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은 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입국 이민자의 자녀에게 시민권 부여를 금지함으로써 출생 시민권 제도를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를 다루는 사건의 구두 변론을 들었다.

대법원은 이날 출생 시민권 제도에 이의를 제기한 여러 소송 가운데 하나인 '바버라 외 대 도널드 J. 트럼프 외'(Barbara et al. v. Donald J. Trump et al.) 사건을 심리했다. 미 법무부의 D. 존 사우어(D. John Sauer) 법무차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을 옹호하며 변론에 나섰다.

심리 과정에서 사우어는 "수정헌법 제14조는 해방된 노예와 그 후손처럼 미국에 장기간 거주해 온 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 조항은 일시 방문객이나 불법 체류자의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방 노예들과 달리, 이러한 방문객들은 미국에 대한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충성심이 없다"며 "외국인의 경우 합법적인 거주 지위가 그러한 충성심을 형성하는 데 필요하며, 조항의 문구 역시 이를 전제로 한다"고 덧붙였다.

사우어는 이어 "조항 채택 이후 수십 년 동안 전문가들은 '임시 방문객의 자녀는 시민권자가 아니며, 불법 체류자는 법적으로 거주지를 설정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은 수년간 미국에 거주해 온 수백만 이민자들이 사우어가 말하는 '거주지' 자격에 해당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장기간 거주한 이민자의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는 것이 인도주의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우어는 "'거주지' 개념에는 개인의 주관적 의도가 아니라 법적 자격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또 "출생 시민권 제도는 국제적으로 예외적인 사례"라며 "유럽 국가들도 각기 다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출생 시민권이 제한 없이 부여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미국이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제도가 제한적으로 시행될 경우 부모가 언제 시민권을 입증해야 하는지 등 행정적 문제를 질의했다. 이에 사우어는 사회보장국이 출생 시점에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견고한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있다고 답했다.

논의의 핵심은 1898년 판례인 '미국 대 웡 킴 아크'(United States v. Wong Kim Ark) 사건에 집중됐다. 당시 대법원은 부모가 중국 국적자일지라도 미국에서 태어난 경우 시민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6대 2로 판결했다.

사우어는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판례를 전면적으로 뒤집으려는 의도가 없으며, 판결의 전반적 취지에도 동의한다"며 "이미 출생한 이민자 자녀들에게 행정명령을 소급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측의 세실리아 더핀 왕(Cecilia Derphine Wang) 변호사는 "정부가 웡 킴 아크 판례를 부정하지 않겠다고 인정한 것은 치명적인 양보"라고 반박했다.

왕 변호사는 "정부가 제시한 논리는 과거 웡 킴 아크 사건에서 이미 기각된 바 있다"며 "해당 판례는 부모의 거주 요건을 시민권 판단 기준에서 배제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또 "수정헌법 제14조 제정자들이 영국 관습법에 기반한 출생 시민권 원칙을 수용했다"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 강제수용소에서 태어난 아이들 역시 시민권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알리토 대법관은 1866년 민권법에 포함된 "어떠한 외국의 지배도 받지 않는다"는 표현의 의미에 대해 "일부 국가는 자국민 자녀에게 해외 출생 여부와 관계없이 시민권과 병역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들이 사실상 외국의 지배 아래 있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왕 변호사는 "해당 표현은 외교관 자녀 등 제한된 예외를 의미한다"며 "이를 확대 해석할 경우 합법적 영주권자조차 시민권 대상에서 제외되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출생 시민권의 예외는 외교관 자녀나 점령지 내 적국 자녀 등으로 한정된 폐쇄적 범주이며, 제정 당시 의회가 이를 확대할 의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불법 또는 임시 체류 신분의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에게 자동으로 부여되는 시민권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으며, 해당 명령은 2월 2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이 행정명령은 "수정헌법 제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났더라도 '미국의 관할권에 속하지 않는' 경우 시민권 부여 대상에서 제외해 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ACLU 등 시민단체들은 즉각 소송을 제기했고, 여러 하급심 법원은 해당 명령의 효력을 전국적으로 정지시켰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에 상고했으며,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이 사건에 대한 구두 변론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