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한국 정치의 후진성은 진영 감옥이다. 대부분 진영에 갇혀 있다. 그래서 진영을 초월하여 존경받는 정치지도자들이 드물다. 한쪽은 영웅으로 치켜세우는데 반대쪽에서는 역적으로 깔아뭉갠다. 내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예외다. 보수주의자인 내가 그의 용기와 도전을, 특히 그의 선동적 연설을 좋아한다. 민주당 대통령 경선 그의 인천 연설을 암송한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그를 존경할 수는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준 상징적인 선택이 있다. 그는 이라크 파병과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을 결정했다. 모두 진영을 설득하고 진영의 미움을 받는 선택이었다. 제주도에 군사기지 건설 계획을 발표하자 거센 반대가 있었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은 제주를 방문해 "평화를 위해서 무장이 필요하며, 무장과 평화가 같이 있는 게 잘못이 아니다"라는 명언을 남기며, 제주 기지 건설을 강행했다.
노무현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진영을 설득하고 진영의 미움받는 모험을 감수했다. 당시 진보진영은 마치 전작권이 대단한 권리인줄 알고 전작권환수를 맹렬히 주장했다. 전작권 환수는 시기상조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진영을 설득했고 전작권환수 논의를 잠재웠다. 그의 혜안과 애국심 그리고 용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나름대로 진영을 초월하여 보내는 찬사다.
그런데 요즘 정부가 추진하는 국방관련 사업을 보며 우려가 크다. 왜?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 질문이 줄줄이다. 우선 이런 일들이 사실일까? 사관학교 통폐합, 경기 강원지역에 대 전차 장애물 제거, 그리고 전작권 환수 추진 등 이런 일들을 정부 혹은 국방부가 추진하는 일이 사실일까?
미8군 캬튜사(KATUSA)군종 목사로 두 번째 근무할 때 한남 빌리지 채플에서 미군과 군인 가족들을 목회했다. 아내와 함께 우리 예배에 참석하는 한 형제는 501정보 여단에 근무하는 고위직 공무원(GS 15)이었다. 그는 정보전문가였고, 여러 언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는 언어 전문가였고 감청 전문가였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 성장한 완전한 백인이었지만 한국말 설교를 통역없이 소화할 만큼 한국말도 능통했다.
어느 날 그와 저녁 식사를 했다. 앉자마자 미육군 정보자산과 정보 능력을 소개했다. 흥미 없었다. 흥미 없어 하는 것을 눈치챈 그는 한국 사위의 설명이니 잘 들어 달라고 강청했다. 그는 엄청난 미군 정보장비 운용 비용과 능력을 소개하며 전시 작전권 환수는 한국에 위험한 일이라고 강변했다. 한국이 전작권 환수를 밀어붙이는 것은 철부지 불장난 같다고 했다. 미군 정보를 활용 못 하는 한국군은 눈과 귀가 없이 싸우는 것이라 했다.
얼마 전 함께 근무했던 예비역 대령의 카톡을 받았다. 사관학교 통폐합을 걱정하며 아내, 자신 그리고 동기생들의 1인 시위 장면과 계획을 보냈다. 그는 몹시 아파했다. 미래전을 준비하며 사관학교를 통폐합하는 것은 난센스다. 군대와 전쟁의 선진국인 미국이 각 군 사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도 어느 곳에서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미군은 전쟁 전문집단이다.
그 대령님 메시지를 읽으며 20년 전 드래곤 힐 식당에서 나눈 대화를 생각했다. 정부는 왜 철부지 불장난 같은 일을 추진할까? 그들은 전작권 환수가 어떤 의미인지, 사관학교 통폐합의 의미를 알고 있을까? 고대 로마의 군사학자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고 일갈했다. 현 정부 관계자는 정말 평화를 사랑할까? 그들은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릴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