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씨 일가가 기독교의 영적 시스템을 훔쳐 자신들의 독재 권력을 공고히 하는 데 악용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과거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리던 평양에서 성장한 김일성이 기독교 신앙을 도용해 자신을 우상화하고 세습 독재 권력을 구축했다는 거다.

지난 2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가 '북한의 권력·종교·이념'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조너선 청 월스트리트저널(WSJ) 지국장은 "김씨 일가가 기독교의 영적 시스템과 서사 구조를 훔쳐 독재 권력을 완성했다"며 북한 체제의 기만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그 근거로 1907년 대부흥운동의 중심지였던 평양에서 자란 김일성이 어머니 강반석 손에 이끌려 교회에 나가 세례까지 받은 성장 배경을 소개했다. 김일성이 자라면서 친숙하게 접했던 기독교 문화를 가져다 자신을 스스로 살아있는 신으로 숭배하도록 가짜 종교체제를 설계하는 데 이용했다는 거다.

정 박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부차관보도 북한 정권의 기독교 교리 악용 사례를 열거했다. 그는 북한 주민 수백만 명이 굶어 죽었던 '고난의 행군' 시절에도 오직 수령만이 낙원으로 인도하는 유일신이라고 속이며 주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린 사실을 고발했다. 이런 행태는 저들이 성경의 구원관을 어떻게 자신들의 체제 유지 수단으로 사용하는지를 보여준다.

아이러니한 건 기독교 시스템을 고대로 훔쳐 주체사상과 독재 세습체제를 완성한 이들이 기독교를 '아편'으로 규정할 정도로 증오하고 탄압해 온 이중성이다. 이에 대해 박 전 부차관보는 "종교는 국가의 통제 없이도 사람들이 마음을 나누게 하며, 수령보다 높은 절대적 신의 권위를 인정하는 민주적 속성을 지녔기 때문"이라며 북한 주민들이 가짜 신인 김씨 일가를 버리고 진짜 하나님을 믿게 될까 봐 두려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일성이 성경과 기독교 교리를 이용해 '주체사상'을 완성하고 자신을 신격화한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성경을 소지하기만 해도 총살형에 처해 지는 북한에서 평양에 세워진 봉수교회와 칠골교회는 과연 무슨 용도일까. 이걸 단순한 위장 건축물들로만 볼 순 없다.

기독교 탄압이 체질화돼 있는 북한에 주민들도 모르는 교회가 평양에 존재한다는 건 이 체제가 얼마나 기만적인지를 보여준다. 주민들에게 기독교 신앙이 스며들까 봐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위장 교회를 세워야 할 만큼 안팎으로 불안한 게 오늘의 북한 체제다. 그런 체제 속에서 북한 주민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의 무게를 한국교회가 함께 지고 북한을 위해 기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