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하마스에 납치됐던 이스라엘 출신 평화운동가 요체베드 리프시츠(Yocheved Lifshitz·85)와 또 다른 여성 누릿 쿠퍼(Nurit Cooper·79)가 23일 저녁 석방됐다. 2주 만에 풀려난 리프시츠는 "지옥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BBC에 따르면, 리프시츠와 그녀의 남편은 이스라엘 남부의 정착촌 '니르 오즈'에서 납치됐다. 사건 당일 하마스 대원들은 이 작은 공동체에 침입해 수많은 이들을 살해했고, 아이들을 포함해 이곳에 살던 주민 4명 주 1명이 사망하거나 납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풀려난 이후 병원으로 이송된 그녀는 몇 시간 뒤 텔아비브의 이치로프 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납치 이후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녀는 "이동 도중 막대기에 갈비뼈를 맞아 타박상을 입었으며, 숨을 쉬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녀는 "젖은 흙길을 몇 km나 걸어야 했으며, 마치 거미줄처럼 보이는 가자지구의 거대한 터널 네트워크로 끌려갔다"고 말했다.
리프시츠는 자신을 포함해 인질 25명이 터널로 끌려갔으며, 몇 시간 뒤 자신과 같은 키부츠 출신 주민 4명은 다른 공간으로 옮겨졌다고 증언했다. 이곳에선 하마스 대원 1명이 인질 1명을 담당했으며, 의사의 진료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인질들에겐 하마스 대원들이 먹는 것과 똑같은 피타(둥근 모양의 납작한 빵), 치즈, 오이 등이 제공됐다고.
한편 23일 리프시츠와 쿠퍼가 석방되기 몇 시간 전,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공격의 잔혹성을 세계에 상기시키고자 기자들을 상대로 상영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하마스 대원들의 보디캠에서 회수된 영상을 날것 그대로 상영됐다.
영상 중에는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도로에서 민간인들을 향해 총을 쏘며 환호하는 장면, 정착촌 내부에 몰래 접근해 집에 있던 부모와 아이들을 살해하는 장면도 담겨 있었다.
하마스의 이번 공격으로 1,400명 이상이 살해당했으며, 피해자 대부분이 민간인이었다.
한편 리프시츠의 가족들에 따르면, 그는 남편 오대드와 함께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병원으로 환자들을 이송하는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일 미국계 이스라엘인으로 모녀 사이인 주디스와 나탈리 라난이 석방되면서, 현재까지 풀려난 인질은 총 4명이다. 이스라엘 측은 여전히 200명 이상이 인질로 붙잡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