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성격의 채플로 비기독교학생 거부감 최소화
자유로운 선택 가능... 성품·지성·소명 함양 도움
75%가 비기독교인임에도 만족도 99% 넘나들어
인권위서 실사도 하지 않고 '강요' 표현 적절한가
같은 논리로는 모든 신학대 채플도 곧 중단될 것
국가인권위원회가 기독교 사립대학교의 채플에 대해 지난해와 올해 잇달아 "종교의 자유 침해"라며 시정 권고를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올해 7월 권고를 받은 대학교의 경우 비기독교인 학생들을 배려해 예배 형식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채플을 마련해 왔음에도, 인권위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한 의도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지방에 위치한 J종합대학은 지난 7월 21일 인권위로부터 "대체과목 없는 채플 수강 강요는 종교의 자유 침해"라며 대체과목 혹은 대체과제를 마련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앞서 이 학교에서 비기독교인인 한 학생이 인권위에 진정했다. 기독교인이 아님에도 채플을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하고, 미수강 시 졸업에 제한을 받는 것은 종교의 자유 침해라는 주장이었다.
비슷한 사례는 지난 5월 광주의 B대학에서도 발생했다. 이때 역시 한 학생이 같은 이유로 진정했고, 인권위 역시 같은 권고를 내렸다.
당시 인권위는 B대학이 기독교 건학이념을 명시하고는 있지만, 보건인력 등 전문직업인 양성을 주 목표로 하고, 기독교 신앙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학과가 없어, 채플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채플이 설교, 기도, 찬송, 성경봉독 등으로 구성돼, 일반 예배와 다를 바 없다는 점을 주안점으로 지적했다.
하지만 J대학은 비기독교인 학생들이 느낄 수 있는 거부감을 최소화하고 선택권을 주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에서 B대학의 사례와 차이가 있다.
1964년에 설립된 J대학은 '기독교 정신 구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며, 이 같은 건학 이념은 학교 비전과 신앙고백문, 총장 인사말 등에서 해당 대학 진학에 관심을 두는 이들이라면 누구든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B대학과 달리, 인문대학 내 기독교학과인 <신학과경배찬양학과>도 오랜 전통으로 해당 지역에 널리 알려져 있다.
성품·문화·지성·소명채플, 매 학기 자유롭게 선택
신입생 모집 요강, 소정의 채플 이수 명확히 안내
특히 채플은 성품채플(소그룹채플), 문화채플, 지성채플, 소명채플 등 총 4개의 성격으로 구성됐으며, 학생들은 매 학기 자유롭게 이들 중 선택할 수 있다
성품채플은 직장 등 공동체 생활에서 필요한 '정직', '배려' 등 기본적 예절을 함양하도록 과제를 주고받고, '바퀴달린학교' 프로젝트로 캠핑이라는 소재를 통해 교수와 학생이 교제하며 삶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문화채플은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를 활용해 비신앙인 모두 공감하도록 음악적 요소를 가미하고, 다양한 게스트가 초청된다.
지성채플은 지식과 학문의 포괄적 체계를 교육하고 자신의 전공에 대한 이해를 돕도록 하며, 소명채플은 통합적 SQ 검사를 통해 각자에 맞는 적성을 발견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의 기호를 존중해 채플의 다변화를 꾀하고,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4개의 채플 중 예배의 형식을 띠는 것은 하나도 없다. 문화채플만 한 학기 중 한 차례만 찬양예배라는 타이틀로 진행될 뿐"이라며 "학생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
실제 지난 학기 소명채플은 전체 학생 설문 결과 만족도 99.7%를 기록했으며, 문화채플 99.4%, 지성채플 98%, 가장 낮은 성품채플도 90%에 가까웠다. 관계자는 "학생의 75%가 비기독교 학생들임을 감안하면, 과연 '강요했다'는 표현이 적절한가"라고 말했다.
학교는 인권위와의 논박 과정에서 "다양화된 맞춤형 채플을 운영할 뿐더러, 순서에서 종교를 강요하는 요소가 전혀 없고, 정서적 부담을 주지 않고자 예배 형식을 전혀 취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다른 종립대학들과 마찬가지로 기독교 교과목(채플)을 교양필수로 운영하지만, 학생들은 일률적으로 동일한 시기가 아닌 각자 최적의 시기를 선택해 이수할 수 있다. 신입생 모집 요강에도 이 학교가 기독교 정신을 기초로 설립됐으며 건학이념 구현을 위해 소정의 채플을 이수해야 함을 명시해, 수험생들이 이를 사전에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했다.
