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가족은 다른 직업인 가족과는 달리 교회 일에 원하든, 원치 않든 깊은 연관을 가지게 된다. 공무원, 사업가, 의사, 노동자, 직장인 가족은 일하는 직장 형편과 동료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또 사람은 함께 일하는 동료 가족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목사 가정인 경우에는 전혀 다르다. 교인은 목사 아내나 자녀에 대해서 듣게 되고, 보게 되고, 나아가 칭찬이나 비판을 하게 된다. 또 목사 가족은 남편이나 아버지가 하는 설교를 직접 듣고 교회 일을 보고 느끼며, 그가 하는 일에 대한 교인 평가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듣게 된다. 목사의 가정은 일반적으로 사생활이 잘 보장되지 않는다. 어떤 교인들은 목사가 전적으로 교회의 일에만 헌신할 것을 암암리에 강조하기도 한다.

<목회를 위해 가정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평신도 중에 57.9%가 ‘둘 다 희생되어서는 안된다’고 대답했고, 33%가 ‘전적으로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또 <당신의 교회 목사님께서 부친의 병환으로 토요일에 시골로 내려가면서, 주일예배 설교를 다른 목사님께 부탁했다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아들로서 토요일에 내려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45.3%, 주일 저녁에 내려가야 한다는 사람이 30%, 그리고 모(母)교회에서 주일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사람이 8.2%였다.

목회를 위한 가정의 희생에 대해 신학생 37%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보았고, 5.6%는 ‘전적으로 불가피하다’고 했다. 57.9% 신학생은 ‘둘 다 희생되어서는 안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여전히 목사가 가정 일에 신경 쓰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교회를 위해 가정 희생을 요구하는 교인은 많다. 이러한 일은 목사 아내나 자녀에게 긴장을 가져오고 심리적인 압박감을 주게 된다.

셀리(Marshall Shelly)는 1980년대 중반에 미국 목사를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하면서, 목사가 가정과 관련해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 무엇인가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응답한 목사 83%가 시간적인 제약 때문에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또 교인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에 대해 53% 목사가 ‘그렇다’고 답했다. 배우자와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부담을 가진 목사가 53%, 자녀와 관계 개선 부담이 50%였다. 도덕적인 가정을 이뤄야 한다는 부담감을 호소한 목사도 46%였다.

먼저 목사와 가족 구성원 간에 갈등이 발생하는 가장 근원적인 이유는 첫째, 목사가 하나님 앞에 올바르게 서지 못해 그의 마음에 죄책감과 불만과 원망이 있기 때문이다. 목사가 이런 마음의 불안정과 분노를 교인에게 직접 표출하는 것은 목회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런 감정은 하나님께 부르짖음을 통해 해결되고 운동이나, 예술 또는 취미생활을 통해서 승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목사 마음속 분노는 보통 그 아내나 자녀을 향해서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목사는 자신 마음속 잘못된 에너지를 가족에게 쏟아놓고, 굴종 혹은 침묵을 요구하기가 쉽다. 이럴 때에 그들 사이에는 심각한 갈등 상황이 형성되며 보통 자녀들 반항과 탈선으로 나타난다. 이를 해결하려면 목사가 먼저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중심에 분명히 서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마음에 평화를 잃고, 사람 눈치를 보며 두려워하게 되고, 그들의 조그만 비난에도 과민 반응을 보이게 된다.

둘째로, 목사 부인 역할과 관련해 갈등이 발생한다. 목사 아내가 교회 일에 무관심하여 교인에게 덕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목사인 남편에 대한 불만이나 분노를 가진 부인은 목회에 걸림돌이 된다. 또 부인이 교인으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아 ‘인간관계 기피증’에 걸려서 목회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이와는 반대로, 지나치게 목회에 관여하는 부인도 있다. 어떤 부인은 성령의 은사를 빙자해 성경보다 자기가 받은 환상이나 계시에 권위를 더 부여해 교회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부인이 당회장 위의 당회장 노롯을 하려는 나머지, 목사 자신뿐만 아니라 교회에 골칫거리가 되기도 한다. 이런 양극단 태도는 목사에게 큰 부담을 주고 갈등을 불러 일으킨다.

