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부르기 전에 내가 응답하며, 그들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내가 들어주겠다." (사 65:24, 새번역)

시애틀 지구촌교회 김성수 목사
(Photo : 기독일보) 시애틀 지구촌교회 김성수 목사

작년 12월부터 24년간 목회해 온 장소를 떠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지난 9월, 그 느낌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두렵지 않았습니다. 목자들이 당연하다는 듯 "우리 집에서 예배드리면 되지요" 하는 말에 큰 위로를 받았고, 신약교회를 살아 보게 되었다는 설렘마저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정예배에 초대받은 새 가족들의 당황한 얼굴을 보고 알았습니다. 우리는 좋지만, 이대로 계속 가기는 어렵겠구나. 그래서 성도들에게 경청 21일을 제안했습니다. 기도 제목은 하나였습니다. "주님이 예비하신 새 예배터로 우리를 인도해 주십시오."

그 기도를 시작한 첫날, 하나님은 그동안 준비해 오신 일을 드러내셨습니다. "이렇게 쉽게 열린다고?" 그러나 속사정을 보면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가 현실 감각을 갖기도 전에 하나님은 이미 바쁘게 움직이고 계셨습니다. 이사야 65장의 이 말씀은 포로에서 돌아온 백성에게 새 하늘과 새 땅을 약속하시며 주신 말씀입니다. 이번에도 우리가 입을 떼기 전에 응답은 와 있었습니다.

성경의 하나님은 늘 그렇게 일하십니다. 엘리야가 사르밧에 가기 전 과부에게 미리 명해 두셨고(왕상 17:9), 베드로가 고넬료 집에 닿기 전 양쪽을 다 준비시키셨습니다(행 10장). 그렇다면 한 교회가 정든 장소를 떠나는 일도 실패가 아닙니다. 새 길을 내시려고 책장을 넘기시는 것입니다.

24년간 우리를 품어 준 교회에, 새 장소에서 우리를 맞아 준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그 한가운데서 모든 과정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저는 묻고 싶습니다. "주님, 왜 우리를, 우리 교회를 이처럼 사랑하십니까?" "이 크신 은혜를 무엇으로 갚을 수 있을까요?"(시 1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