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시절 신설된 통일부 내 탈북민 고용·창업 지원 전담조직이 최근 해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북·통일 정책 기조가 '남북 대화·교류'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탈북민 지원을 전담하던 조직마저 없앤 것이다.
자립지원과는 지난해 9월 윤 정부가 북한 인권 공론화와 개선을 목적으로 통일부 인권인도실 산하에 설치했던 부서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14일 첫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사에서 언급한 후속 조치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정식 조직으로 전환될 것이 유력했던 부서가 정권이 바뀌자마자 사라지는 처지가 된 거다.
이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취임하자마자 대대적인 조직 복원에 나선 정 장관이 남북 대화 재개를 목적으로 남북 교류·협력 기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추진하면서 탈북민 지원은 아예 뒷전으로 밀린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가 남북 교류 협력에 얼마나 매달리고 있는지는 2018년부터 매년 이어온 '북한인권보고서' 발간 중단을 검토한 것에서 알 수 있다. 거센 비판 여론에 떠밀려 "생산은 하되,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로 방침을 바꾸었지만 '비공개' 단서를 달았다는 건 북한을 자극하는 일은 일절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북한 인권보고서'는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2024년에 전체가 공개되면서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과 주의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런 '북한 인권보고서'를 통일부가 정권이 바뀌자 발간을 중단하려다 제작 후 비공개하기로 한 건 실질적으로 발간하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통일부 측은 "공개·비난 위주의 공세적, 개별적 북한 인권정책이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 인권개선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했다"는 이유를 댔으나 전문가들은 "투명한 공개를 통해 북한 인권에 대한 인식을 증진시켜야 할 통일부가 북한 눈치 보느라 이를 막는 것"이라며 개탄했다.
북한 인권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는 유엔총회가 지난 2005년부터 북한인권결의안을 20년 연속 채택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유엔은 북한 인권 실태를 고발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채택하는데 대한민국 통일부는 '북한 인권보고서' 발간 중단을 검토하는 등 국제사회 인권 기준에 역행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북한 주민 인권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 통일부가 최근 대북 협력·교류는 속도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서두르는 모습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회장단을 만나 대북접촉이 재개되면 남북협력기금 지원도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접촉을 허용하지 않은 걸 비판하면서 단체 회장단에 "'남북교류협력법'의 신고제 취지에 맞게 신고만 하고 자유롭게 만나라"고 권유했다. 이는 통일부가 최근 '북한주민 접촉신고 처리 지침'을 폐기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되나 북한 김정은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설정한 현실을 도외시한 발상이란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2023년 "북과 남은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니다. 동질적 관계도 아니며 적대적인 두 국가의 관계이다. 북과 남은 오래전부터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서 완전히 고착화됐다"는 내용의 대남정책을 발표했다. 김정은은 "더 이상 통일을 입에도 올리지 말라"며 "만일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핵위기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고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력량을 동원하여 남조선 전 령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나가야 하겠다"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북한은 대한민국을 핵 무력으로 평정하기 위한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통일부 장관은 슬슬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군불을 지피며 남북 민간 교류 확대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동상이몽'이란 말이 나오는 거다.
최근 북한은 김일성 4대 체제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정은이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딸 김주애를 대동한 건 자신의 후계구도를 중국 등 외부세계에 인정받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이 김씨 왕조 국가로 전락한 지 오래됐지만 이제 불과 12살이 된 딸에 대한 권력 승계를 구체화한 건 그 어느 공산·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일찍이 보지 못했던 일이다.
북한 주민은 헌법상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헌법 제3조)이다. 지금 대한민국 통치권이 미치지 못한다고 우리 국민이 아니라고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런 북한 주민이 김씨 4대 세습 독재 권력에 노예처럼 살도록 버려둘 순 없다.
새 정부가 한반도에 드리운 전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대화를 통해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풀려는 의지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이란 국호가 무색하게 4대 독재왕권구축에 혈안이 된 북한 김정은에 눈치보며 저자세로 교류 협력을 애원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북한이 통일을 부정하고 독재왕조 구축에 목을 맨다고 우리 정부까지 통일을 포기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화도 좋고 교류·협력도 다 좋지만, 자유 민주주의가 굳건한 문명국가라면 북한 눈치 보는 일을 그만하고 당당히 할 말을 해야 한다. 최소한 북한 땅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주민을 영구히 감옥에 가두는 반인륜적 범죄에 침묵하고 외면하는 일만은 절대 해선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