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성경에 관한 정의로 가장 즐겨 사용되는 구절이 있다. 딤후 3:16절이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나는 이 번역이 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느 날, 하나님이 갑자기 당신이 지으신 우주 만물을 바라보시다가 그 경치에 감동을 받으셔서 성경을 기록하도록 하셨다”라는 뜻으로 자꾸 생각하게 만드는 번역이기 때문이다.
[2] 여기서 “감동”이라는 단어는 헬라어로 ‘θεόπνευστος’인데, ‘하나님’이란 의미의 ‘θεός’와 ‘숨 쉬다’ 혹은 ‘불어넣다’란 의미의 ‘πνέω’가 복합된 단어이다.
따라서 이것은 “하나님이 숨을 불어넣으신”(God-breathed)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감동”은 단순히 감정이 움직인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이 사람 안에 역사하여 그 사람의 마음과 생각, 의지까지 움직여 하나님의 뜻을 표현하게 하는 것이다.
[3] 이렇게 볼 때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라고 할 때 “감동으로”라는 번역은 적절한 단어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나 역시 적절한 대체어를 못 찾아서 AI에 의뢰했더니 좋은 단어를 알려주었다. ‘신취’(神吹)란 단어 말이다. 이것은 ‘하나님이 불어넣으신’(God-breathed)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딤후 3:16절은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신취’(神吹)로 된 것으로...”라고 번역하면 제일 좋다.
[4] 이 구절을 깊이 생각할 때 연결되는 구절이 하나 있다. 창 2:7절이다.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그 코에 생기를 불어넣으시니.”
여기서 “생기를 불어넣으시니”에 해당하는 히브리어는 ‘נִשְׁמַת חַיִּים’이다.
딤후 3:16절과 창 2:7절의 공통점이 보이는가?
“‘하나님의 숨’이 들어갈 때 존재가 살아서 움직인다”라는 점이다.
[5] “‘사람’은 육체가 살아있는 존재가 되었고, ‘성경’은 글자가 살아 역사하는 것이 되었다”라는 의미이다. 둘 다 하나님의 생명이 주입된 매개체이다. 다시 말해서, “‘사람’은 하나님의 생명을 담은 존재가 되었고, ‘말씀’은 하나님의 뜻과 생명을 담은 계시가 되었다”라는 뜻이다.
종합해 보면, 하나님의 생기를 받은 ‘사람’이 하나님의 숨이 담긴 ‘말씀’을 받아들일 때 참된 영적 생명과 변화가 일어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6] 우리에게 주신 성경은 읽을 때마다 하나님의 호흡과 숨결이 그것이 읽는 자의 마음속에 들어와서 살아서 역사하는 말씀이 된다는 점을 새삼 깨닫는다.
최근 학자들이 6세기 신약 사본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바울 서신의 일부를 다시 읽어냈다고 한다. 그 방법은 특별했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빛의 색을 바꾸자 안 보이던 글자가 드러났다. 이것은 사람의 눈에는 사라졌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7] 지워졌던 글이 다시 드러난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님의 말씀은 지워진 것처럼 보였어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렇다. 하나님의 말씀이 인간의 실수에 의해서나 환경에 의해서나, 혹은 사단의 방해로 인해 잠시 가려지고 숨겨질 순 있어도 결코 사라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고대에는 양피지가 귀했기 때문에 기존 글을 지우고 다시 사용했다.
[8] 이것을 “팔림프세스트”(palimpsest)라고 한다. 이처럼 초대교회는 말씀을 ‘읽기만 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말씀을 ‘연구하는 공동체’였다.
오늘 우리 공동체는 어떠한가? 교회에 와서 설교는 듣지만, 성경은 깊이 파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나누던 시대는 지나간 듯하다. 교회 안에서 성경 공부가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초대교회 모습으로 돌아가고 말씀으로 돌아가야 한다.
[9] 어제 강의 중에 신대원 한 여학생이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교수님은 어떻게 그렇게도 말씀을 사랑하십니까?” 뭐라고 답했을까?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그렇게 말씀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요?”
그렇다. 하나님의 말씀은 읽어야 하고, 머리를 싸매고 씨름하면서 깊이 묵상하고 탐구해서 그 속에 감추인 진리를 파헤쳐야 한다.
[10] 하나님이 “숨을 불어넣으셨다”라고 할 때 그것은 성경을 기록한 저자들에게만 ‘그렇게 하신’(God-breathed) 것이 아니라 그들이 기록한 말씀을 읽는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역사하신다는 의미이다.
그 사실을 확고하게 믿고 날마다 그분이 주시는 최고의 선물인 말씀에 심취하여 생명력 있는 그분의 용사들로 멋지게 살아가는 하루가 되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