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순절 기간에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며 부르는 찬양 중 흑인영가(Black Spiritual Song)에서 나온 “거기 너 있었는가 (Were You There)” 라는 찬송이 하나 있습니다. 이 곡은 “그리스도 수난의 현장을 너희가 직접 목격했느냐”라는 질문을 던지는 수사학 적인 내용의 찬송입니다. 한편, 이 찬송을 우리는 아남네시스 찬송이라 말합니다. 이 아남네시스(anamnesis- remembering)라는 말은 헬라어로서 하나의 사건에 대해 그것을 단순한 정신적 회상 이상의 것으로 만들어 과거의 일을 현재로 적용해서,그 역사적 사건을 우리 이야기의 일부로 만들어 큰 교훈으로 가슴에 담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미국의 노예 역사를 보면 1619년 8월 버지니아 식민지의 제임스타운에 네덜란드 국적선의 노예선 한 척이 도착해서 20명의 흑인을 팔아넘기면서 미국에서 노예제도가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Abram Lincoln, 1809-1865) 대통령이 노예제도를 폐지한 때까지 약 250년 동안 이 노예제도가 지속되었습니다.
당시 일부 노예들은 자신들의 불행을 하나님 탓으로 돌렸습니다. 하지만 많은 노예는 이러한 고난의 현실을 오직 하나님만이 해결해 주실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간절함을 갖고 찬양으로 표현하였습니다. 그 중 “거기 너 있었는가,” 찬송은 당시 흑인 노예들이 그리스도의 고통과 죽음의 과거 사건을 현재로 가져와 자신들이 당하는 고통을 기억(아남네시스, anamnesis)하게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 빛으로 그들을 변화시키려는 의미로 “그곳에 있었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몸과 무덤에 묻히시고 부활하신 것을 상기시키려 한 것입니다. 아울러 그들은 비록 자신들을 노예로 삼은 저들이 많은 자유를 빼앗을 수 있지만 하나님을 찾는 자유는 결코 빼앗을 수 없을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그 현실을 저항하며 외쳤던 울림이었습니다.
이 곡은 회중 교회 목사이며 작가인 윌리엄 바튼, William Eleazar Barton, 1861-1930)이 1899년 “오래된 식민지 찬송(Old Plantation Hymns)”이라는 찬송가집 안에 처음 출판하여 대중에게 알리게 된 것으로 작곡자는 알려지지 않습니다. 이 곡이 점점 더 대중화가 되면서 다양한 교회 찬송가에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40년 버전에 최초로 이 노래를 성공회 찬송가에 포함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찬송이 처음 만들어질 때 가졌던 분위기를 잘 표현하며 찬양했던 유명한 성악인이 있습니다. 그녀는 1955년 쉰 살이 넘은 나이에 흑인으로서는 최초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 입성해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에서 점장이 역인 울리카 역을 맡아 노래하여 관중을 열광시킨 여자 성악가 마리안 앤더슨(Marian Anderson, 1897 – 1993)입니다. 그녀는 필라델피아의 한 가난한 흑인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너무 가난해서 노래를 배울 수조차 없는 처지였지만 노래를 너무나 잘 불렀기에 교인들이 후원회를 조직하여 공부를 시켰습니다.
마침내 그녀는 1925년 뉴욕필하모닉이 주최하는 콩쿠르에 입상하여 뉴욕의 맨해튼 홀에서 발표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흑인에 대한 차별, 편견이 아주 심했던 때라 발표회가 끝난 뒤 많은 백인 기자가 신문에 악평을 써댔습니다.
그녀는 이 악평으로 인해 상처받고 실의에 빠져 다시는 노래를 부르지 않겠노라고 울부짖었습니다. 이때 그녀의 어머니가 찾아와 이런 말로 그녀를 위로해 주었다고 합니다. “마리안 너의 음악적인 위대함보다 십자가의 은혜가 먼저 마음 중심에 깊이 간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마리안은 어머니의 이 말로 인해 자신이 위대함과 명성도 좋지만, 이제는 모든 것보다 십자가의 은혜를 기억하며 매사에 감사하며 살겠다고 다짐하며 재기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마침내 세계적인 가수가 될 수 있었습니다. 20세기 초 가장 위대한 지휘자 토스카니, (Arturo Toscanini, 1867~ 1950)는 그녀를 지칭하며 100년에 한 번 나올 수 있는 위대한 성악가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녀가 1955년 뉴욕 메트 오페라단에 입성 후 첫 연회를 마치자 한 기자가 물었습니다. “흑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세계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입니까?” 그녀는 하늘을 응시하더니 이렇게 대답합니다. “견디기 어려운 일에 부닥칠 때마다 언제나 제 시선은 고난과 부활의 예수님께로 향했지요. 십자가의 은혜를 감사했지요. 그때마다 주님은 ‘내가 너를 사랑하노라’하고 말씀하셨어요.”
마리안 엔더슨은 진정 그리스도 십자가의 복음을 마음에 깊이 간직하고 특히 거저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았던 위대한 음악인이었습니다.
이 찬송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 안에서의 고난은 저주받은 자가 아니라 축복받은 자라는 사실을 일깨우게 합니다. 그래서 C. S. 루이스 (Clive Staples Lewis, 1898-1963) 는 “고통은 베일을 벗기고 반항하는 영혼의 요새 안에 진실의 깃발을 꽂는다” 라는 역설의 빅토리를 말하고 있습니다.
올해 사순절을 지내며 우리는 그리스도의 고난을 오늘의 현상으로 기억(아남네시스, anamnesis)하며 복음으로 인한 진실의 깃발을 꽂는시간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은 내 것이 아닌 하나님 것이란 사실을 인정하고, 모든 조건과 환경에서 마리안 엔더슨 처럼 십자가의 은혜를 찬송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삶을 살아내야 할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