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어와 비전 아닌, 목사 건강에 교회 건강성 달려
운동과 취미 생활 권유, 목회자들 활기 주기 위해
개척교회 목사 설교 어두워선 안 돼, 희망 선포를
막막한 개척 목회자들의 고민을 나누고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한 라이트하우스 무브먼트(Lighthouse Movement) 개척학교 '플랜팅 시드' 2기 모임. 18일 오후 늦은 시각 라이트하우스 서울숲에서 홍민기 목사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솔직 답변'으로 참석한 25명의 개척 목회자들과 함께했다. 그는 모르는 분야는 모른다고 대답하면서 관련 전문가를 소개하기도 하고, 매우 구체적인 부분까지 경험담을 전했다.
라이트하우스 무브먼트는 2019년 5월 부산 해운대를 시작으로 서울숲과 명동, 김포와 일산과 남양주, 포항과 경주, 뉴저지와 달라스 등 10곳의 개척 목회자들과 동역하고 있다. 다음은 앞선 강의에 이어 개척 목회자들과 나눈 일문일답.
-목사님의 네임 밸류와 유명세가 라이트하우스 목회자들의 개척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끼친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라이트하우스 무브먼트를) 하는 것이다. 개척이 너무 큰 어려움이니까. 선배로서, 형으로서 '(라이트하우스에 속한) 이 사람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하는 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목회자들과 함께하는 것이 제게도 기쁨이다.
개척 운동이란, 담임목사들을 세우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담임만 세워지면 교회는 세워진다. 하지만 지금은 기라성 같은 목사님들이 개척한다 해도 많이 오지 않는다. 컨셉과 방향, 타깃이 있어야 한다."
-재정에 따른 예배 공간에 대한 고민이 있다. 정보도 부족하다 보니, 용인 쪽에서 찾다 강남으로까지 갔는데, 장소에 대한 노하우가 있으신지.
"많이 다녀봐야 한다. 카페 사장님들 찾아다니면서 '커피 10잔 팔아 줄 테니, 주일날 2시간만 빌려 달라'고 해 보셨나. 대부분 안 된다고 하지만, 10명 중 1명은 해 보자며 빌려 주신다. 저는 그곳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개척 장소라고 생각했다. 정보가 어디 있느냐고 묻기보다, 내가 무엇을 안 해봤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팁이 있다면, 서울·경기 수도권에는 회사가 매우 많다. 웬만한 사이즈의 회사들에는 홀(hall) 같은 공간이 있는데, 주일에는 텅텅 비어 있다. 그런 회사들 중 집사나 장로님들이 하는 곳이 얼마나 많겠는가.
재정이 조금 있다면, 극장을 빌리는 것도 굉장히 좋다. 대신 예배를 조금 이른 시간, 오전 9시쯤 드려야 한다. 실용적인 면에서, 주일만 사용하는 데 한 달에 150만 원 이상 든다면, 임대가 낫다고 본다. 거점이 있는 것이 나쁘진 않다. 이미지만을 위해 200-300만 원씩 들이면서 주일만 쓰는 건 실용적이지 않다."
-라이트하우스 무브먼트 목회자들끼리 철학 외에 공유하는 것이 있는지.
"없다. 재정은 필요에 따라 어려운 분들에게 지원한다. 룰(rule)이 없을수록, 연합하기가 좋다. 동역자라면 돈에도 일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가족이라면 돈에도 일에도 문제가 안 생긴다. 가족 개념으로 형편에 따라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활발히 사역하다 일이 생겨 다 내려놓고 혼자 있다가 다시 개척을 시작했는데, 외로움이 느껴졌다.
"교회가 아무리 작아도, 유혹이 있다. 서로 돌봐주고 조언할 사람이 필요하다. 교단은 들어가기 싫고, 혼자 있으니 크고 작은 유혹이 있다면,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서로 견인해 주고 조언하고 교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라이트하우스 무브먼트에 참여할 목회자들의 기준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자면, 믿고 시작한다. 어떤 사람인지 미리 판단하지는 않는다. 하나님께서 만나게 해주셨다는 확신이 생기면, 함께하고 있다."
-개척을 준비하고 있는데, 시작 시점을 언제로 잡아야 할까.
