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회 청년들은 어떤 기준으로 배우자 감을 고르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사람 사는 것은 다 같겠지만, 세태는 조금씩 다를 테니까 말이다.

예전에도 조건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있었고, 그때도 그런 생각들을 경계하는 이야기는 많았는데, 지금이 더 심하긴 한 것 같다.

그래도 교회에 다니는 젊은이들은 무엇이 다를지 궁금한데, 일단 신앙 안에서 배우자를 생각한다면 누가 하나님이 내게 주신 배필인지 알려는 생각들이 가장 크다고 한다.

그래서 늘 미혼 남녀의 기도제목 중 중요한 한 가지가 배우자감을 위한 기도다. 미혼 입장에서 중요한 부분임은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약간 운명론적 생각이다. 하나님이 배우자를 보내주시거나 나타나기를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배우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다. 이미 정해져 있거나 하나님이 콕 집어 알려주실 일은 전혀 없다는 이야기다.

만일 기도에 따라 배우자가 결정된다면, 그리고 모두가 배우자를 놓고 기도한다면, 괜찮은 상대는 조기에 품절(?)되어 하나님은 모두의 기도에 공평하게 응답하는 공의를 행하실 수 없을 것이다.

아무튼 믿음의 청년들은 배우자의 어떤 조건을 가장 중시하면서 기도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우리 교회 청년 자매 중 어떤 친구가 상대방의 신앙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누군가가 기특하다며 칭찬을 했다. 그런데 한 청년은 그런 이야기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말은 다 그렇게 하죠. 하지만 그 말에는 대부분 괄호 열고 '키 크고 잘 생긴'이라는 말이 숨어 있는 거라, 일반인들의 연애관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이 청년은 일단 키가 무척 크니 그 말이 개인적 불만 때문에 하는 소리는 아닌가 하는 의심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다. 하여간 그런 생각은 물론 여자들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신앙도 인성도 좋아야 하지만 일단 외모가 마음에 안 들면 고려 대상 자체가 아닐 수 있다.

믿음 좋고 성격만 좋으면 나는 얼굴 안 본다고 말하는 사람이 꽤 있지만, 그건 절반의 거짓말인 경우가 많다. 그런 생각이 무조건 잘못이라는 게 아니다.

잘 생기고 예쁘다는 의미에는 주관적인 선호도 포함돼 있고, 어찌 됐든 외모도 자기 마음에 어느 정도는 들어야 마음이 열리는 것이니 누가 뭐랄 수 없는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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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외적 조건을 따지는 그 정도가 지나쳐서, 신앙이 없고 인성이 영 아닌데도 키 크고 잘 생기면 자기가 평소 세웠던 기준을 단번에 뒤집는 것이다.

사실 크리스천 청년들이라 해서 특별히 도덕적이거나 배우자를 고르는 기준이 눈에 띄게 다를 거라는 기대를 하면 안 된다. 그것은 기성세대들의 희망사항이고, 자신들도 그러지 못했으면서 젊은 세대는 그랬으면 한다는 생각일 수 있다.

물론 교회에 다니는 청년들은 조금이나마 나을 수 있고, 실제로 건전한 이성관을 가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타종교나 불신자 중에도 여러 이유로 그런 보수적 관점을 지닌 이들은 있다.

청소년 선교단체가 주최하는 캠프에 강의를 간 적이 있는데, 오랫동안 그곳을 운영하는 선교사님이 그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교회에 출석하는 아이들의 생각을 설문조사 등으로 알아보면, 도덕적 관념이나 세상에 대한 관점이 모든 면에서 일반 청소년들과 1점이나 차이가 날까, 사실상 거의 차이가 없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그런 선입견을 깨는 것부터 하지 않으면 크리스천 청소년을 변화시키는 일은 어렵다는 것이다.

사람은 자기 본성과 선호를 스스로도 모를 수 있다. 누구나 생각은 바른 것을 지향하지만 막상 그것이 내 일로 다가오면 기준선은 대폭 이동한다.

외적 조건이 마음에 들면 신앙관과 인품에 대한 점수도 후하게 주고 싶고, 외모가 별로면 왠지 인성도 신앙도 영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많은 이들이 외모를 보고 결혼하지만 대화가 안 되고 지향점이 다르면 성격 차이를 이유로 이혼을 많이 하는데, 재혼할 때는 다시 더 나은 외모를 찾아간다고 한다.

