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마다 추운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며 눈이 자주 내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겨울잠을 자다가 일찍이 깨어난 토끼들을 종종 보곤 했는데, 갑자기 추워지며 다시 겨울잠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추운 날씨가 이어집니다.
겨울철에는 햇빛 부족으로 인해 세로토닌(Serotonin)과 멜라토닌(Melatonin) 수치가 변하면서 우울감이 증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겨울잠을 자는 동물뿐만 아니라 인간도 활동적인 여름과 대비되는 느림과 고요함의 추위를 맞이하며 자연스레 심리적 동굴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겨울이라는 추운 날씨 때문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인생의 추위와 한파를 맞이하면 심리적으로도 "겨울잠"처럼 사회적 활동을 줄이고 내면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겨울잠 현상이 꼭 부정적인 현상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겨울잠을 통해 새로운 봄을 맞이할 수 있는 창조적 준비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자 카를 융(Carl Jung)은 인간이 삶의 어느 순간 의식적으로 내면의 그림자(Shadow)를 마주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내면의 그림자를 마주할 때가 바로 심리적 겨울잠을 잘 때입니다.
톨스토이도 '부활'이라는 책에서 겨울잠 같은 침묵 속에서 인간은 스스로를 다시 태어나게 한다고 말합니다.그래서, 성도 역시 신앙의 겨울잠을 맞이하기도 하는데요, 기도해도 응답이 없고, 찬양해도 기쁨이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를 너무 부정적인 것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너무 시기가 길어져서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것은 문제이지만,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적당한 겨울잠은 신앙의 새 힘을 주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에 광야에서 40일을 보내셨습니다. 그리고 공생애를 힘 있게 시작하셨습니다. 부활의 기쁨 전에 3일 동안 무덤에 계신 적도 있습니다. 겨울이 끝나면 봄이 오듯이, 하나님은 우리가 성장할 수 있도록 쉼의 시간을 허락하십니다.
그때는 게으름의 시간이 되어서는 안 되고 내 속에 계신 하나님을 나의 존재와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내 안에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할 수 있는 새 힘이 주어집니다. 추운 날씨를 옷깃 여미며 통과하는 모든 성도님께 봄처럼 따뜻한 은혜를 기대하는 소망이 충만하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