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저는 장애인 사역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밀알선교단 이사장이란 중책을 맡기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번에도 어떻게든 거절하고 싶었습니다. 왜냐면 저는 어릴 때 장애인인 아버지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놀림 받았던 상처가 깊게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2월 10일 밀알선교단 이사장에 취임한 전성철 목사(여수룬교회)는 취임사 순서에서 “취임사는 나중에 밀알세계(밀알선교단이 지역별로 발간하는 월간지)에 내도록 하겠다. 대신 짧게 드릴 말씀이 있다”면서 말을 꺼냈다. 전 목사는 이번 이사장직을 놓고 취임예배를 드리는 10일 새벽까지 기도했다고 말했다. 전 목사의 아버지, 전은상 목사는 한국에서 49년간 목회한, 한국 고신총회의 원로 목회자로 부산 용호남교회를 크게 성장시킨 장본인이다. 복음병원 이사장, 에반겔리아대학 이사장 등 고신총회가 주력해 온 사역의 중심에는 늘 그가 있었다. 과거로 올라가면 순교적 신앙의 대명사로 불리는 한상동 목사가 오른팔처럼 사랑한 목회자다. 그러나 그는 소아마비로 장애를 갖고 있다. 전성철 목사는 밀알선교단 이사장에 취임하는 날,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그는 자신이 장애우 사역이 적합하지 않다 했지만 그가 시무하는 여수룬교회는 지난 수년간 밀알선교단의 활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후원한 교회 중 하나다. 토요사랑의교실, 화요모임 등 밀알 정기 모임에 교회를 늘 개방해 왔고 밀알선교단의 주요 행사 때마다 물질과 기도로 도와 왔다. 그러나 막상 이사장이란 중책을 앞두고 그는 누구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을 솔직히 드러냈다. 그의 간증은 계속됐다.

“제가 남아공에 집회를 갔을 때, 한 장애우를 만났는데 그 모습이 너무 딱해서 그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저는 원래 치유 은사와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 식물인간이 되어 말을 못하던 그가 기도를 받고 ‘엄마’라고 한 마디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그의 어머니는 기절했습니다. 평생 한번이라도 들어 보고 싶었던 ‘엄마’라는 말에 감동과 서러움이 북받쳤던 것입니다. 저는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엄마’라는 말 한마디를 하고 싶은 장애우들과, 그 말을 한번이라도 듣고 싶어 하는 어머니들에게 감동을 주는, 행복을 주는, 위로를 주는 그런 밀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전 목사의 고백과 간증, 다짐 후, 취임식장은 더욱 숙연해졌다. 한편, 이날 이취임예배에서는 지난 4년간 밀알선교단 이사장으로 수고한 서창권 목사에게 감사패가 전달됐으며 신광해 교협회장, 한윤천 교역자회장 등 교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새로 취임한 전 목사에게 축하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신임이사장 전성철 목사가 전임이사장 서창권 목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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