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가 이슈가 되고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시대, 한국은 5백만 코리안 디아스포라 시대를 맞이 했다.

세계 어느 국가에서든 특유의 민족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개척, 조화 혹은 동화의 길을 걸어온 코리안 디아스포라. 더이상 무관심으로만 일관할 것이 아니라 세계선교, 선교한국의 주추로서 이들을 바라보고, 선교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질 때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잠재력은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코리안 디아스포라에 관심을 갖고, 내면의 정서를 깊이 이해하며 그들의 필요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본지는 외대선교센타가 주최하고 전문인선교훈련원(GPTI), 성결교회와역사연구소, 세계문화콘텐츠연구개발센터가 주관하여 매월 개최되는 코리안 디아스포라 포럼 1회부터 4회(2004년 11월~2005년 4월)에서 발표된 내용을 연재하기로 했다. 이 포럼에는 이승렬 목사(대치동교회, 전 숭실대겸임교수)의 '디아코니아와 디아스포라 선교', 이만열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의 '한민족 디아스포라', 정상운 교수(성결대, 한국성결신학회 회장, 한국복음주의역사학회 회장)의 '한국교회 역사와 코리안 디아스포라', 이인호 교수(명지대 석좌교수, 전 주러시아 대사)의 '러시아와 구 소련 지역의 우리 민족 디아스포라와 민족적 정체성 문제'가 발표됐다. - 편집자 주

디아스포라의 의미와 성서적 이해

디아스포라의 원래 의미는 팔레스타인 바깥 지역에 살면서 유대의 종교적 규범과 관습을 지키는 유대인을 가리키는 것과 하늘나라를 고향으로 이 땅에 흩어져 사는 모든 교회를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성경에서는 야고보서 1장1절과 베드로전서 1장1절에 각각 '지역(장소)'과 '흩어져 살고 있는 뜻'으로 디아스포라라는 단어가 쓰였다.

오늘날 디아스포라는 학계에서 퇴뢰리안의 정의에 따라 '이주민, 국외로 추방된 난민, 초빙 노동자, 망명자 공동체, 소수 민족 공동체와 같은 용어도 포함하는 보다 넓은 어원을 가진 의미'로 정의하고 있다.

한편, 바벨론 포로 이후 흩어진 유대인들은 헬레니즘의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팔레스타인의 유대인들보다 더 순수하게 혈동을 지킬 수 있었으며, 이들은 탈무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들의 삶은 어디에 흩어져 있더라도 유대민족은 아브라함의 자손이며 이스라엘 민족이라는 정체성과 결속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어느 정도의 자치권과 회당을 중심으로 고도의 내적 조직력을 갖추고, 일반적으로 경제적 하위계층이었다는 특징이 있다.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은 헬라어로 구약성서 70인역을 만들었다.



▲이만열 위원장(국사편찬위원회)은 "세계의 역사는 적극적인 이민자들에 의하여 변화되고 발전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크리스천투데이 자료사진
이 외 흩어진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은 가는 곳마다 회당을 지어 전통적인 유대교 교리 학습과 문화 교류와 훈련을 했으며, 이것은 초대 기독교회의 교두보가 된 이방 선교에 귀하게 쓰임 받은 것이다.

국사편찬위원회 이만열 위원장은 성경의 이민을 예로 들어 정치, 사회적으로 이민 현지에 공헌한 현지적응형과 고국으로 돌아가려는 고국귀환형의 이민 형태를 설명하기도 했다.

◇현지적응형(요셉, 다니엘)=이민 1세, 1.5세로 신앙과 학식, 경륜으로 기존 사회 질서와 가치 변화에 공헌하는 것. 현지에서 가장 성공했으나 정신적 유산은 이스라엘 전통 가정교육과 신앙교육이라 할 수 있다. 이들에 대해 성경은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지 않으며, 오히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심으로 공헌이 가능했다고 강조한다.

◇고국귀환형(모세, 에스라, 느헤미아)=전통과 신앙을 잃지 않고 이민지에서 보장된 출세를 거부하고 민족의 아픔에 동참하여 고국으로 돌아오는 유형이다. 당대 최고 교육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전통과 신앙을 잃지 않고 백성을 이끌고 고국으로 돌아온다.

이 두 유형의 공통점은 신앙, 전통 및 모국어를 고수한 것으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이중언어 구사가 가능한 자들인 점이다. 요셉, 모세, 아론, 미리암도 이중 언어를 사용하고, 바빌로니아에서 강제 이민생활을 한 유대인들도 마찬가지로 이중 언어를 사용했다고 이만열 위원장은 설명한다.

또한 신앙과 여기에 뒷받침 된 문화의 갈등, 이민현지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번성했기에 민족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민족문제는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신앙과 민족사를 확고히 하며 민죽문화를 정리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디아스포라의 세계사적 의의

이만열 위원장은 "세계의 역사는 적극적인 이민자들에 의하여 변화되고 발전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고대 중동지방에서 힛타히트 족의 이동을 비롯하여, 서구중심의 세계사는 4세기경 게르만족의 이동으로 거론한다. 노르만족의 이동도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 큰 자극과 변화를 주고, 영국에 노르만 왕조를 세우고, 오늘날의 영어가 형성됐다.

아메리카 대륙은 17세기 초에 유럽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근간을 이루었고 옛 소련은 동부 시베리아의 연해주 지역에 살던 한국 사람들이 1937년경 카자흐스탄과 타쉬켄트 등 중부 소연방 지역으로 강제 이주된 것이다.

한 사회학자는 '어떤 사회가 시들지 않고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같은 국토 내에서 시골출신의 사람들이 도시로 이동해 가기 때문'으로 모험성과 창의성을 갖고 있는 시골출신의 사람들이 기존질서에 순응한 채 모험성과 창의성을 상실해버린 도시의 소시민들을 자극하여 끊임없이 사회, 문화, 정치를 변화, 개혁시켜 간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민자들이 한 사회나, 전 세계 역사에 끼친 영향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며 "세계사에 대한 이 같은 통찰력을 가지고 이민을 이해할 때, 우리 이민자들은 자부심을 갖게 될 것"으로 말했다.(계속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