"하고 싶을 때, 가슴이 뜨거워졌을 때 해야 한다. 준비가 언제 다 될 수 있을까? 죽을 때까지 해도 다 준비 안 된다. 그러니 가슴이 뜨거울 때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계속 길이 막힌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권한다. 하나님 뜻이 있을 때는, 길이 열리고 필요한 사람을 만나게 하시더라."
-올해 1월 개척해서 공동목회를 하고 있는데, 조언을 해 주신다면.
"잘 모르겠다. 저는 이 분야를 잘 모른다.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냐고 하시면 '잘 될까?' 싶은 마음은 있는데, 공동목회를 잘 하시는 형제회에 한번 여쭤보시면 좋겠다."
오전에는 공부, 오후에는 운동과 취미, 저녁 방황 말고 집으로
사람 만나 힘든 점 토로하려면, 새어나가지 않을 사람 만나야
나쁜 교인들 모여도 하나님 중심 목사 부임하면 교회 좋아진다
-개척교회 목사들의 시간 관리법을 소개해 달라.
"이건 제 생각이지, 절대적인 건 아님을 밝혀둔다. 먼저 오전에는 공부해야 한다. 성경부터 독서, 시사 등 여러 가지 공부가 있다.
오전에는 사람을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척교회 목사들은 사람이 없으니, 사람을 얼마나 만나고 싶은지 모른다. 사람을 열망하게 된다. 친구든 성도든 나가서 함께 있고 싶어진다. 혼자 교회에 있는 게 가장 싫다(웃음). 카페에라도 앉아있고 싶다.
하지만 기왕 카페에 갈 거면, 사람이 아니라 책이랑 있어야 한다.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말씀드렸듯 우리 개척교회 목회자들은 '홈런'을 쳐야 하기 때문이다. 3루타도 안 된다.
1년에 주일이 52회 있는데, 365일로 봤을 때 1년 중 약 15% 정도다. 그런데 한 주일 설교를 잘못하면, 남은 6일이 아니라 (6+7=)13일을 잘못하게 되는 것이다. 부목사가 한 번 잘못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것은 교인이 10명이든 1,000명이든 마찬가지다.
점심식사 이후 오후 2-6시에는 3가지를 하시면 좋겠다. 첫 두 가지는 운동과 취미이다. 취미생활이 필요한 이유는, 개척교회 목사들은 시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대형교회 부목사 출신일수록 할 일이 없어 미쳐 버린다(웃음). 돈 안 드는 취미도 하나 만드시면 좋겠다.
▲홍민기 목사가 라이트하우스 해운대에서 사순절 특새를 인도하고 있다. ⓒ페이스북 |
마지막 세 번째로 신뢰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시라. 매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운동과 취미 활동을 한 뒤에 하셔야 한다.
대신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 있다. 속에 있는 말을 실컷 했는데, 집에 가면서 '괜히 했다'고 후회하게 되는 사람이다. 말이 새어나가지 않을 사람에게 털어놓아야 한다. 목회가 잘 안 되는데, 안 된다는 말이 들리면 진짜 힘들어진다. '핑크빛에서 잿빛으로' 되는 것 같다.
개척할 때쯤 되면, 갑자기 신앙이 좋아진다. 하나님이 우리를 축복해 주시고 성도들을 구름떼처럼 보내주실 것처럼 핑크빛 꿈을 꾼다(웃음). 그러다 힘들어지면 감당을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인식하면, 감당할 수 있다. '개척이 어렵다,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온지 무려 20년이 지났다. 여러분은 특별한 사람인가? 갑자기 개척이 잘 될까? 아니다. 그러니 버텨야 한다. 버티면 길이 보인다.
그럼에도 개척해야 한다. 개척 외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흥하는 교회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 교회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기 힘들다. 그 사명으로 우리가 개척하는 것이다. 청빙받아서 어느 정도 되는 교회에 가도 10년은 참아야 한다는데, 우리도 10년은 참아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저녁 시간에는 집에 있어라. 방황하고 다니면서 감정에 휘둘리지 말라. 기도원도 너무 자주 가지 마라. 그렇게 해서 잘 되는 사람 본 적 없다.
