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오랜만에 디지탈 카메라를 새로 구입했습니다. 디지탈 카메라의 편리함을 즐기면서 새삼스럽게 아날로그와 디지탈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단어들은 공학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여 지금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말이 되었습니다. 아날로그(Analog)라는 말의 어원은 analogy(유사성)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말로서 ‘똑같지 않고 유사한’이라는 뜻입니다. 이 용어는 원래 매체파의 변조가 소리 그 자체의 변동과 유사하다(analogous)는 말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디지탈(Digital)이라는 말은 원래 손가락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손가락을 디지트(Digit)라고 불렀습니다. 후에 라틴어에서는 그 영향을 받아서 손가락을 꼽아 수를 헤아리는 것을 디지투스(Digitus)라고 하였습니다. 여기에서 지금의 디지탈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입니다.

정보를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서 아날로그가 모양으로 표시된다면 디지탈은 정확하게 수치로 표시되는 것을 말합니다. 흔히 Digital의 가장 상징적인 존재이며 가장 익숙하고 흔한 것이 바로 음악 CD와 MP3입니다. 과거의 LP나 SP 방식의 아날로그 음반들이 신호의 강약과 고저, 그리고 장단을 음반 표면에 홈을 파는 방식으로 새겨서 기록한 반면, CD나 MP3는 그 신호를 수치화해서 그 정보를 읽을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집을 가지고 그것을 설명한다면 "창 턱에는 화분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가 있는 분홍빛의 벽돌 집을 보았어요" 라고 설명하는 것은 아날로그 적인 것입니다. 디지탈적인 해석은 "방이 3개이며 화장실은 2개인 20만 달러짜리 집을 보았습니다"라는 것입니다. 사람을 설명할 때도, ‘그 사람은 시쓰기를 좋아하며 여행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는 다정다감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라는 표현은 아날로그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키가 180센티미터이며 몸무게가 80킬로그램이며 연 수입은 10만달러입니다.’라는 표현은 디지탈적인 설명인 것입니다. 정보를 전달하는 신문이 아날로그 방식이라면 인터넷은 디지탈 방식인 것입니다. 디지탈이란 아날로그적 대상에 대한 계수화를 의미합니다.

사람에 따라서 아날로그적인 시각을 가지고 살기도 하고 디지탈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보면 살기도 합니다. 공학에서의 디지탈 혁명으로 인해 공간과 시간의 개념이 바뀌는 이 시대에 여전히 우리에게는 아날로그적인 것이 그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아직도 아날로그 방식이 편안합니다. 그것이 과거에 해오던 익숙한 삶의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디지탈시대에 빠른 변화를 겪으며 더디가는 여유로움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언제가 모임에서 예배를 드릴 때 한 분이 전자수첩을 꺼내어 그 곳에서 찬송가를 보며 찬송을 부르고, 또 그 전자수첩 안에 저장된 성경을 읽으며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러나 필자는 아직도 성경책을 들고서 성경을 읽은 것이 익숙해 있어서인지 그런 시도를 하지 못했습니다.

이 시대에 디지탈이 생산성과 효율성, 그리고 진보의 이미지가 강조된다면, 아날로그는 인간적이고 감성적이고 관계중심적인, 그리고 보수적인 이미지를 갖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두가지는 서로 보완적이며 함께 가야하는 것입니다. 바로 지금 이 사회는 아날로그 중심의 시대에서 디지탈 중심의 시대로 변화하는 디지로그(Digilog)시대입니다. 아날로그적인 삶이 익숙한 사람들과 그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디지탈적인 삶이 익숙한, 그리고 그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다름(difference)을 서로 존중하며 디지로그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