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공동체 회복으로의 확장, 마을 목회로의 전환
성도 수 아닌 지역 주민의 만족과 행복감에 초점을
목회자 고립 줄이기 위한 제도적 지원 강화 필요
재정지원, 상담, 지역 네트워크가 목회 지속성 높여

한국 농어촌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빠르게 심화되며 지역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농어촌교회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한국기독교장로회가 실시한 '농어촌교회 실태 조사'에서도 절반 가까이가 출석교인 20명 미만의 소형교회였고, 교인 10명 중 7명이 60대 이상으로 나타나는 등 심각한 고령화와 교인 감소 흐름이 확인됐다.

특히 농어촌 목회자들이 가장 크게 호소한 어려움은 '사역 열매의 부재'였다. 또 출석교인 20명 미만 교회의 절반은 10년 후 소멸 위기를 예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는 활성화돼 교인이 늘 것이라는 긍정적 예측을 내놓았으며, 여전히 많은 목회자들이 지역 활성화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농어촌교회의 발전 가능성을 믿고 있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는 이러한 내용을 분석해 18일 발표한 넘버즈 315호를 통해 농어촌교회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를 조명했다.

조사에 따르면, 농어촌교회의 출석교인 규모는 매우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어촌교회 목회자를 대상으로 지난 1년간 매주 평균 주일예배에 출석하는 성인 교인 수를 물은 결과, 10명 미만이 20%, 10명에서 19명이 26%로, 출석교인 20명 미만 교회가 전체의 46%에 달했다. 

출석교인의 연령 분포를 보면 고령화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 1년간 주일예배 참석자를 기준으로 60대에서 70대가 49%로 가장 많았고, 80세 이상도 23%에 달했다. 전체 교인 중 60대 이상 비율은 72%로, 농어촌교회 교인 10명 중 7명이 고령층인 셈이다.

새 신자 유입 역시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3년간 새 신자 수를 살펴본 결과, 0명이라는 응답이 23%, 1명이라는 응답이 24%로, 새 신자 1명 이하 교회가 47%에 달했다. 특히 새 신자가 전혀 없다는 비율은 출석교인 20명 미만의 소형교회일수록 더 높게 나타났다.

농어촌 목회자들이 인식하는 가장 심각한 현실 문제는 '농어촌 인구의 고령화'였다. 응답자의 51%가 이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고, '농어촌 인구 감소'가 37%로 뒤를 이었다. 이는 농어촌교회 목회자들이 경제 문제나 정책 미비보다 인구 문제를 더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구의 고령화와 감소는 지역 소멸 위험과 직결되는 핵심 요인이기에 그 우려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어촌 목회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한 답변으로는 '목회지를 찾다 보니'가 42%로 가장 높았고, '농어촌교회에 대한 소명'이 25%, '농어촌교회를 지키기 위해서'가 23%로 뒤를 이었다. 절반 가량은 목회지를 찾는 과정에서 농어촌으로 오게 됐고, 나머지 절반은 농어촌교회에 대한 사명감 때문에 사역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농어촌교회 목회자의 평균 사역 기간은 13.8년으로 나타났다.

농어촌 목회자의 어려움에 대한 질문에서는 '적은 사례비'보다 '사역 열매 부재'와 '비전 상실'이 더 큰 압박 요인으로 드러났다. '사역 열매 부재'가 30%로 가장 높았고, '적은 사례비'와 '미래에 대한 비전 상실'이 각각 23%로 뒤를 이었다. 이는 농어촌 목회의 가장 큰 고민이 단순한 경제적 문제를 넘어 사역의 의미와 방향 상실에 있음을 보여준다.

농어촌 목회의 현실 인식을 살펴보면, '열악한 재정 상태로 생계 유지에 더 힘을 쏟는 목회자가 많다'는 응답이 74%, '농어촌 목회에 지쳐 떠나고 싶어하는 목회자가 많다'는 응답이 71%로 나타났다. 재정적 부담과 정서적 소진이 농어촌 목회를 지속하기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임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인식도 함께 확인됐다. '농어촌교회의 활성화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는 목회자가 많다'는 응답이 61%, '목회자 하기에 따라 발전과 부흥이 가능하다'는 응답이 57%로 나타나, 목회자의 노력에 따라 농어촌 교회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인식이 적지 않았다.

10년 후 교회의 전망에 대해서는 '현재보다 교인 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이 44%로 가장 많았고, '소멸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응답도 29%에 달했다. 특히 출석교인 20명 미만 교회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48%가 소멸 위기를 예상했다. 다만 '활성화돼 교인이 늘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함께 제시됐다.

농어촌교회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개교회 차원과 교단 차원 모두에서 '재정 확보'가 1순위로 꼽혔다. 개교회 차원에서는 '마을 목회'가 2순위로, 교단 차원에서는 '농어촌교회 전문 사역자 양성'이 2순위로 나타나, 농어촌교회에 적합한 사역 모델 정착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농어촌 목회자의 이중직 현황을 보면, 목회자 5명 중 1명은 현재 이중직을 갖고 있었고, 목회자 배우자의 경제활동 비율은 53%로 절반을 넘었다. 특히 출석교인 20명 미만 초소형교회일수록 이중직 비율이 높게 나타나, 농어촌 목회에서 배우자의 헌신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회 사례비만으로 가정생활이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에는 '가능하다'는 응답이 16%에 그쳐, 대부분의 농어촌 목회자가 부족한 사례비로 인해 지속적인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이번 보고서에서 농어촌교회의 위기를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라는 구조적 현실에서 비롯된 피할 수 없는 과제로 진단했다. 이에 따라 농어촌교회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새로운 사역의 재정립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 핵심 방향은 지역 공동체 회복으로의 확장, 즉 마을 목회로의 전환이다.

보고서는 먼저 마을 목회가 교회를 지역과 단절된 공간이 아니라 마을의 일상 속에 함께하는 존재로 세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을 생활협동조합 구성, 공동작업장 운영 등은 지역과 상생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성공 사례를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총회 차원에서 매뉴얼을 제작·보급하며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사역의 열매를 성도의 수로만 평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성도와 지역 주민이 삶의 만족과 행복감을 경험하는지에 초점을 두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고령층 맞춤 프로그램과 죽음·노후 준비 세미나, 지역 보건소와 연계한 치매 예방 교육 등 농어촌 교회의 인구 구조와 개교회 특성을 살린 사역 방향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목회자의 고립을 줄이기 위해 총회와 노회 차원의 제도적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재정 지원과 상담·멘토링 프로그램, 지역별 네트워크 구축은 목회 지속성을 높이는 핵심 기반이 될 수 있으며, 농어촌교회가 사라지는 시대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다시 살아나는 시대가 되도록 교단과 지역 교회가 함께 책임지고 동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