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코 유니온 주민의회 의장 박상준(제이 팍).
(Photo : ) 피코 유니온 주민의회 의장 박상준(제이 팍).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비극의 순간을 25년 전 TV 화면으로 접했던 그날 아침의 충격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맑았던 뉴욕의 하늘을 가르던 비행기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던 마천루. 인간의 어떤 언어로도 담아낼 수 없는 가슴 아픈 절망이자 통곡의 현장이었습니다.

어느덧 2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계절이 25번을 순환하고 시계는 끊임없이 똑딱였지만, 세월로도 막아서지 못한 슬픔의 줄기는 마치 거대한 이구아수 폭포처럼 가슴 깊은 곳에서 여전히 흘러내립니다.

최근 LA 한인타운을 품고 있는 피코-유니온(Pico-Union) 주민의회의 정기 회의를 진행하며, 다가오는 25주년의 의미를 새기고자 다 함께 고개 숙여 추모의 묵념을 드렸습니다. 그러나 씁쓸하게도 25년이 흐른 지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그날의 비극은 점차 희미해진 과거사로 여겨지는 듯했습니다. 엄청난 비극조차 역사의 한 페이지로 잊혀 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지구 반대편에서는 여전히 전쟁의 포성이 멈추지 않고 무고한 희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극을 겪고도 인류는 여전히 죄와 분쟁의 참혹함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두 손을 모으고 가만히 하나님 앞에 기도를 올립니다.

“하나님... 이 땅에 주님의 참된 평화는 도대체 언제쯤 임하게 되는 것입니까...”
피 흘림과 눈물이 없는 하나님 나라의 진정한 평화(Shalom)가 이 땅에 임하기만을 간절히 소망할 뿐입니다.

기도를 마치며 나는 또 다른 깊은 회상의 바다로 빠져듭니다. 9·11이라는 인류의 비극 위에, 내 삶의 가장 크고 아픈 개인적 슬픔이 오버랩되기 때문입니다. 나를 낳아주시고 삶의 영원한 등대이자 바른길을 알려주던 어머니가 하나님 품으로 돌아가신 날, 2021년 9월 11일. 공교롭게도 같은 날 찾아온 차가운 이별은 올해로 어느덧 5주기를 맞이했습니다.

“어머니... 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이제는 주님 품 안에서 아픔 없이 편히 쉬세요.”
목이 메도록 불러보아도 어머니 없는 지난 5년은 마치 25년처럼 길고 고통스러웠습니다. 내 개인의 아픔도 이러할진대, 25년 동안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안고 살아온 9·11 희생자 유가족들의 찢겨진 심정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세상은 시간이 약이라 말하지만, 가슴 깊은 곳에 패인 이별의 상처와 그리움을 치유할 수 있는 약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직 우리 상한 마음을 싸매시는 주님의 위로만이 소망일 뿐입니다.

9·11 희생자들의 숭고한 슬픔과 사사로운 개인의 아픔을 감히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이별이 남긴 가슴 저린 아픔은 결국 우리 모두가 십자가를 지듯 오롯이 견뎌내야 하는 무게일 것입니다.

비록 희생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다 기억하진 못하지만, 주님의 자비가 그들과 유가족에게 임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또한 나의 전부였던 어머니가 이제는 하늘나라의 고요하고 빛나는 별이 되어 주님 곁에 계심을 믿으며, 5년 동안 가슴속에 꼭 쥐고 놓지 못했던 그 옷자락을 이제 온전히 주님께 맡겨드리려 합니다.

눈물을 닦고 밤하늘을 바라봅니다. 9·11의 비극이 주는 평화의 교훈과, 어머니가 남겨주신 숭고한 사랑의 유산을 가슴 깊이 품고 오늘도 주님이 맡겨주신 삶의 길을 담대히 걸어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