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와 평신도 간의 갈등으로 뒤숭숭한 시카고 교계에 간만에 훈훈한 소식이다. 회갑을 맞이한 담임 목회자를 위해 성도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성지순례를 보내 준 일이다. 그 주인공은 은혜침례교회 성도들과 최정호 담임목사다.

목회자들이 목회의 재충전과 영성 훈련을 위해 자비량으로 혹은, 교회의 도움을 받아 성지순례를 다녀 오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다. 그러나 최 목사의 경우는 목회자가 교회에 요청한 것도 아니고, 교회의 헌금으로 한 것도 아니었으며, 담임목사를 지지하는 특정 누군가가 거금을 내서 한 것도 아니었다. 25년 전, 은혜침례교회를 개척해 자체 성전을 보유한 오늘에 이르기까지 불철주야 외길 이민목회를 해 온 최 목사를 위해 성도들이 최 목사 몰래 조금씩 돈을 모았다. 최 목사가 나중에 알고 “경기도 안 좋은데 이런 걸 왜 하느냐”며 돈을 돌려 주려 하자 성도들은 “이미 다 걷은 돈이라 돌려 줄 방법도 없고 목사님 위해서 주는 게 아니라 목사님이 성지순례 하고 오시면 우리가 더 은혜로운 목회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드리는 것이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최 목사는 이집트, 요르단, 이스라엘 등지를 13일에 걸쳐 순례하고 왔다. 그는 이번 순례 일정 가운데 가장 은혜를 받은 곳으로 “광야”를 꼽았다. 그는 “미국에 살면서 늘 좋은 것만 보다가 몇시간을 달려도 돌만 있는 광야, 산까지도 돌로 된 그런 광야를 보면서 두렵고 경외해야 할 하나님을 묵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모세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 약속의 땅을 바라보기만 하고, 자신은 들어가지 못하면서도 12 지파를 위해 기도했던 느보산을 보면서 목회자의 순종의 도를 생각했다고 한다.

최 목사는 사모와 함께 성지 순례 전문 여행사의 도움을 받아 이번 순례를 다녀 왔는데 특별히 순례자들을 대상으로 시내산에서 말씀을 증거하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구약과 관련된 성지 중심으로 순례를 했다. 이에 대해 최 목사는 “여행과는 거리가 먼 ‘거친 현장의 경험’을 통해 적지 않은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순례 기간 중에도 최 목사는 성도들 가정에 일일이 안부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도들은 멀리서 전해 오는 최 목사의 증거를 통해 성지 순례의 은혜를 함께 나누는 것으로 더 큰 기쁨을 누렸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