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첫 한·미 정상회담이 지난 25일 마무리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직전에 SNS에 올린 심각한 표현으로 한때 회담 성사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정작 회담에서 우려할만한 불협화음이 나오지 않아 다행이란 반응이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50여 분간 공개 회담을 가진 뒤 소인수 회담과 오찬을 겸한 확대 회담을 2시간 넘게 진행했다. 앞서 공개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김정은과 만나달라며 '피스 메이커' 역할을 당부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 대통령을 "위대한 전사"라고 하는 등 시종 우호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는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에 '숙청' 또는 '혁명'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런 곳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라고 하는 등 강경한 표현들과는 큰 대조를 보여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SNS에 한국의 특검이 교회와 미국 군사 시설을 압수 수색한 것에 대해 공개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회담 직전 취재진에게 "최근 며칠간 교회들에 대한 매우 공격적인 단속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들은 심지어 우리 군사기지에도 들어가 정보를 취득했다고 한다"며 "그것이 사실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전에 언급한 내용은 순직 해병 특검팀이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극동방송을, 비상계엄과 내란·외환 수사 특검팀이 오산 공군기지를 압수 수색한 걸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회담 중에 기자가 이 문제에 대해 질의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정보당국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 받았다"며 "사실이라면 매우 나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한국은 전직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와 관련한 정치적 혼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회가 임명한 특검이 조사 중에 있다"며 "특검이 미군을 조사한 것이 아니라 한국군의 통제 체계를 점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라고 하면서도 "만약 그런 일이 사실이라면 용납될 수 없다"라며 여지를 남겼다.
공개된 회담 장면에서 두 정상 간에 특별한 이견이나 이해 충돌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과할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을 칭송하고,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등 분위기가 시종 부드러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어진 비공개 회담에서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 혹시 추가 관세 협상 이후 진전된 성과가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건 아무 것도 없다. 또 미국 측이 요구했던 방위비 인상 문제와 주한 미군의 역할 재조정 등에 대해서도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 깜깜하다.
가장 아쉬운 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공동 기자회견이나 공동 합의문 발표 없이 종료됐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합의문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서로 얘기가 잘 된 회담"이라고 설명했으나 대화가 잘돼서 합의문이 필요치 않다는 말은 어딘가 궁색하다. 대화가 잘 되고 서로 만족할만한 성과가 도출됐다면 더더욱 합의문을 발표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역대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번처럼 기자회견이나 공동 합의문 하나 없이 끝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달 관세 협상 타결 후 한미 양국 정부 간에 이견이 계속 노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 세부 사항은 물론 큰 틀에서의 합의 내용조차 문서화 된 게 없다는 건 그만큼 위험 요소를 안고 간다는 뜻일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민주당은 "100점 만점에 120점"이라며 이 대통령을 "뛰어난 전략가"라고 추켜세운 반면에 국민의힘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직전 특검의 교회 압수수색을 언급한 걸 두고, '외교 참사'라고 깎아내렸다.
여당의 입장에선 애초 우려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언행이 회담 중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후한 점수를 주려할 것이다. 하지만 공개된 회담에서 우려했던 불협화음이 없었던 것이 회담 성과일 순 없다. 걱정했던 일이 노출되지 않은 것과 회담 성과는 엄연히 별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 특히 교회에 대한 초유의 압수수색 등에 대해 비공개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의사를 전달했을 거로 보고 있다. 공개 회담에선 이런 장면이 없었지만 앞서 자신이 '숙청' '혁명' 등의 단어로 한국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요약한 것으로 보아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거란 관측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직전까지 회담 자체가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위태롭고 변수 또한 많았다. 그러니 여당과 정치권에서 회담이 무사히 끝난 걸 안도하며 그 차제를 성과로 평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이 관세 협상 후속 실무 차원의 회담이어서인지 정작 중요한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는 과제가 후순위로 밀린 듯한 건 못내 아쉽다. 특히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을 만나 달라고 말하기 전에 '한미동맹'의 가치와 의미를 역설하는 발언을 먼저 하는 게 순서였다. 그랬더라면 아무리 국익 위주의 비즈니스 외교에 몰두하는 트럼프 행정부라도 동맹의 한 축인 한국 대통령의 배웅을 백악관 실무진에게 맡기는 홀대는 하지 않았을 거로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