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방한 계획이 돌연 취소되면서, 이재명 정부의 외교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당초 양국이 조율해오던 일정이 방한을 불과 닷새 앞두고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의 긴밀도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오는 8일부터 9일까지 한국을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주요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방한 일정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일본과 한국을 순방하는 일정에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는 2일 한국 정부에 방한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3일 입장문을 통해 "한미는 루비오 장관의 방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의해왔으나, 미국 내부 사정으로 인해 조만간 방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는 고위급 인사 교류에 대해 지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고위급 미국 인사의 방한이자 첫 취소 사례로 기록됐다. 더욱이 이재명 대통령의 첫 방미 일정이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도 구체적인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방한 취소가 이어지자 외교적 파장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번 방한이 무산되면서, 정부가 준비해왔던 한미정상회담 사전 조율과 상호 관세 유예 종료 관련 협상 등 외교적 의제 역시 지연될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 측은 외교 일정 상의 복잡성을 이유로 일정을 연기했다는 설명이지만, 외교가 일각에서는 양국 간 외교적 온도차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루비오 장관은 예정대로 10일 열리는 ARF 외교장관회의에는 참석할 예정이지만, 이번 아시아 순방 일정에서 유독 한국만 제외됐다는 점에서 한미 간 소통에 일정한 간극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