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노동당 정부가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바꾸거나 억압하려는 이른바 '전환치료'(conversion practices)를 금지하는 법안 초안을 발표한 가운데, 기독교 인권단체가 이로 인해 부모와 교회 목회자까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지난 6월 25일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을 바꾸거나 억압하려는 학대적 행위를 범죄화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민사상 보호명령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 초안을 공개했다. 이는 이전 보수당 정부가 추진했던 유사한 입법을 이어받아 마련된 것이다.
법안 초안에 따르면, 성적 지향이나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바꾸거나 억압하려는 의도로 이뤄진 학대적 행위가 규제 대상이 된다.
이에 대해 기독교 단체 크리스천컨선(Christian Concern)의 공보 담당자인 폴 헉슬리(Paul Huxley)는 해당 법안이 부모와 목회자들의 정상적인 양육과 목회 활동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헉슬리는 단체에 기고한 논평에서 "정치권과 언론, 시민사회에서 이 법안에 대한 비판이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다"며 "양대 정당 모두 트랜스젠더를 포함하는 전환치료 금지법을 추진하면서 부모들이 특히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환치료'라는 용어가 자녀가 자신의 생물학적 성을 받아들이도록 돕거나 성전환을 권하지 않는 부모나 상담자에게까지 적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모 보호 조항 없어"
헉슬리는 특히 법안이 의료인에 대해서는 일정한 면책 규정을 두고 있지만, 부모를 명시적으로 보호하는 조항은 포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자녀, 특히 청소년 자녀에게 조언하거나 지도하는 부모가 형사 고발을 당하는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법안이 모든 대화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학대적' 행위만 규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법안은 특정 행위가 학대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성적 언행, 폭력 또는 위협, 통제적·강압적 행동, 경제적 압박, 심리적·정서적 압박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헉슬리는 "이러한 기준이 광범위하게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정에서 부모가 정한 규칙이나 복장 규정, 자녀가 원하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 것, 용돈을 제한하는 것 등이 통제적 행동이나 경제적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생물학적 성에 따른 이름이나 대명사를 사용하도록 지도하는 것 역시 심리적 압박으로 주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형 가능성은 낮지만 법적 부담 우려"
법안에 따르면, 유죄가 인정될 경우 무제한 벌금 또는 최대 5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다만 검찰은 해당 행위가 피해자에게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혔거나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의 '심각한 불안이나 고통'을 초래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헉슬리는 실제로 부모가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면서도,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친 수사와 재판 자체가 가족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법안이 도입하려는 민사상 '전환행위 보호명령'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법원이 실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장래에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면 보호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목회 활동도 위축될 수 있다"
헉슬리는 "목회자가 성경적 가르침에 따라 성적 순결을 권면하고, 동성 간 성적 끌림으로 고민하는 성도에게 기도와 제자훈련을 제공하는 것이, 심리적 또는 정서적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또한 "자발적으로 목회 상담과 기도를 받았던 사람이, 신앙을 떠난 뒤 자신의 정신적 고통을 과거 교회 경험과 연결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몰타의 기독교인 가수 매튜 그레치(Matthew Grech)가 전환치료 광고 혐의로 기소됐다가 3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사례를 언급하며, "비록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장기간의 재판과 경제적 부담 자체가 큰 고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 밖에서 무죄 판결에 대한 소감을 전하고 있는 매튜 그레치. ⓒInstagram/ Matthew Gretch
그러면서 "이 법안은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게 만들 수 있으며, 자녀를 책임 있게 양육하려는 부모와 일반적인 목회적 돌봄을 제공하는 목회자들에게까지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영국 정부는 이번 법안이 개인의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강압적이거나 학대적인 방식으로 바꾸려는 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것이며, 모든 상담이나 종교 활동을 규제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법안은 향후 의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