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북동부 마니푸르주(Manipur)에서 발생한 민족 간 폭력이 3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수백 명의 사망자와 대규모 종교 시설 파괴에도 불구하고 고위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 집계에 따르면 2023년 5월 시작된 폭력 사태로 사망자는 최소 217명이며, 일부 추정치는 260명을 넘는다. 또한 300개 이상의 교회 건물이 파괴된 것으로 2025년 5월 기준 보고됐다.
인도가톨릭주교회의(Conference of Catholic Bishops of India), 인도교회협의회(National Council of Churches in India), 인도복음주의연합(Evangelical Fellowship of India)이 참여한 연합 기독교 포럼은 피해 규모를 공식 확인했다.
폭력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2026년 4월 마니푸르 전역에서 새로운 충돌이 발생했으며, 메이테이(Meitei), 쿠키조(Kuki-Zo), 나가(Naga) 등 주요 공동체가 모두 연루됐다. 4월 7일에는 로켓 추진 포탄 공격으로 어린이 2명이 사망했으며, 유가족은 25일간 시신 인수를 거부하며 정부에 정의와 안전 보장을 요구했다.
마니푸르는 인구 약 300만 명 규모의 주로, 중앙 계곡과 주변 산악 지역으로 나뉜다. 계곡 지역에는 주로 힌두교도인 메이테이 공동체가 거주하며 정치·행정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전체 영토의 약 10%에 불과한 계곡 지역이지만, 주 의회 60석 중 40석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산악 지역에는 쿠키조, 나가 등 부족 공동체가 거주하며 대부분 기독교 신자다. 이들은 약 90%의 토지를 차지하고 있으나 의회 의석은 20석에 불과하며, 경제적으로도 낙후된 상태다.
갈등의 직접적 계기는 2023년 3월 마니푸르 고등법원(Manipur High Court)이 메이테이 공동체에도 지정 부족(Scheduled Tribe) 지위를 확대할 것을 권고한 결정이었다. 기존에 해당 지위를 보유하고 있던 부족 공동체는 이를 토지 및 권력 구조 변화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했다.
같은 해 5월 3일, 부족 공동체가 '부족 연대 행진'(Tribal Solidarity March)을 조직하면서 충돌이 발생했고, 이후 폭력은 급격히 확산됐다. 초기 며칠 동안 150개 이상의 교회가 파괴됐으며, 이후 공격은 종교 시설과 민간인을 겨냥하는 양상으로 확대됐다.
특히 폭력은 종교적 성격을 강하게 띠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독교 신자들에게 신앙 포기와 힌두교로의 개종을 강요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인권단체들은 메이테이 민병대 아람바이 텡골(Arambai Tenggol)이 조직적 폭력에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N. 비렌 싱(N. Biren Singh) 당시 주지사가 폭력을 선동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관련 음성 녹음이 인도 대법원(Supreme Court of India)에 제출됐다. 대법원은 2026년 4월 해당 녹음에 대한 추가 법의학 조사를 명령했다.
중앙정부의 대응도 논란이 됐다.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는 폭력 발생 이후 77일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며, 이후에도 제한적인 대응에 그쳤다. 특히 2023년 5월 촬영된 메이테이 공동체 관련 성폭력 영상이 7월 공개되면서 국제적 비판이 확대됐다.
당시 마니푸르에서는 약 200일간 인터넷이 차단됐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매우 긴 수준의 통신 제한으로 평가되며, 약 300만 명이 영향을 받았다. 인도 대법원은 이를 "중대한 헌법적 실패"로 규정했다.
정치적 후폭풍도 이어졌다. 2024년 총선에서 마니푸르 지역 두 의석 모두 야당이 차지했으며, 비렌 싱은 2025년 2월 사임했다. 이후 새로운 주정부가 출범했지만, 현장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마니푸르는 사실상 세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메이테이 계곡 지역, 쿠키조 산악 지역, 나가 거주 지역이 각각 별도로 운영되며, 완충지대와 군 병력이 이들을 분리하고 있다. 주민 이동은 크게 제한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의료 접근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인도 정부와 쿠키조 무장 단체 간 휴전 협정(Operation Suspension of Operations, SOO)은 한때 중단됐다가 2025년 재개됐으나, 현장 폭력은 계속되고 있다. 2026년 4월에도 최소 11명이 추가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현재 약 5만 8천 명이 넘는 주민이 174개 구호 캠프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약 7,800채 이상의 주택이 완전히 파괴됐다. 중앙 정부는 복구를 위해 약 1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배정했으나, 현장에서는 지원 부족이 지적되고 있다.
쿠키조 공동체는 마니푸르 주정부에 대한 불신을 이유로 중앙 정부 직할지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행정적 분리를 의미한다. 반면 일부에서는 이러한 분리 요구가 갈등을 더욱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종교 지도자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지 교계 인사들은 "단순한 치안 강화만으로는 해결이 어렵고, 대화와 신뢰 회복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고위 공직자나 민병대 지도자에 대한 기소는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의지 부족과 구조적 불균형이 해결되지 않는 한, 마니푸르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