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기기에 몰입하는 시간이 하루 평균 11시간 6분에 이른다. 휴대전화, TV, 컴퓨터 등으로 쏟아붓는 이 시간은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뇌를 고도로 집중시키는 활동이다. 마치 동일한 근육을 반복해서 사용하는 운동처럼, 뇌는 디지털 집중 시간 동안 방대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이러한 과잉 집중은 결국 주의력 고갈과 뇌의 피로로 이어진다. 현대 사회는 우리 뇌의 자원을 끊임없이 소진시키며, 인간 본연의 회복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편안함을 추구하도록 진화해왔다. 이는 위험을 피하고 에너지를 아끼기 위한 생존 전략이었다. 상대 비교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상황을 기억하기보다 비교 판단을 통해 빠르게 결정을 내리는 방식은 뇌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메커니즘이다.
행동 변화 전문가 마이클 이스터(Michael Easter)는 이러한 뇌의 진화적 본성과 현대인의 삶의 방식이 충돌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의 저서 『편안함의 습격』(수오서재)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편안함'이 오히려 현대인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삶의 의미를 해치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스터는 알래스카의 오지에서 33일간 순록 사냥을 체험하고, 부탄, 전쟁 지역, 볼리비아 정글 등을 탐험하며 인간 본연의 삶과 감각을 직접 확인했다. 그는 동시에 뇌과학자, 정신분석학자, 진화심리학자, 운동생리학자, 인류학자뿐 아니라 프로 운동선수, 종교인, 환경 운동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대인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명확하다. 우리가 잃어버린 가장 중요한 감각은 '불편함'이며, 이 불편함이야말로 인간의 본래 기능을 회복하는 열쇠라는 것이다. 그는 뇌과학, 진화심리학, 운동생리학 등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불편함이 인간을 더욱 건강하고 유능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이스터는 디지털 미디어에 잠식된 주의력은 물론, 중독, 우울증, 불안, 자살, 비만, 외로움, 번아웃, 삶의 의미 상실 등 현대인의 주요 정신적 문제들이 과도한 편안함과 깊게 연결되어 있다고 분석한다. 편리함을 추구한 문명이 결과적으로 인간을 더욱 연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편안함의 습격』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넘어, 어떻게 일상에서 불편함을 회복하고 삶을 재설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도 함께 제시한다. 이는 단순한 웰빙이나 자기계발이 아닌, 뇌의 회복성과 인간 존재의 존엄을 되찾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론이다.
편안함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이 책은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삶의 질을 진정으로 높이고 싶다면, 이제는 불편함을 피할 것이 아니라 기꺼이 맞이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