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서 대선 부정 시비로 촉발된 종족 분쟁에 따른 희생자 수가 8백 명을 육박하면서 대량학살 사태에 대한 국제적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케냐교회는 3일 성명을 발표하고 사태의 악화를 막기 위한 교회의 노력을 강조하는 한편 세계 교회의 도움을 요청했다.

케냐교회협의회(NCCK) 피터 카란자(Karanja) 총무는 성명에서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국민 모두가 케냐의 화해, 치유, 회복, 신뢰 형성을 위해 교회가 나서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히고 “케냐교회가 이같은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에큐메니컬 파트너들의 지속적이고 헌신적인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작년 12월 27일 치러진 대선에서 음와이 키바키(Kibaki) 현 대통령이 개표 초반 당선이 유력시됐던 야당 지도자 라일라 오딩가(Odinga) 후보를 막판에 근소차로 누르면서 재선에 성공하자 이에 반발한 야당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이면서 시작됐다.

시위는 점차 키바키 대통령을 지지하는 키쿠유족과 오딩가 후보를 지지하는 타 종족 간의 분쟁 양상으로 번져 현재까지 8백 명 이상이 사망하고, 30여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교회의 피해도 컸는데, 주로 난민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면서 사태와 관련한 범죄의 대상이 됐다. 지난달 초 수도 나이로비 근방 엘도레트에서는 수백 명의 키쿠유족 사람들이 대피해 있던 교회에 폭도들이 지른 불로 50여 명 가량이 숨졌으며, 같은 지역의 다른 교회에서 지난 3일 비슷한 방화 사건으로 두 명이 사망했다.

또 피해 지역에서 선교사들이 철수하고, 인근 아프리카 국가로 대피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사태 종결을 위한 국제적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립 중인 케냐 여야 간의 화해 시도는 여러 차례 무산돼 왔다. 그러나 최근 UN 코피 아난(Annan) 전 사무총장의 중재로 여야 간 평화 협정이 성사되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1일 발표된 협정서에서 야당 측은 불법적 민병대의 해산과 폭력사태와 관련된 범죄의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또 아프리카연합(AU)에 평화유지군의 파병을 요청하기도 했다.

현재 케냐교회들은 서로 다른 부족 출신의 교계 지도자들 간에 회담을 개최하며 부족 간 화해를 모색하고 있다. NCCK의 카란자 총무는 “나라가 대량학살의 직전에 있는 만큼 교회가 여러 수준에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냐 성공회 벤자민 은짐비(Nzimbi) 대주교는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재로 이뤄진 이번 평화 협정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세계 교인들의 기도를 요청했다. 그는 “우리는 케냐를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이를 위해 에큐메니컬적인 차원에서의 기도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지난 달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데스먼드 투투(Tutu) 주교 및 세계교회협의회(WCC) 사무엘 코비아(Kobia) 총무는 케냐를 방문해 여야 지도자들과 회동했으며, WCC가 주축이 된 에큐메니컬 대표단은 케냐를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의 일정으로 방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