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교회로 운전하며 가는데 주변 잔디 위에 까마귀들 10마리 정도가 이웃집 잔디 위에 있는 것을 봤습니다. 가만히 보니 강한 주둥이로 잔디를 다 파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가뜩이나 이름에 '마귀'가 들어가서 목사인 제가 볼 때마다 좋은 감정으로 보지 않았었는데 말이지요^^. 그런데 가다 보니 그 집만 그런 것이 아니고 여러 집의 잔디가 까마귀에 의해 파헤쳐져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몇 주 후에 보니까 교회 앞의 잔디도 밤새 까마귀들이 다 파헤쳐 놓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피해가 도시 전체로 퍼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워싱턴에서 처음 보는 광경이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교우 중에도 피해를 보신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궁금해서 조사를 해보니 '유럽 차퍼 곤충 (European Chaper Beetles)'의 유충들을 먹기 위해서 까마귀들이 잔디를 파헤친 것이랍니다.
이 곤충은 원래 동부에 있었는데 최근 서부로 많이 이동했다고 합니다. 워싱턴에서는 2015년에 처음 발견되었고, 서서히 증가 추세를 보였고 최근 급증하였는데 주로 잔디 아래서 잔디 뿌리를 먹으며 유충들이 자라기에 사람에게 해롭지는 않지만, 잔디에는 해로운 유충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까마귀들이 잔디를 파서 유충을 먹으면 단기적으로는 미관상 좋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잔디에 피해를 주는 유충의 개체수를 줄이고, 땅에 공기를 통하게 해서 이로울 수 있다는 보고를 봤습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의 섭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파헤쳐진 잔디만 볼 때는 마음이 좋지 못했고 까마귀를 원망하기도 했지만,장기적으로 잔디와 자연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면서, 사람의 판단은 하나님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현상에 일희일비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놀라운 섭리의 능력이 있으십니다. 우리 인생에도 당장 눈앞의 불이익과 고통을 보며 하나님을 원망할 때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 보면 그것이 내게 큰 은혜였음을 깨닫게 되는 것은 성도들에게는 만고의 진리입니다.
성경의 많은 선진이 이 하나님의 섭리를 경험하며 신앙이 성장했습니다. 우리 삶에도 까만 마귀(?)의 행동처럼 보이는 상황들이 없을 수 없지만, 하나님의 장기적인 섭리가 또 있을 수도 있으니, 오늘도 감사의 고백으로 한 주를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