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8일은 올해 부활절이었던 지난 4월 20일 이후 50일째 되는 날로, 오순절(五旬節) 또는 성령강림절(Pentecost, 성령강림주일)이다. 부활절, 성탄절과 함께 교회력의 중요한 절기들 중 하나인 성령강림절은 교회의 역사가 시작된 첫 날이기도 하다.
오순절이란 명칭은 50을 의미하는 그리스어(Pentēkostē)에서 유래했다. 구약의 오순절은 보리와 밀의 봄 수확 감사절로서 유월절과 무교절(無酵節) 후에 오는 초실절(初實節)로부터 50일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또한 ‘칠칠절’(七七節), 맥추절(麥秋節)이라고 한다(출 34:22, 신 16:10, 출 23:16). 유대인들은 이날을 모세가 율법을 받으러 시내 산에 올라간 날로도 기념했다.
이것이 신약시대로 넘어와 성령강림절이 된 것인데, 사도행전 2장은 ‘마가의 다락방’에 모여 기도하던 120명 위해 성령이 임한 사건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오순절 날이 이미 이르매 그들이 다같이 한 곳에 모였더니 홀연히 하늘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있어 그들이 앉은 온 집에 가득하며 마치 불의 혀처럼 갈라지는 것들이 그들에게 보여 각 사람 위에 하나씩 임하여 있더니 그들이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고 성령이 말하게 하심을 따라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를 시작하니라”(행 2:1~4)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예루살렘을 떠나지 않고 마가의 다락방에 모여 기도하던 120명의 위에 홀연히 하늘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온 집에 가득하고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것이 각 사람에게 임했다. 바로 성령이다. 이 성령의 불길이 사람들의 마음을 뜨겁게 하여 교회가 세워진 것이다.
성령의 임재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미리 말씀하신 것이기도 했다. “사도와 함께 모이사 그들에게 분부하여 이르시되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내게서 들은 바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것을 기다리라”(행 1:4)
이렇게 ‘성령의 불’을 받은 사도들과 초대교회 성도들은 이전의 나약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담대하게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 앞에서 두려운 나머지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했던 베드로조차도 이젠 변화되어 죽음을 무릅쓰고 예수가 메시아, 곧 그리스도임을 거침없이 전파했던 것이다. 복음의 유대 지역을 벗어나 전 세계로 뻗어가기 시작한 위대한 이야기를 기록한 성경의 사도행전은 이처럼 성령의 강림으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이후 교회는 부활주일 후 50일째 되는 날을 성령강림절로 지켰으며, 베드로의 설교로 3천 명이 세례받은 것을 기억해 이날에 세례를 베풀었다. 성령강림절의 상징은 비둘기로도 표현되기도 한다. 비둘기는 순결의 상징(마 10:16)이며, 성령을 의미한다. 마태복음 3잘 16절에는 예수님이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을 때 하늘에서 비둘기가 임했다고 밝히고 있다.
김명엽 전 연세대 교회음악과 교수에 따르면 성령강림절의 색깔은 기쁨과 생명, 성령의 불을 상징하는 빨간색이다. 김 전 교수는 “불은 정화 시키고 생명을 주기도 한다. 그리스도는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고자 세상에 오셨다(마 3:11)”며 “오순절에 하나님의 영은 불꽃 모양의 혀로 나타났다(행 2:3)”고 했다.
이어 “붉은 색은 최고의 희생인 십자가 희생인 보혈의 색이며, 순교의 피, 봉헌, 희생적 사랑의 색”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