결혼 매칭 업체에 온 사람들도 재혼이 외모를 더 많이 본다고 한다. 두 번 실패를 겪을 수 없으니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인데, 다시 주어진 기회 앞에서 외모라는 블랙홀에 더 깊이 빠져드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그런 주장도 한다. 외모와 조건이 처지는 사람은 자존감도 떨어져서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다고. 더 나은 외적 조건이 인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안정된 삶이 원만한 성격을 만드는 선순환이 일어난다는 이야기인데, 그런 면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는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든 모순이자 병폐다. 인기 있는 이들은 교만한 기득권층으로, 처지는 사람들은 사회 부적응자이자 루저로 몰아가는 양극화 현상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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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직업과 비슷하다. 누구나 꿈을 품고 이상적인 일자리를 기대한다. 오래 전에 과학자, 대통령이 꿈이었던 어린이들은 이제 아이돌을 꿈꾸고 공무원을 꿈꾼다.

하지만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그 꿈이라는 것은 부풀려져 있고, 허황되며, 자신의 꿈이라기보다는 어른들의 꿈을 대리 실현하거나 남들이 많이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리에 가면 내 꿈이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착시 현상이 획일적인 꿈을 만드는 것이다.

모두가 대통령, 과학자이고 모두가 아이돌과 공무원일 수 없건만, 이런 사고방식이 손발 노동을 경시하는 세태로 나타난다.

3D 업종 종사자는 남들이 꺼리는 일을 맡아주는 귀한 존재이며 낙오자가 아닌데, 실패자 취급을 하니 본인이 만족스럽게 일을 감당하고 있는데도 종종 의문의 1패를 당한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도 우리는 1지망, 2지망 나누듯이 외적 조건으로 일등 신붓감, 일등 신랑감을 정해놓고 정 없으면 그 이하를 선택하는 것으로 여기다 보니, 그 사람의 참된 가치를 모르는 것이다.

이미 그런 시선은 공정함을 잃은 것이라 좋은 사람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다.

번듯한 기업에 들어가지 못할 바에는 아예 취업을 미루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보니 취업난 속에서도 작은 기업은 인력난을 겪고 있고, 농촌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농사가 진행되지 않을 정도다.

결혼에 있어서도 시시하게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계속 시기를 미루면서, 미혼 청년들도 늘고 있다. 취업과 결혼을 미루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지만, 비유하자면 그런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외모와 성품, 신앙 같은 조건들은 항상 정비례하거나 반비례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섞여 있기 때문에 그 중 가장 중요한 한두 가지 장점이 좋으면 선택하고, 그다음에 나머지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는지, 그리고 단점은 치명적이지 않은지 살피면 된다.

그런데 그 중심 가치를 외모와 조건에 둔다지만, 성격과 인품도 필수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은 '다 갖춘' 사람만이 대상으로 남게 된다. 이것이 가능할까? 그런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들이, 조건을 맞춰서 적당히 결혼을 하라는 권면은 아니다. 권한다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그래서도 안 된다. 그저 이런 세태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자는 의미다.

과연 우리가 세운 조건들은 바른 판단에 도움이 되는 것들일까 하는 것을, 그리고 나 자신은 과연 그런 조건들에 의한 판단을 감당할 수 있는가를 말이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 속담이 과거에는 얼마든지 수긍이 갔다. 아무리 봐도 임자가 없을 것 같은 사람도 결국 대부분 결혼을 하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결혼을 안 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못하는 사람만 더러 있었다. 오죽하면 결혼을 못 하고 죽으면 총각귀신(몽달귀신), 처녀귀신이 된다고 했겠는가.

하지만 지금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다. 짚신은 짝이 없다. 굳이 모두가 결혼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상대가 성에 차지 않으면 차라리 혼자 사는 세상이다.

어느 시대가 더 낫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 그 분이 바라시는 세상은 지금과 같은 세태가 아니라는 것쯤은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신앙 좋고, 성격 좋고, 성실한 (키 크고 잘 생긴) 애는 없다. 있어도 내 차지는 되기 어려우며,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또 다른 형태의 비정상이다. 사람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외모를 중시하지 않고 속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의 자녀라면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삶의 모든 일에서 눈높이를 조금만 낮춰 보자. 일단 괄호 열고 그 안에 넣었던 조건들이라도 당분간 빼 보면 어떨까?

김재욱 작가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등 40여 종
https://blog.naver.com/woogy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