맨날 기도원 가고 맨날 금식하는 목회자들이 있다. 그러면, 맨날 교인들을 닦달한다. 개척교회에 오는 교인들이 무슨 잘못인가? 그런데도 '나는 금식하는데 너희들은 뭐했느냐'고 닦달한다. 개척교회는 이래선 안 된다.
운동과 취미 생활을 하라고 하는 이유도, 목회자들에게 활기를 주기 위해서다. 우리의 모멘텀은 오직 주일을 향해 가야 한다. 주일 다음날인 월요일 컨디션이 가장 다운된 뒤, 조금씩 나아진다. 그러다 주일 설교 시간 컨디션이 최고가 돼야 한다.
어릴 때 미식축구 선수를 했는데, 경기가 강렬하다 보니 1주일에 한 번밖에 못한다. 너무 힘들어서 경기 다음 날도 바로 쉬지 않고, 회복 운동을 해야 한다. 그 다음 날 하루를 쉬었다가 다시 운동을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주일은 미식축구 선수들의 경기 당일처럼 영적으로 육적으로 가장 활기차야 한다. 그래서 희망을 선포해야 한다. 개척교회 목회자들의 설교가 대부분 어두운데, 그래선 안 된다. '사는 것이 힘듭니다, 고난이 너무 깁니다' 같은 말만 하면 안 된다. 개척교회에는 누가 오는가? 힘든 사람들, 가슴이 뻥 뚫린 사람들이 주로 찾아온다.
2007년 송파구 방이동 지하에서 교회를 개척했다. TV 설교를 많이 할 때라, 어디서 개척하든 사람들을 보내주실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는 사람들마다 '왜 지하에서 개척하냐'고 하시고는 다음부터 안 오시더라. 그래서 지상 목표가 지상에 가는 것이 됐다(웃음). 지나가다 2-3층에 있는 교회를 보면서 '얼마나 영적이길래 저기 있지' 생각했다. 1년 만에 탈출해서 지상 5층으로 갔다.
왜 개척해야 하는가? 개척은 우리를 목사로 만든다. 사람 되게 한다. 사람이 와도 힘들고, 안 와도 힘들고, 왔다 가도 힘들고, 계속 있어도 힘들 때가 있다. 목회가 하나님 중심으로 서 있지 않고, 사람과 상황에 끌려다니면 너무 힘든 것이다. 우울증 얻는 지름길이다.
그러니 시간이 있을 때 마음을 준비하고, 주일을 최고 컨디션으로 만들도록 해야 한다. 교인이 적더라도, 주일학교 교사들이 따로 예배드려야 하니 최소 두 번은 예배를 인도해야 한다.
목회자 여러분이 살아야, 교회가 산다. 교회는 참 재미있는 곳이다. 교인들이 참 나빠도 하나님 중심의 목사가 부임하면 교회가 좋아진다. 하지만 교인들이 아무리 좋은 분들이라도 악한 목사가 부임하면 교회는 나빠진다.
우리가 다 아는 본질을 똑바로 하지 못하면, 교회는 건강해질 수 없다. 표어와 비전이 교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담임목사의 건강도에 교회 건강성이 달려 있다. 목회자 스스로 이를 관리해야 한다.
사탄은 여러분들의 감정을 공격할 것이다. 외롭고 슬프고 실패하고 있고 절망할 때 안될 때, 제게 한 번씩 찾아오시라. 언제든 밥 사 드리겠다. 다시 힘내서 하다가 또 어려우면 밥 한 끼 먹고 힘내면 된다. 여러분들 정도면 밥 한 끼 먹으면 힘 생긴다.
여러분이 구덩이에 빠져서 침몰하지 않도록, 방법론보다는 이런 실제적인 부분부터 준비한 다음 브랜딩 같은 부분을 전문가들이 차차 가르쳐 주실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초가 안 되면 목회가 안 된다.
전문성 있는 목회자들의 강의도 향후 참고하시되, 나와 맞지 않는다면 굳이 안 해도 된다. 중요한 것은 목사로서 준비되고 지켜야 하는 것들이 잘 준비되고 있는가이다."
▲라이트하우스 서울숲 예배 모습. ⓒ페이스북 |
붙잡으면 인간적이라고, 안 잡으면 사랑 없다고 해
떠나려는 성도 '한 번은 붙잡으라'는 게 선배들 조언
-주일학교 예배를 별도로 시작해야 하는 순간은 언제인가.
