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항소법원(Kenya Court of Appeal)이 2022년 고등법원의 판단을 뒤집고, 낙태가 헌법상 권리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에 따르면, 항소법원은 최근 낙태 접근성을 확대했던 2022년 판결을 파기하고 "임신 중절은 헌법에 명시된 제한적 조건에서만 허용된다"고 밝혔다.

해안 도시 말린디에서 내려진 이번 판결에서 3인 재판부는 "케냐 법률상 낙태는 여전히 제한적이며, 훈련된 의료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응급 치료가 필요한 경우나 산모의 생명 또는 건강이 위험한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판시했다.

이번 결정은 'PAK 및 살림 모하메드 대 법무장관'(PAK and Salim Mohammed v Attorney General) 외 사건에서 2022년 고등법원이 내린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당시 법원은 낙태 서비스 접근이 건강권, 존엄성, 비인도적 처우로부터의 자유 등 헌법적 권리와 연계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이러한 해석을 인정하지 않고, 헌법이 낙태에 대한 일반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케냐 헌법은 낙태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며 "임신 중절은 제26조 4항이 규정한 엄격한 범위 내에서만 합법적"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조항은 생명이 수정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낙태는 ▲응급 치료가 필요한 경우 ▲산모의 생명 또는 건강이 위험한 경우 ▲기타 법률이 허용하는 경우에 한해 인정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고등법원의 폭넓은 해석을 제한하고, 낙태를 범죄로 규정한 형법 조항과의 정합성을 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케냐 형법 제158조부터 160조는 불법 낙태에 대해 형사 처벌을 규정하고 있어, 의료진들은 어떤 경우에 시술이 합법적인지에 대해 지속적인 불확실성을 겪어 왔다.

기독교 법률 단체들은 "이번 결정은 헌법 질서 회복과 생명권 재확인"이라고 평가했다. 케냐기독교전문가포럼(Kenya Christian Professionals Forum)은 앞서 고등법원 판결에 이의를 제기한 단체 중 하나로, "헌법은 수정 시점부터 생명을 보호하며 '요구에 따른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이들은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헌법은 낙태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이전 판결은 헌법이 허용한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법적 모호성을 초래하고 생명 보호 원칙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낙태 권리 옹호자들은 이번 판결이 의료 접근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2022년 판결이 특히 강간, 근친상간, 심각한 건강 위험 상황에서 여성과 의료진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며 "이번 판결로 안전하지 않은 낙태가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건 전문가들 역시 "케냐에서 비안전 낙태가 산모 질병과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돼 왔다"며 "법적 불확실성이 의료 현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사법부의 역할에 선을 그은 결정이라고 평가한다. 나이로비의 한 법률 분석가는 "법원이 사실상 이 문제를 의회로 돌려보낸 것"이라며 "헌법이 정한 제한을 넘어 권리를 확장하는 것은 입법의 영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