인권위, 광주 B대학과 다른 사례임에도 같은 결론 내려
'종교교육 자유' 1998년 대법원의 숭실대 판례에 배치돼
하지만 인권위의 결론은 해당 채플이 "실질적으로는 기독교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종파교육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인권위는 "채플 수업이 예배 형식이 아닌 인성교육 및 문화공연 등의 형식으로 구성된 점, 입학 전 채플 이수에 안내하는 점은 (지난해 사건과) 일부 차이점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권고 사항에는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입학 자격을 기독교인으로 제한하지 않고, 신학자를 양성하는 학교가 아니며, 학생의 종교나 의사와 무관하게 채플 이수를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 부분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며 비기독교 학생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 "한국의 대학 구조상 사립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종립대학이 30%), 학생들의 대학선택 기준에 학벌주의가 현존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며, 종립대학의 입학이 종파적 종교교육의 무조건 동의한 것으로 추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J종합대학교는 학생들의 기호를 존중하고 비기독교인들의 거부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성품‧문화‧지성‧소명채플 등 다양한 채플을 시도하고 있다. |
하지만 이는 1998년 대법원 판례와 정면으로 배치돼, 인권위가 추구하는 이념에 기초한 자의적 해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당시 대법원은 숭실대학교 채플과 관련해 "사립학교는 국공립학교와는 달리 종교의 자유의 내용으로서 종교교육 내지는 종교선전을 할 수 있음"을 인정했다.
또 헌법 제31조 4항에 따라 헌법상 자치권이 부여된 대학은 종교교육과 종교선전을 위해 "학생들로 하여금 일정한 내용의 종교교육을 받을 것을 졸업요건으로 하는 학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대학예배에의 6학기 참석을 졸업요건으로 정한 위 대학교의 학칙은 헌법상 종교의 자유에 반하는 위헌무효의 학칙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 함승수 사무총장은 "종립대학이 많다는 것과 학벌주의를 탓하며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이 '사실상 제한됐다'는 주장은 억지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강제 배정됐다는 이야기인가"라며 "종립대가 많다는 것은 반대로 기독 사학이 교육의 공공성을 어떻게 높여 왔는지 보여 주는 사례다. 국공립의 공교육성을 강화하지 않고 반대로 사학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한 조치"라고 말했다.
채플 모범 사례임에도 같은 문제 제기, 이유에 의구심
이재훈 목사 "채플에 종교자유 침해 프레임 씌우는 듯"
5일 미션네트워크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공동으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도 이번 사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박상진 교수(장신대 기독교교육학과)는 "J 대는 놀라울 정도로 비기독교인 학생들을 존중하고 채플을 유연화해서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대학 채플의 모범 사례임에도, 인권위가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제기하는 이유가 뭔지 의구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광주 B대학에서 시정안을 보고했음에도 인권위에서 이를 거부했다"며 "두 대학의 사건에 내용은 조금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기독 사학의 건학 이념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정체성을 무시하는 행위를 인권위가 감행하고 있다는 점(은 같다)"이라고 했다.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 학교법인 한동학원)는 "대법원이 기독 사학의 종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판례가 있었다는 것을 인권위가 모르진 않았을 것"이라며 "인권위의 위상은 이미 초법적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으로 다양성 차별의 프레임을 씌우는 것처럼, 기독교 학교의 채플에 종교 자유의 침해라는 프레임을 씌워 결국 입법으로 가려는 시도가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500여 기독교 사학법인들이 연대한 미션네트워크와 한국교회총연합은 4일 오전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학교에 대한 인권위 권고를 강도 높게 규탄했다. ⓒ송경호 기자 |
학교 측은 인권위가 채플 현황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의지조차 없었다는 입장이다. J대 채플을 이끌고 있는 선교지원실 한병수 교수는 "학생의 민원 자체는 존중한다. 하지만 채플에 대한 인권위의 현장 파악이나 실사는 전혀 없었다"며 "학교가 채플을 강요했다고 할 만한 실체가 있는지 파악하는 노력을 했어야 하지 않았나"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학생들이) 학벌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로 종교와 무관하게 떠밀려 입학한다는 주장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억지"라며 "학교를 졸업했을 때 얻는 혜택을 선택한다면, 그에 따르는 비용도 감당할 자세가 돼야 하는 게 대학이다. 종교적 행위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성품과 지성을 함양하는 소명을 찾게 해주는 채플이 그렇게 인생의 큰 위협이자 강요란 말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학생들이 4년 간 가장 행복한 학생으로 졸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학교의 방향성이다. 한 학생의 자유로운 의사조차 존중해 인권위가 스스로 부끄러워할 만큼 개선하고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 기독사학 관계자는 "각 교단의 신학대학교들도 상당수가 종합대학교이고 비기독교인들도 입학하고 있는 시점에서, 인권위의 논리대로라면 이 학교들에서도 채플이 금지되는 건 시간 문제"라며 "결국 종교교육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