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및 탈북민 인권 단체들이 22일 각각 서울 더불어민주당사 앞, 국민의힘당사 앞, 통일부(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관련자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은 지난 2019년 11월, 문재인 정부가 탈북어민 2명을 동료 살해 혐의를 이유로 강제북송한 사건이다. 그해 11월 7일 판문점 부대(공동경비구역 JSA) 관계자가 김유근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보고한 사실이 국회 출입기자 카메라에 찍히면서 알려졌다. 최근 통일부가 어민들이 판문점에서 송환되는 사진과 영상을 공개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발언한 전국탈북민강제북송반대국민연합 공동대표 이성구 목사는 "탈북한 북한 동포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계속 강제북송하는 중국 정부를 향해 강제북송을 중단하고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한 사람들이 여기 모였다"고 했다.
이 목사는 "그런데 3년 전 처음으로 매우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탈북해 귀순 의사를 분명하게 밝힌 두 청년을 문재인 정부가 급하게 강제로 북한으로 보내버렸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청년들 눈을 가리고 입에 재갈을 채우고 손을 묶어서 그들의 의사에 반해 북한으로 보낼 수 있는지 기가막혔다"고 했다.
그는 "중국 정부더러 국제법을 준수하고 (탈북) 난민을 보호하라고 외쳤는데 이제는 어이없게도 같은 대한민국 정부를 향해 외쳐야 하는 시점에 서 있었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개최한 전국탈북민강제북송반대국민연합을 비롯해 북한기독교총연합회, 강제북송진상규명국민운동본부, 전국통일광장기도연합은 공동성명에서 "최근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발생한 '탈북어민 북송' 조치가 잘못됐다는 입장을 밝히며, 판문점을 통해 이뤄진 북송 당시의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문재인 정권의 천인공노할 만행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고 했다.
이들은 "탈북자는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이다. 탈북어민들은 구두와 자필로 명확하게 귀순의사를 밝혔다고 한다"며 "설령 16명 살해행위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귀순한 두 명의 청년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 법률에 따라 처리되는 것 합당하다"고 했다.
이들은 "북한 소식에 정통한 한 탈북민은 2명의 탈북어민이 흉악범이라는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라고 증언하고 있다"고도 했다. "'귀순어부는 원산 갈마지구 돌격대 소속 노동자로서 무자비한 노동에 죽음의 위협을 느끼고 김정은 비판격문을 내건 것이 발각되어 어선으로 탈북한 것이며, 이는 원산지역에서 알려진 얘기'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
이들은 "또한 탈북 어민들은 동료 16명을 살해한 것이 아니라 탈북자 16명의 도주를 도와주다가 발각되어 귀순했다는 주장도 2019년 당시부터 나왔었다"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귀순어부 두 명은 사악한 김정은 정권에 맞선 정의로운 청년들인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은 페스카마호 선상 살인사건에서 11명을 살해한 조선족 살인자까지 변호했던 인권 변호사라고 자처한다"며 "중국인은 변호하고 자국민은 사지로 내몬 것에 대해 무슨 변명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이들은 "안대를 한 채 포승줄에 묶여 도살장으로 끌려가듯 끌려가는 모습과, 판문점 북쪽 경계선을 넘어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확인한 국민들은 경악과 분노로 치를 떨고 있다"며 "본 건 강제북송은 문재인 정권이 자국민 수호의지도, 헌법 수호의지도 없는 비굴한 정권이며, 북한의 반인도범죄에 적극적으로 부역한 공범임을 여실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전국탈북민강제북송반대국민연합 등 단체들은 윤석열 정부에 △사건 관련자 철저 수사 △특검과 청문회 등을 통한 사건 실체 규명 △북송된 귀순자들의 생존 여부 파악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