"한 명이라도 오면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아무도 없으면 할 필요는 없지만, 언제든 시작할 수 있도록 평신도 중심으로 교사들을 준비해 놓으면 좋겠다."
-힙합 음악가들을 대상으로 한 공동체를 했는데, 그런 친구들만 오더라.
"너무 좋은 일이지만, 작은 공동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준비만 돼 있다면, 선교적 교회로 아주 좋을 것 같다. 분명한 자가 진단이 있어야 한다. 교회를 키우고 싶은지, 힙합 음악가들 중심의 작은 공동체를 하고 싶은지. 키우고 싶다면 안 될 것이다. 주중에 자영업을 하겠다는 건 매우 좋다."
-떠나는 성도들과의 관계에 대한 노하우가 있으신가.
"없다. 사건마다,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떠나는 것에 대해 익숙하지 않고, 목회를 오래 해도 마음의 상처가 줄지 않는다. 성도가 떠날 때 마음이 아픈 건 너무 당연하다. 선배인 저도 여전히 아픈데, 얼마나 아프시겠나. 아파하셔도 된다. 대신 혼자 아파하는 시간을 너무 길게 갖지는 말고, 선배들을 찾아가 털어놓으시라."
-떠나겠다는 성도를 붙들어야 하는지, 아니면 쿨한 척 붙들지 않아야 하는지.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잡으면 인간적인 것에 의지한다고 하고, 잡지 않으면 사랑이 없다고 하더라(웃음). 선배님들의 의견은 '한 번은 잡으라'고 하시던데, 괜찮은 것 같다. 보내야 한다면, 잘 내보내려 노력하는 부분도 필요하다. 그들에게서 다른 말이 나오지 않도록."
-설교 시간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정답은 없다. 목회철학에 따라 다를 것이다. 길게 한다고 안 모이는 것도, 짧게 한다고 많이 모이는 것도 아니다. 자기에게 맞게 하되, 들쑥날쑥해선 안 된다. 성도들이 신뢰할 수 있는 목사가 되려면,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세미나는 안 다니는 게 좋다. 갔다가 교회에 적용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1년쯤 자기 자신에게 먼저 해보고 괜찮을 때 목회로 연결하라. 계속 바뀌는 목회가 최악이다.
저희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설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들려야 한다'는 점이다. 들리려면 쉬워야 한다. 쉬우려면 문장이 짧아야 한다. '들어야 하는 설교'가 아니라, '들리는 설교'를 해야 한다. 중학교 1-2학년 수준으로 하는 게 좋다고 한다. 그러려면 단문이어야 한다.
설교 스타일도 카리스마적이든 조용조용하든, 성격에 맞게 하시면 된다. 대신 클라이맥스, 느낌표는 한 번 있어야 하지 않을까. 조용조용하게 끝까지 가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만 치는 건 곤란하다.
하나님과 성도들 앞에 설교자로서 제가 지키는 것은, 설교 원고를 외우는 것이다. 제가 설교자에서 예배자로 변하는 때가, 설교 원고를 외웠을 때였다. 성도들에게 설교자로서 가장 예의를 지키는 것도 원고를 외우는 것이다. 설교문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유튜브에 대한 부담이 크다. 팁이 있다면.
"먼저... 카메라가 좋아야 하더라. 저희 교회에는 달란트 있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들이 다 하니까 유튜브 설교 올라가지, 저 혼자 하라면 못한다. 개척교회는 할 수 있는 것만 해야 한다. 못 하는 것에 너무 노력하지 말자. 열심히 할수록 마음 상할 수 있다.
대신 1주일간 설교부터 컨디션까지 모든 면을 잘 준비해서, 주일에 '홈런'을 빵빵 터트리자. 힘들고 못하는 일을 하지 않고 마음에 평화를 얻어, 기분 좋게 주일을 맞이하자. 성도가 목사를 위로하는 교회는 안 된다. 여러분이 기뻐야 한다."
-대형교회 목회도 하셨고 개척교회 목회도 하셨는데, 언제가 더 행복하셨는지.
"오늘이 제일 행복하다. 내일은 더 행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