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엘리자베스 살몬(Elizabeth Salmón)이 작성한 최신 보고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 인권 상황에 관한 특별보고관의 유엔 총회 제출 보고서'가 13일 공식 공개됐다. 이번 보고서는 오는 10월 27일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진행될 상호대화(Interactive Dialogue)에 앞서 제출된 것으로, 북한 내에서 자행되고 있는 광범위한 '자의적 생명 박탈(Arbitrary Deprivation of Life)' 실태와 최근 정세 및 인권 침해 동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해 2월 제9차 조선로동당 대회를 개최해 김정은 총비서를 재추대하고, 국가의 핵무력 보유 지위가 불가역적이고 영구적이라고 했다. 북한 당국은 당대회 이후 엄격한 이데올로기적 통제와 기강 확립을 강조하며, 사법 및 공권력과 보안 기구를 동원해 국가 안보와 정치적 안정을 명목으로 주민들의 시민적 자유 공간을 한층 더 조이고 있다. 

주민들의 경제적 생존 환경은 극도로 악화된 상태다. 인플레이션 심화와 식량 가격 폭등으로 인해 지난해 3월 기준 쌀값은 전년 동기 대비 176%, 옥수수값은 36% 폭등했다. 국경 통제가 일부 완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동의 자유는 여전히 가로막혀 있으며, 2025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은 223명(여성 198명, 남성 25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연간 1,000명이 넘었던 수치에 비해 여전히 매우 저조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살몬 보고관은 보고서에서 "국제사회가 사형제 폐지를 향해 나아가는 글로벌 추세와 정반대로, 북한이 오히려 사형 적용 범죄의 범위와 대상을 대거 확장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또한 북한 형법상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는 과거 8개에서 최근 16개로 늘어났다. 특히 2023년 12월 형법 개정을 통해 반국가선전선동죄, 무기·탄약 불법제조 및 사용죄, 폭발물 불법제조·저장·사용죄 등이 사형 항목에 새로 추가됐다. 

형법 외에도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년 제정, 2022년 개정), 평양문화어보호법(2023년 제정), 비상방역법, 위기대응법, 적대물건처리에 관한 법 등을 통해 외부 영상물 유포, 괴뢰 말과 글 사용 및 교육, 방역 질서 위반 행위 등에 대해서도 사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국제인권법상 사형은 고의적 살인을 포함한 최고로 중대한 범죄(most serious crimes)에만 예외적으로 엄격히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표현의 자유 행사, 사상 및 문화적 유입, 경제적·정치적 일탈 행위 등에 사형을 적용함으로써 국제법상 자의적 생명 박탈을 자행하고 있다.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코로나19 방역 위반자나 남한 드라마와 영상을 대량 유포한 주민들이 공개 총살형에 처해지는 등 공정한 재판이나 적법 절차가 완전히 배제된 채 공포 정치가 이뤄지고 있다. 

보고서는 북송된 여성들이 직면한 극단적인 인권 유린 상황을 상세히 다뤘다. 2024년 8월 31일 진행된 공개재판 직후, 강제북송된 여성 11명 중 2명이 당일 곧바로 처형되고 9명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특히 사형된 여성들은 스스로 인신매매 및 성착취의 피해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인신매매 조직 운영, 성매매, 주민의 존엄 모독 등의 혐의를 뒤집어쓰고 처형된 것으로 드러났다. UN 인권메커니즘은 인신매매 피해자가 피해로 인해 파생된 행위로 인해 형사 처벌이나 사형을 받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을 상기시키며 북한 당국에 공식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교화소와 구류장 등 국가 통제 시설 내에서는 고문과 가혹행위, 강제노동, 극심한 영양실조, 의료 서비스 부재로 인한 사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북한 당국은 이에 대한 독립적 조사를 허용하지 않은 채, 구금 중 사망 사건을 자연사나 기저질환으로 조작해 은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북한이 2024년 말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한 약 1만 4,000명의 군인 중 2,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4,0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장에 투입된 북한 장병들은 드론 전 등 현대전에 대한 사전 준비나 적절한 보호 장비 없이 내몰렸으며, 포로로 잡히는 대신 자살할 것을 강요받는 등 국가의 생명 보호 의무가 철저히 방치되고 있다. 더욱이 당국은 귀환병과 전사자 유가족을 체제 선전에 동원하며 청소년들에게 폭탄이 되라는 극단적 희생을 강요하고 있어 아동 및 청소년 인권 침해 우려도 가중되고 있다. 

살몬 특별보고관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북한 당국과 국제사회가 즉각 이행해야 할 구체적인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살몬 보고관은 "북한 당국에는 사형제 폐지를 향한 첫걸음으로 공식적인 사형 집행 유예 제도를 도입할 것과 형법 및 기타 단행법을 개정하여 사형 적용 범죄를 국제인권규약(ICCPR) 제6조에 부합하는 고의적 살인 등 최고로 중대한 범죄로 엄격히 제한할 것"이라며 "사형 선고와 집행 건수, 죄명 및 성별, 연령별 통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형수 가족에게 수감 상태와 처형 및 매장 장소를 통지할 것과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피해 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행위로 사형 등 형사 처벌을 받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또 "구금시설 내 고문과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모든 구금 중 사망 사고에 대한 독립적이고 신속한 조사를 실시하며 독립적인 모니터링을 허용할 것"도 함께 권고했다. 

아울러 "국제사회와 회원국에는 고문이나 처형 위험에 직면한 북한 주민들을 강제 북송하지 않는 강제송환 금지 원칙(Non-refoulement)을 준수할 것과 억류된 북한군 포로의 운명을 다룰 때 국제인도법과 인도적 원칙, 당사자의 개인적 의사를 최우선으로 존중할 것"이라며 "북한과의 모든 외교적 관여 및 대화 과정에서 인권 의제를 일관되게 통합하고 시민사회 및 탈북민 주도 이니셔티브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