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절 운동, 자유주의 신학과 거리두기 분명히 해야
외연 넓히고 타종교와 교류하려다, 경계 넘어선 곤란
순복음, 성결 운동과 비슷했으나 지금은 거대한 성장
대신 많은 오순절 지도자 윤리적 타락으로 지탄 대상

평양 대부흥 운동처럼 철저한 회개와 성결한 삶 필요
변화하는 시대 흐름 받아들여 갱신하면 미래 밝을 것

조용기 목사 별세를 맞아, 박명수 박사님(서울신학대학교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의 글을 소개합니다. 이 원고는 박사님의 <급하고, 강한 바람: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세계 오순절운동>에 수록된 것입니다. -편집자 주

II. 정체성과 적응성 사이에서: 순복음 신앙의 미래

첫째, 순복음 신앙은 이제 개인의 카리스마에서 집단의 정신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둘째, 순복음의 신학은 순복음의 신앙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립되어야 한다.
셋째, 오순절 운동은 세속화의 위험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전편에서 발췌>

넷째, 순복음교회는 한국의 대표적인 교회로서 포용할 것과 반대해야 할 것을 명백하게 해야 할 것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세계 최대교회로서 한국의 대표적인 교회이다. 따라서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입장과 태도는 한국교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필자가 이해하는 바로는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오순절 교단에 속한 교회이며, 복음주의 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것은 세계 오순절 운동이 걷고 있는 길과 비슷하다.

미국의 경우 오순절 교단은 미국 복음주의 단체인 NAE의 주요 교단이며, 오순절 계통의 신학은 대부분 복음주의 신학을 따르고 있다.

필자는 순복음교회의 가장 중요한 장점이 변화하는 사회에 잘 적응하는 것이라고 본다. 순복음교회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다양한 목회를 해 왔다.

처음에는 가난에서의 해방을 외쳤고, 그 다음에는 성공을 위한 메시지를 외치며, 다음에는 상처의 치유를 강조하고 있다.

박정희 시대에는 반공에 앞장섰으며, 노무현 정부에서는 북한에 심장병원 설립을 시작했다. 필자는 이와 같은 적응성과 유연성이 오늘의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조용기
▲조용기 목사가 몰트만 박사와 만나던 모습. ⓒ여의도순복음교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복음주의적인 정체성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음주의 정체성은 자유주의 신학과 거리를 두는 것이다.

실제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하비 콕스를 초청했지만 그는 한국의 성령운동을 샤머니즘이라고 비판했고, 몰트만을 초청해서 희망의 신학을 말했지만 몰트만의 희망과 조용기 목사의 희망은 다르다.

이런 점에서 자유주의 신학과 오순절 신학의 경계를 분명하게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자유주의 신학에 물들어 오순절 운동의 복음주의적 정체성이 흔들릴 수도 있다.

정통주의는 항상 경험에 근거한 신비주의가 자유주의로 흐를 것을 염려하였다. 하지만 오순절 운동은 성경에 근거한 체험을 강조하는 복음적 신앙을 견지해 왔다.

이것은 타종교와의 관계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한국 사회는 다종교 사회이다. 따라서 한국 그리스도인들은 가능하면 다른 종교와 평화롭게 지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도를 지나쳐 조상에 대한 제사를 단지 문화라고 말한다든지, 모든 종교는 각각 구원의 길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복음주의 신학을 넘어서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오순절 운동은 외연을 넓히는데 노력해 왔다. 이것으로 순복음교회는 한국교회의 주류에 들어서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신앙과 신학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일과 병행되지 않는다면, 오순절 운동은 복음주의신앙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초기 오순절 운동은 자신의 경계선을 분명히 함으로써 자신의 양을 지키고, 외부의 공격을 막았다.

다섯째, 오순절 운동은 그 근본인 성결 운동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오순절 운동의 뿌리는 성결 운동이다. 따라서 오순절 운동은 성결 운동과 함께할 때 그 진정한 능력이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사실 성결 운동에서 오순절 운동이 갈라질 때, 성결 운동과 오순절 운동의 교세는 비슷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오순절 운동은 세계 교회를 이끌고 나가는 거대한 운동이 되었다. 여기에 비해서 성결 운동은 오순절 운동과 같은 발전을 하지 못했다.

필자는 여기에 이유가 있다고 본다. 성령 체험은 일차적으로 종교 체험이며, 이차적으로 윤리이다.

루돌프 오토는 원래 거룩의 체험은 일차적으로 종교 체험이며, 2차적으로 윤리라고 주장하였다. 여기에 성령의 종교적인 체험을 강조하는 오순절 운동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조용기
▲조용기 목사가 지난 2007년 평양 대부흥 운동 100주년을 맞아 자신을 비판하던 목회자들과 함께 부둥켜 안고 기도하는 모습. 

하지만 오순절 운동은 윤리적 측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실질적으로 초기 오순절 운동이 방언을 강조할 때, 성결 운동이 염려했던 바가 바로 오순절 운동이 비윤리적으로 흐를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있었다.

그런데 그 염려는 쓸데없는 것은 아니었다. 상당히 많은 오순절 지도자들이 윤리적으로 지탄을 받으며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져 갔다.

이제 오순절 운동은 다시 성결을 회복해야 한다. 세상은 종교에서 성결을 보고자 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오순절 운동에서 이와 같은 성결이 별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필자는 한국의 오순절 운동은 1907년 평양 대부흥 운동의 영성과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영성을 조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1907년 평양 대부흥 운동은 한국교회 신앙 체험의 원형이다. 그리고 이 부흥 운동은 철저한 회개를 통한 성결한 삶이었다. 여기에는 자복과 배상이 있었고, 용서와 화해가 있었다.

그런데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영성에는 이런 요소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영성에는 현실에서 성령의 능력으로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동인이 있다.

필자는 평양 대부흥 운동의 성결의 영성과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적극적인 삶의 영성이 조화될 때, 한국교회의 영성은 새로운 차원을 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용기
▲파주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에서 故조용기 목사 하관예배를 위해 많은 성도들이 그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모습. 

맺는 말

이상에서 필자는 순복음교회가 어떻게 한국 교계의 변두리에서 한국교계의 중심에 서게 되었는가를 살펴보았다.

이제 순복음교회는 한국교회의 중심 세력 가운데 하나로, 한국교회와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그것은 어떻게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시대의 변화에 적응해 나가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역사로부터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처음에 운동으로 시작했던 것들이 제도화되고, 그 다음에는 그것이 교리화되고, 그 다음에는 경직되어서 결국은 쇠퇴하고 만다. 문제는 이런 위험을 알면서 여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오순절 운동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적인 오순절 학자 그랜트 왜커는 오순절 신앙의 특징을 초대교회로 돌아가려는 원초주의와 현실 사회에 적응하려는 실용주의라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적으로 오순절 운동은 초대교회로 돌아가서 오순절 운동을 회복하려는 강한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변화하는 사회에서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을 갱신해 나가는 강한 실용성을 갖고 있다.

이것은 한국의 오순절 운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오순절 운동이 새로운 시대에 잘 적응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박명수 교수
▲박명수 교수.

박명수 박사
서울신학대학교 명예교수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소장