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 이탈 청년 조사 - 모태신앙 63%도 흔들...
방파제는 '부모의 신앙'이었다 - 2030 두 명 중 한 명 "주일엔 쉼이 먼저"...
헌신 요구엔 피로감.....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정책연구소와 목회데이터연구소가 19~39세 미혼 청년 500명(교회 이탈 300명·이탈 의향 200명)을 온라인 패널 유의할당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청년 신앙 지형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음이 드러났다.
조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항목은 모태신앙 비율이다. 이미 교회를 떠난 '이탈 청년' 가운데 모태신앙은 20%에 불과했지만, 아직 출석 중이나 마음이 흔들리는 '이탈 의향 청년'은 63%가 모태신앙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신앙이 자녀의 이탈을 지연시키는 완충재 역할을 한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가족 구성원의 종교가 '기독교'라고 응답한 비율도 어머니 82%, 아버지 59% 등 이탈 의향 집단이 이탈 집단보다 전반적으로 두 배 가까이 높았다.부모의 교회 직분이 높을수록 자녀의 이탈 가능성이 낮다는 상관성도 확인됐다.
이탈 의향 청년 중 어머니가 집사·권사로 봉사 중이라는 응답은 37%로, 이탈 청년(30%)보다 높았다. 아버지가 장로·목회자인 경우도 이탈 의향 청년 23%로 집계돼 '부모 신앙권'이 여전히 견고함을 시사했다. 그러나 부모 직분이 장벽이 되더라도, 청년 스스로가 교회와 정서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면 언젠가는 결별을 택한다는 점이 이번 조사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신앙생활 동기를 묻자, 이탈 청년은 '친구 또는 성도들과의 친교'(31%)를 1순위로 꼽았다. 반면 이탈 의향 청년은 '가족의 권유'(43%)가 단연 1위였다. 같은 또래와의 교제에 가치를 두는 집단은 이미 교회를 떠났고, 가족 요구로 버티는 집단은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는 사실은 교회가 청년 신앙 형성에서 가족 외에 어떤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는지를 반증한다.
예배 참여 형태에서도 청년층의 고립이 드러났다. 이탈 청년의 65%, 이탈 의향 청년의 63%가 주일 오전 장년예배에만 출석했고, 청년예배·싱글부서 등 '또래 예배'를 드린 비율은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소그룹 참여도는 더 심각했다. 출석교회에 소그룹이 있다는 응답자 중 '정기적으로 참석한다'는 비율이 이탈 청년 29%, 이탈 의향 청년 18%로, 교회 일반 청년(36%)의 절반 안팎이었다.
만족도 역시 5점 만점에서 일반 청년 3.8점, 이탈 청년 2.9점, 이탈 의향 청년 2.6점으로 벌어졌다. 청년들이 '장년예배에 숨어' 소속감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교회를 떠난 이유를 영역별로 살펴보면 청년 세대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반영된다. 개인 생활 부문에서는 '주일엔 단순히 쉬고 싶어서'가 이탈 청년 59%, 이탈 의향 청년 71%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취업 준비·업무(55%·63%), 바쁜 학업(53%·53%), 주말 취미 생활(51%·57%)이 뒤를 이었다. '워라밸'이 신앙보다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개인 신앙 영역에서는 '종교에 대한 회의감'이 이탈 의향 청년 65%, 이탈 청년 52%로 가장 높았고, '기독교 신앙이 구원에 도움이 안 된다 느껴서' '성장하지 않는 자기 신앙에 실망해서' 항목도 40%를 웃돌았다.
교회가 제시해 온 전통적 교리와 신앙훈련 방식이 청년에게 설득력을 잃고 있음을 방증한다. 관계 요인에서는 '목회자의 언행 불일치'가 이탈 의향 청년 53%, 이탈 청년 41%로 1위였다. '목회자의 설교 불만'(45%·37%), '독단·권위주의'(45%·37%)도 비슷했다. 청년층이 리더십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중시한다는 사실이 재확인된 셈이다. 여기에 '끼리끼리 문화'라고 불린 폐쇄적 교인 관계를 문제로 지적한 비율도 이탈 청년 44%, 이탈 의향 청년 51%로 높았다. 청년이 교회에서 마음을 돌린 뒤 실제 떠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2.1년이었다. 특히 1년 이내에 결별한 비율이 5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 현장에서는 이를 '이탈 방지 골든타임'으로 규정하고, 출석 패턴·소그룹 참여도·언행 변화 등을 면밀히 관찰해 맞춤형 돌봄과 신앙 코칭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탈 이후 진로도 시사점이 크다. 이탈 청년의 60%는 무종교(44%) 또는 타종교(16%)로 이동했고, 이탈 의향 청년은 가나안 성도(61%)를 택하겠다고 응답했다. 교회를 등진 뒤에도 '종교적 갈증'은 남지만, 기존 교회 체계 안에서 해소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분석이 남긴 교회의 과제는 분명하다. 첫째, 장년예배에 머무는 청년을 또래 공동체로 적극 연결해 친교·배움·사명 세 가지 축을 균형 있게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둘째, 헌신과 헌금 요구에 앞서 청년의 삶과 피로도를 이해하고, 설교 및 리더십에서도 투명성과 참여적 의사결정을 강화해야 필요가 있다. 셋째, 주일 하루를 '영적 안식'과 '현대적 워라밸'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재설계해 청년이 억지로 오지 않아도 머물고 싶은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은 '교회 밖'으로 떠난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 길을 잃은 것'일 수 있다. 모태신앙이든 아니든, 부모의 신앙이라는 울타리가 사라질 때 청년이 기대어 설 자리를 교회가 마련하지 못한다면 청년들의 교회 이탈 흐름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교회는 청년의 언어로 소통하고, 청년의 리듬에 맞춰야 할 시대가 도래한 듯 하다. 청년세대를 붙잡을 수 있는 골든타임은 길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