한 감정에 빠져들게 되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일반적으로 산업이 발달하고, 경쟁사회의 구도가 자리 잡은 사회일수록 자살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 한국 문화의 독특함
전통적으로 체면을 중시하고, 정신 수양을 기본으로 한 한국인들은 정신적인 연약함이나 결함을 밖으로 쉽게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자신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강한 자존심과, 약하거나 결함이 있는 정신을 수치스러워하는 관습 때문에 과도한 스트레스, 우울증, 심리적 불안감 등을 이유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것을 꺼려하는 게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자신은 건강해진 사람들조차도 주변에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외부의 도움을 받으라고 권하기를 어려워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간혹 자신의 어려움을 어렵게 가족이나 주변에 털어놓으면 비웃음을 사거나 오히려 너무 약하다는 핀잔을 받기도 하여 더욱 자신 깊숙이 힘든 문제를 숨기게 되어 더욱 악화된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3. 경제적 부담감
최근 들어 눈에 띄는 자살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경제적 이유입니다. 특히 미주 한인사회에서 급증하는 자살의 원인이기도 한 경제적 부담감.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청년실업의 여파로 희망을 잃고, 자기 비관이나 우울증으로 앓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6월 마지막 주에 들려온 한국의 유명 한류스타의 자살소식의 충격과 슬픔이 가시지 않는 오늘, 우리는 어떻게 이런 비극적인 자살을 예방할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에 의하면 많은 경우 자살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은 한 번에 자살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에 걸쳐 시도하고 또한 사전에 주변인들에게 은근히 암시를 비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자살에 관한 이런 암시들을 대게는 무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무관심이나 무시는 자살하려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절망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습니다.

주변에 누군가가 절망하거나, 우울함을 호소한다면 관심을 갖고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술이나 약물 복용이 늘어난 경우,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경우에도 주변에서 조심스럽게 관찰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위에 이런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증상을 보이는 분들이 있는 경우에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그들에게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제시하거나 성급한 조언을 해주는 것보다는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을 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왜’냐는 질문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질문은 심리적인 방어 자세를 취하도록 만들어 진솔한 대화를 나누기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기보다는 친구나, 가족, 정신과 전문의나 상담가들에게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하여 극단적인 결과가 생기지 않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미 사건이 벌어졌을 때는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주변의 작은 관심과 심리적 지원이 비극적인 사건을 방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제는 ‘자살’을 예방하는데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한인가정상담소(www.kafscla.org)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