건강한 가정, 건강한 목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목사와 그 아내 관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목사는 에베소서 5장에서 밝히고 있듯이 그리스도가 교회를 사랑하듯이 아내를 사랑해야 한다. 목사는 아내를 이용해 목회에 성공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런 생각을 가지면 아내를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아내가 일을 잘못하거나 실수하면, 싫어하거나 심지어 미워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럴 때 부인은 쉽게 주눅이 들고 점점 목회에 관심을 잃어버리게 된다.

목사는 아내에 대해 ‘불구하고의 사랑’(love in spite of)을 가져야 한다. 아내의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해 목사가, 그녀가 실수하며 교인이 비난할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를 품어주고 격려해 주면 갈등 소지가 줄어들며, 진정한 목회 동역자로 점점 성장하게 된다. 목사는 아내와 매주 또는 격주로 개인적인 시간을 가져야 한다. 두 사람이 외출해 식사하며 산책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밀한 사귐이 필요하다. 개인적인 생각과 자녀양육, 그리고 교회 미래에 대한 꿈을 함께 나눠야 한다. 그리할 때 목사 가족 사이에 이른바 ‘팀 스피리트(Team spirit)’가 형성된다.

목사 부인이 지나치게 활동적인 성격을 가진 경우에도 목사가 개인적인 관심을 갖고, 아내를 돌보며, 덕을 세울 수 있는 사역을 맡기면서 동역자로 세울 때에 효과적인 목회를 할 수 있다. 그가 가진 은사나 에너지를 비판하고 억압하려고만 한다면 일시적으로는 가정과 교회가 잠잠할 수 있겠지만, 얼마 있지 않아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선천적으로 활동적이거나 성령 은사를 받은 사모 경우, 합당한 사역을 맡겨 일을 하게 하면서 당회가 공식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경제적인 문제가 목사와 그 가족 사이에 갈등을 야기시킨다. 미국 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미국 내에서 목사 그룹 평균 임금 순위는 325위라고 한다. 이것은 농장노동자, 조리사, 웨이터 그룹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교육 수준을 비교화면 목사 그룹은 전체 직업군 중 상위 10위권 안에 든다. 이 통계는 목사가 그들이 받은 교육에 비해서 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한 표본조사에 의하면 미국 목사 아내 중 60%가 직장 생활을 하는데, 그들 중 3분의 2가 경제적인 이유로 일한다고 밝혔다.

한국교회 목사 가정도 경제적인 면에서 대체로 열악한 상황에 있다. 담임목사가 아닌 부교역자 아내인 경우, 일반 직장을 가지는 것을 오늘날 대체로 허용하는 추세이다. 대부분 목사는 소명을 따라 교회를 섬기므로 어떤 경제적인 형편에서도 자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명이 뚜렷하지 않은 목사 아내나 목사를 아버지로 둔 자녀는 다른 사람과 자신 경제적인 형편을 비교하는 중에 실망과 열등감을 느낄 수 있다.

나아가 목사와 교회와 하나님께 대해 반감을 가지므로 갈등을 유발하기 쉽다. 목사가 자녀를 경제적으로 충분히 지원해 주지 못해서 부모를 불신하고 무시하는 갈등을 겪는 경우도 많다. 경제적인 이유로 말미암은 가족 간에 갈등은 무엇보다도 목사가 하나님 중심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나아가 자녀가 청소년기에 이르렀다면 가정의 경제적인 형편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또한 경제적으로 자립정신을 점진적으로 키워주는 것이 필요하다.

가족 경제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목사가 교인 앞에서 지나치게 돈을 밝힌다던가, 실질적인 도움을 자녀에게 주지 못하면서 허세를 부리려고 한다면, 결국 피차 어려움에 부닥친다. 목사와 그 가족이 하나님 특별하신 부르심에 대해 긍지를 가지고 자족하는 마음을 가질 때에, 현재 고난은 얼마 있지 않아 그 고난과 비교할 수 없는 영광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고려신학대학원 현유광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