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기독교 인문학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을 받는다. 기독교 인문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질문은 갖는다. 정답은 모르겠다. 그러나 다시 시작한다면 나는 기독교 고전을 먼저 살펴보겠다. 여기서 말하는 기독교 고전은 속사도 교부(Apostolic Fathers)들부터 8세기경 교부들의 작품들이. 이들 중의 일부는 신약성경에 포함될 뻔한 책도 있다.

기독교 고전연구는 천주교에서 활발하다. 기독교(개신교)에서는 관심도 부족하고 전공자도 별로 없다. 기독교 고전은 초대 교회의 영성과 상황을 담고 있다. 기독교 고전은 무서운 박해 현장의 실존적 삶에서 실천되고 검증된 삶이 담긴 글들이다.

특히 2세기 혹은 3세기 글들로 성경에 포함될 뻔한 문서는 아름다운 영감이 담겨 있다. 열두 제자와 사도바울에게서 직접 배운 속사도 교부들 교훈은 초기 기독교 신앙과 삶 그리고 교회가 직면했던 도전들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그들의 관심과 가르침은 현대 그리스도인에게 중요한 가르침을 제공한다. 기독교 고전의 개괄적인 안내를 한다.

첫째, 클레멘스의 제1 서신. 이 서신은 로마 교회가 고린도 교회에 보낸 서신이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문서 중에 신약성서 다음으로 오래된 기독교 문서다. 주후 96년경에 기록되어 한동안 성경의 한 부분으로 인정될 만큼 중요하게 취급받았다. 이 클레멘스의 제1 서신은 클레멘스라는 이름을 가진 특정 인물이 기록한 것으로 고린도 교회에서 발생한 분열을 다룬다.

둘째, 이그나티우스의 서신들. 안디옥 교회 감독 이그나티우스는 베드로의 후계자로 안디옥 교회 감독이었다. 이그나티우스는 초대교회뿐 아니라 온 교회사를 통하여 매우 귀중한 신앙의 증언을 남겼다. 기록에 의하면 그는 베드로와 바울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고 사도 요한의 직제자였다. 이그나티우스는 그리스도를 주(主)로 선전했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고 안디옥에서 붙잡혀 로마로 압송되었다. 그는 로마 가면서 편지를 보냈다.

이그나티우스가 남긴 서신은 모두 7개다. 6개의 서신은 교회들인데, 6개 서신의 수신 교회가 에베소, 막네시아, 트랄레스, 로마, 필라델피아, 그리고 서머나 교회다. 1개는 서머나 교회 폴리갑 감독에게 보내는 서신이다. 편지에서 밝히는 그의 소원대로 그는 로마에서 맹수형을 받아 순교한다. 그의 순교는 당시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이그나티우스의 순교 후 빌립보 교회 성도들이 폴리갑 감독에게 이그나티우스의 편지들을 베껴서 보내 줄 것을 요청했는데, 그 후에 그 편지들이 급속하게 보급되었다고 한다.

셋째, 폴리갑 감독의 서신들과 순교록. 서머나 교회 감독이었던 폴리갑은 요한의 제자로 알려진다. 교회 구전에 의하면, 서머나의 어느 과부가 안디옥에서 노예로 폴리갑을 샀다. 그녀는 자신이 죽을 때쯤 폴리갑을 자유인으로 놓아주었다. 폴리갑은 젊었을 때 사도 요한의 가르침을 직접 받았고 신자가 되었다. 그는 20대에 서머나 교회 감독이 되었고, 86세에 순교했다.

폴리갑은 당대에 존경받는 지도자였다. 아시아에 있는 모든 감독의 지도자였다. 폴리갑은 훌륭한 제자들을 두었는데 이레네우스와 파피아스다. 폴리갑은 여러 교회와 여러 형제에게 편지를 보냈다. 현재는 빌립보 교회에 보낸 편지만 남아 있다. 빌립보에 편지는 1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바울 서신과 비슷한 형태와 내용을 담고 있다. 폴리갑의 순교를 목격한 사람들이 프리기아 지방의 공동체에 보낸 편지다. 이 문서는 기독교 역사의 첫 순교록이요 순교의 영광에 성도들이 동참하기를 권면하는 글이다.

넷째, 바나바의 서신. AD70년 이후에서 140년까지 사이에, 이방인 그리스도 신자 한 사람이 기록한 문서다. 사도 바나바의 이름이 붙어 있어서 높이 평가되었지만, 바울의 동역자 바나바의 편지라고는 볼 수 없다. 내용은 편지라기보다는 설교나 신학 논문에 가까우며, 2~17장에서는 구약을 인용해서 유대인의 계시 이해를 비판하고, 18~20장에서는 ‘빛의 길’과 ‘어둠의 길’의 두 가지 길이라는 형태로 도덕적 권면이 있다.

바나바 서신은 당시에 회람 문서였다. 종말론적인 메시지가 담긴 이 서신은 1세기 후반과 2세기 초반에서 권위 있는 본문으로 널리 읽혔다. 이 시기의 교회는 선과 악의 최종 싸움이 무방비 상태에 이르렀으며 최종 판단이 가까웠다고 생각했고 바나바 서신서는 이런 생각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다섯째, 헤르마스의 목자. “헤르마스의 목자”의 저자는 정확하지 않다. 헤르마스의 '목자'는 교부들이 정경으로 받아들였다. 헤르마스는 노예에서 해방된 상인이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이 작품은 5편의 환상, 12편의 계명, 10편의 비유로 구성되어 있다. “헤르마스의 목자”는 개신교 특히 한국 교회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대 교회에서는 거의 신약성경처럼 여겨지는 중요한 신앙 문헌으로 유통되었다.

헤르마스의 목자는 기독교 성경의 정경이 확정될 때 거의 신약성경에 포함될 뻔했다. 2세기와 3세기의 여러 문헌에서는 헤르마스의 목자를 거의 정경으로 인정했다. 또 리용의 이레나이우스,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와 오리겐 등도 헤르마스의 목자를 성경으로 인정했다. 헤르마스의 목자는 성경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이 책은 로마 제국의 여러 지역에서 후기 사도 시대의 그리스도인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묵직한 책이다.

여섯째 사도들의 가르침인 디다케. 디다케는 성경 밖의 문서로는 기독교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서다. 사도들의 가르침을 정리한 문서인 디다케는 초대교회의 신앙과 신학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다. “12사도의 교훈”이라고 불리는 디다케는 초대교회 예비신자 양육과 신자들의 신앙생활과 윤리규범 자료다. 이 문서는 초대 교회공동체의 수준과 지향점을 보여준다.

기독교 고전은 방대하다. 앞으로 이런 고전들을 살피며 인문학적 소양도 쌓고, 교회의 본질도 알아가는 기쁨을 누리길 바란다. 특히 이런 고전들을 통하여 신앙의 야성을 키워가는 축복을 사모한다. 코로나 시대에 국가 통제에 너무나도 적극적으로 순응하는 현대 교회를 보면서 초대교회를 생각했다. 로마의 통제에 교회가 순응했다면 기독교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i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